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니 산문집 <삶을 돌아보는 산문집>
나는 오래 걸으면 남들보다 더 피곤함을 느끼는 평발이다. 그래서 신발에 유독 예민하다. 몇 달 전, 3년간의 여름을 지켜주던 샌들과 작별하고 젤리 샌들을 만났다. 보기만 해도 내 몸을 가볍게 해 줄 것만 같은 이 녀석. 그러나… 엄마 품에 안긴 듯 편안할 줄 알았는데 신을 때마다 발뒤꿈치가 벗겨졌다. 이내 약을 바르고 밴드로 붙여 급한 불을 껐다. 그런데 날 아프게 한 샌들을 또다시 꺼낸다. 내 발이 녀석에 적응이 될 때까지, 둘이 친해질 때까지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아프다고, 다시는 안 신겠다고 외면하면 진정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치수가 안 맞는 것도 아닌데 불편한 신발이라 누명을 씌울 수는 없었다.
서너 번의 벗겨짐과 쓰라림이 지나간 뒤 그 자리에 굳은살이 피었다. 그 후로 샌들을 신을 때마다 콧노래가 절로 나올 정도로 편안하다. 아무리 걸어도, 뛰어도 아프지 않다. 고통이 그저 고통으로 끝나면 이것처럼 슬픈 일이 없다. 고통 뒤에 숨어 있는 이 행복을 비록 별것 아닌 신발일 수 있지만, 나는 느끼고 싶었다.
꿈으로 가는 길도 이와 같다.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만 한다. 힘들다고 귀찮다고 건너뛸 수는 없다. 삶의 굳은살을 만나야 비로소 꿈과 마주할 수 있으니 말이다.
혹시 지금 하는 일이 많이 힘든가?
지칠 대로 지친 몸에 마음도 아픈가?
그럼, 축하한다! 이제 다 왔으니까.
아주 조금만 더 기다리라.
굳은살이 돋아날 때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