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번 외쳐도 질리지 않아

이지니 에세이 <아무도 널 탓하지 않아>

by 이지니


학창 시절 나는 자존감이 매우 낮았어요. 행여 누가 내게 칭찬을 하면 홍당무가 되어 쥐구멍에 숨고 싶을 만큼 부끄러웠고, 스스로를 루저라 생각했어요. 긍정의 색깔이 짙어진 계기는 엄마 때문이에요. 엄마에게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늘 “항상 감사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세요. 옆에서 이런 말을 들으니 눈앞에 닥친 시련에 무너져 헤어 나오지 못해도 회복시간이 빨라요.


엄마의 영향으로 매일 감사한 일을 떠올려요. 특히 안 좋은 일이 생기거나 아직 일어나진 않았지만 미리 걱정될 때는 필수예요. 내 블로그에 있는 기록도 해요. 가만히 생각하면 감사할 일이라는 말 자체가 좀 이상해요. 하루 세 끼 밥을 먹고, 편안히 잠을 잘 곳이 있으며, 크게 아프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 자체가 기적이고 감사할 일이잖아요. 우리는 이런 것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아닐까요? 아래는 최근에 적은 내용이에요.


1. 바라던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때, 내 마음과 반대의 상황으로 흐를지라도 괜찮습니다. 당장은 이해되지 않아도 결국 내게 유익이 될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2. 서점과 책은 글자만으로도 흥분되고 설렙니다. ‘몸이 피곤하면 누울 곳이 있지만, 마음을 뉘일 곳은 없다.’고 한 이기주 작가님의 말처럼 특별히 오늘 같이 마음이 지치는 날엔 책 속 활자 사이에 깊숙이 눕습니다. 감사합니다.


3. 밖을 걸을 때마다 귓가에 크리스마스 노래가 들립니다. 자연스레 2017년을 돌아봅니다. 후회가 없다면 거짓말일 터. 하지만 잘한 일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칭찬합니다. 감사합니다.


4.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늘 채워주시고 기회 주심에 감사합니다.


5. 아픈 데 없이 건강히 잘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대부분 크게 성공한 사업가나 연예인, 스포츠 스타 중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대부분은 “감사하다”는 말을 빼놓지 않죠. 어쩌면 혹자는 “그렇게 성공했으니 감사하다는 말이 나오는 건 당연한 거 아냐?”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들은 그 반대라고 말해요. 즉, 성공을 했기에 감사한 게 아니라, 감사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거죠.

20년 넘게 낮 시간대 TV 토크쇼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는 <오프라 윈프리 쇼>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바 있죠. 화려함 뒤에 감춰진 오프라 윈프리의 과거는 슬프다 못해 아파요. 지독하게 가난한 미혼모에게 태어나 어머니가 아닌 할머니의 손에 자랐고, 삼촌에게 성폭행을 당했어요. 14세에 출산과 동시에 미혼모가 됐지만, 아이는 태어난 지 2주 만에 죽었고요. 그 충격에 가출을 했고 마약 복용으로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살아요. 살고자 하는 의욕이 전혀 없는, 스트레스로 100kg이 넘는 체중을 지닌 여인. 그게 바로 지금의 오프라 윈프리예요.


그런 그녀가 오늘날의 이르기까지 밑바탕이 된 것은 바로 감사일기예요.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밥 먹는 일 외에 수십 년째 하루도 빼놓지 않고 감사일기를 쓰고 있어요. 저자 민진홍은 그의 책 《땡큐 파워》에 오프라 윈프리의 ‘감사일기 작성법’을 소개했어요.



오프라 윈프리의 감사일기 쓰는 10가지 방법


1. 내 맘에 쏙 드는 노트를 장만한다.

2. 감사할 일이 생기면 언제 어디서든 기록한다.

3. 아침에 일어날 때나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 언제든 하루를 돌아보며 감사의 제목을 찾아 기록하는 시간을 갖는다.

4. 거창한 데서 감사의 제목을 찾기보다 일상의 소박한 제목을 놓치지 않는다.

5. 사람들을 만날 때 그 사람으로부터 받은 느낌, 만남이 가져다준 기쁨 등을 기록해나간다.

6. 교회나 학교에서 ‘윈프라 일기 쓰기 모임’을 만들어 함께 쓴다.

7. 버스에 있거나 혼자 공공장소에 있을 때 그동안의 감사 제목들을 훑어본다.

8. 정기적으로 감사의 기록들을 나누고 격려한다.

9. 나의 감사 제목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지켜본다.

10. 카페나 정원 등 나만의 조용하고 편안한 장소를 선택해 자주 그곳에 앉아 감사일기를 쓴다.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덧붙여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당신이 덜 감사할 때가 바로 감사함이 가져다줄 선물을 가장 필요로 할 때다. 감사하게 되면 내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멀리서 바라보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상황도 바꿀 수 있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당신의 주파수가 변하고 부정적 에너지가 긍정적 에너지로 바뀐다. 감사하는 것이야말로 당신의 일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우며 강력한 방법이다.”


나는 계속해서 감사를 외치고 또 기록할 거예요.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 속일지라도 햇빛을 선사해 줄 것을 믿어요. 당연한 것에 감사, 잊고 지낸 것에 감사를 넘어 감사할 수 없는 상황일지라도 그럼에도 감사하는 내가, 우리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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