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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둥둥 Aug 19. 2024

사랑을 받아본 사람만 사랑을 알까?

며칠 전, 10년을 알고 지낸 친한 지인들을 만났다. 광복절에 아이를 키우는 A언니 집에 놀러 가기로 해서 전 날엔 퇴근 후 집에서 밥을 먹고 쉬고 있었다. B언니는 맥주가 너무 마시고 싶다며 원래 만나기로 했던 전날 가겠다고 말했다. 나는 너무 피곤할 것 같기도 하고, 러닝크루의 정기런이 있는 날이어서 퇴근 후 광복절 전 날 가는 걸 거절을 했다.


그러다 당일 무릎이랑 아킬레스건 쪽에 불편감이 있어서 정기런은 쉬게 됐고, A언니가 때마침 전화를 걸어왔다. 술도 안 먹는 언니가 와인도 있고, 위스키도 있다며 사진을 보내는 열정을 보였다. 5분만 생각해 보기로 하고 전화를 끊은 뒤 나갈 준비를 시작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애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남양주에 사는 언니 집에 내일 가기로 했었는데 지금 올 수 있는지 물어봤다며 갈지 말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가는데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보기에 대중교통으로 가면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다. 어차피 내일 아침에 가나 저녁에 가나 피곤하긴 매한가지니까 그냥 가기로 결심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다 애인에게 카톡이 왔다.


“둥둥 데려다줄까?

차로 가면 30분인데

지하철 타면 너무 오래 걸리잖아.”


이런 그의 호의가 너무 고마웠다. 감사하게 여기고 고마운 마음을 많이 표현해 주었다. 그런데 마음 한 편에서는 괜히 말을 꺼내서 데려다줄 생각이 없었음에도 얼떨결에 혹은 억지로 데려다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며 미안해졌다. 그가 베푸는 다정함이 너무 좋지만 지금 그의 모습이 원래 모습이 아니면 나중에 크게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마음이 쓰여서 애인에게 물어보았다. 나를 데려다주고 싶었고, 정말 괜찮았던 거냐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게 너무 좋지만 지금 이 모습이 원래 모습인 건가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애인은 정말 본인이 데려다주고 싶어서 데려다준 거고, 나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싫은 걸 한 게 아니니 걱정 말라고 말해 주었다.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편하고 안심이 되었다. 나는 한없이 긍정적이다가도, 이렇게 한 번씩 상대의 마음이 어떨지 불안해한다. 확실한 믿음이 있었음에도 헤어짐을 겪었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아직도 여전히 미성숙한 ‘나’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상대가 시간이 지나면 편해지고 변할 거라는 생각을 굳이 할 필요도, 쓸모도 없는데 말이다. 일어날 일도 아닐뿐더러 탄탄한 믿음 없이 이어가는 연애는 결국 미래가 없다. 천천히 서로에게 신뢰를 쌓아가다보면 이런 불안감이 없어질 게 분명하다.


조금 피곤하더라도 나를 먼저 위해주는 사람을 만나니까 어쩔 줄 몰랐다고나 할까. 내가 과연 받아도 되는 배려와 호의인지 의구심이 들었으니 말이다. 태어나 자라기를 배려받는 경험보다는 스스로 뭐든 알아서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에 더 많이 처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이래서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주고 받을 수 있다는 말이 있는 걸까?


이 말은 즉슨, 사랑을 좀 덜 받으며 살아온 사람들은 평생 사랑도 못 받고 행복해질 수 없다는 의미인 건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양한 경험과 신뢰가 쌓여간다면 과거의 연애 경험이 어떻든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상처도 잘 받지만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경험이 쌓이면 그 반대로 상처를 잘 이겨낼 수 있는 내면의 대단한 힘이 있다.


나에게 있는 불안이 관계를 그렇게 만든다고 느껴진다면 조금 더 상대를 믿고 나 자신의 선택을 믿어보기로 하자. 불안함은 불안한 관계를 낳고, 믿음은 믿음 가득한 관계를 낳는다.


과거 연인 관계에서 흔들리고 매번 쓰러졌던 과거의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지금은 비교적 안정감있는 연애를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다시 돌아오지 않을 행복한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겨야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우리의 삶이 더 충만해지기를!




*연재는 매주 월요일에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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