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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Jul 09. 2020

'금손'이란 말은 이럴 때 하는 것

타고난 재능의 소유자, 울 언니를 자랑합니다.

'금손'이란 말은 이럴 때 하는 것


내겐 두 살 많은 언니가 있다.  2월생이라 한 학년 차이밖에 안 났던 우리. 눈만 마주치면 으르릉거리던 철없던 그때가 그리운 오늘, 언니 얘기를 좀 하련다.


음식이면 음식, 그림이면 그림, 만들기면 만들기, 무엇을 주문하든 뚝딱 처리하는 우리 엄마. 엄마 손재주 유전자는 몽땅 언니에게 갔다. 내가 똥손인 건 다 언니 때문이다. ㅎㅎ


언니 역시 그림 그리기나 만들기를 기막히게 잘다. 그래서인지 요리 솜씨도 보통이 아니다. 요즘은 엄마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다. 이미 타고난 재능이 있기에 전문으로 배우면 좋았을 텐데... 가정 형편상 꿈에 그리던 미대를 포기해야 했고, 패션 디자이너의 꿈도 그렇게 접어야만 했. 그러나 꿈은 접어도 '옷'은 접을 수 없었는지 5년 동안 동대문 의류 매장에 들어가 옷에 파묻혀 살았.

남들 잘 때 일하고, 일할 때 자야만 했던 언니. 밤낮이 바뀐 생활을 무려 5년이 넘는 시간을 했으니 아무리 옷이 좋다고 해도 지치지 않을 리 만무하다. 주 6일을 동대문으로 출. 퇴근하려면 몸이 천근만근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우리 집은 인천 지하철 1호선 끝자락이었으니 동대문까지는 왕복 3시간 30분이 넘는 거리다.






5년의 종지부를 찍고 나온 언니는 백수 생활을 시작했다. 만에 즐기는 꿀맛 같은 휴식. 하지만 쉬는 것도 그때 뿐이지 너무 길어지면 그것만큼 곤욕이 없다. 스트레스로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몸무게, 하루가 다르게 빠지는 머리카락, 시간은 또 왜 이리 무심히도 흐르는지... 글 쓰겠다고 직장이 아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내 코가 석 자지만, 언니를 볼 때마다 안타까웠.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 그저 간절히 기도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




그러던 어느 날,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나를 보더니 재밌어 보였는지 어떻게 하냐고 묻는 게 아닌가. 언니에게 블로그를 운영하며 좋아하는 그림을 그라고 유했다. 내 말이면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왠일로 바로 실행하는 언니. 그러더니 자신이 그린 그림이나 성경 말씀 일러스트 등을 블로그에 올렸다. 처량하고, 불쌍하고, 초라하게만 보인 언니가 어느새 삶의 활력을 되찾은 것 같아 어찌나 기쁘던지. 니의 실행에 하늘도 감동한 걸까. 블로그에 올린 그림을 보고  작업 의뢰까지 받는 영광 얻었다.


그렇게 1년의 백수 생활을 청산했다. 그림으로 얻은 자신감을 들고 다시 동대문으로 간 언니는 그곳에서 왕자님을 만났. 예전부터 입버릇처럼 "난 내 매장을 운영하면서, 직접 디자인한 옷을 만들고 싶어"라고 하더니, 바라던 삶을 살고 있다. 형부와 같이 둘만의 브랜드를 만들었고, 사무실도 생겼다. 지금은 두 개의 매장 운영하고 있다.






참, 인생이란... 신기하고 희한하다. 결국 '그 일'을 할 사람은 어떻게든 하게 돼있나 보다. 언니가 생각한 방향은 아니었지만 목적지는 맞게 왔다는 얘기다. 과거 미대 진학을 포기해야 했지만, 결국 꿈에 그리던 일을 하며 감사함으로 살고 있으니 말이다. 언니를 볼 때마다 희망의 끈을 더욱 놓지 않게 된다.


오랜만에 컴퓨터 파일 안에 있는 그림을 보고 언니의 힘든 시절이 떠올라 몇 자 끄적인다. 마지막으로 언니의 그림 중, 몇 작품 공개하련다. 꿈이 있다면, 간절히 바란다면, 하루하루 자신 앞에 놓인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어떻게든 이루어짐을 믿는다. 그러니, 나도 여러분도 절대로 소명을 놓지 시기를! *



그리기 도구 : 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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