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욕심이 아이를 꽁꽁 얼린다.

by 수영

올해 7살이 된 둘째는 어린이집만 다닌다.

하원하고 나면 엄마 아빠가 퇴근할 때까지 집에서 하는 일 없이 방치되는 것 같아 이곳저곳 보내보려고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일단 아무 데도 가지 않겠다고 하는 아이를 먼저 설득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겨우 데리고 가도 한두 달 하다가 싫다고 울면서 안 가겠다고 했다.

아직 어리니 좀 내버려 두자 하다가도 엄마의 손길이 없는 곳에서 TV와 핸드폰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미디어 시청에 대한 규칙이 엄연히 있지만 감독자가 없는 곳에서는 쉽게 거짓말이 싹트게 마련이었다.

아빠와 몸을 움직이며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이니 축구를 배워보면 좋을 것 같아 7살 형아가 되면 축구 교실에 가보기로 오래전부터 아이와 약속했다

그렇게 아이가 7살이 되기를 기다리던 난 새해가 되자마자 축구 교실에 전화해서 등록해 버렸다.

마음의 여유가 있었으면 체험 교실을 먼저 알아봤을 텐데, 마음이 급하니, 환불이 안된다는 경고를 듣고도 그냥 6회권을 결제해 버렸다.


아이는 첫날부터 안으로 들어가지 않겠다며 버텼다.

겨우겨우 설득해서 들어가긴 했지만 멀찍이 앉아서 구경만 하다 돌아왔다.

두 번째 수업 날은 유독 날씨가 추웠다. 영하 11도라고 했다.

아이들이 뛰면 더우니 옷을 두껍게 입히지 말고 와달라는 안내 문자가 왔다.

아이는 이번엔 뛰어줄 것인가, 아님 또 가만히 앉아만 있을 것인가.

뛸 것을 생각해서 가볍게 입혀야 하는가, 날이 추우니 두껍게 입히는 게 맞은가.

한참을 고민하다 티셔츠와 바지는 얇게 입히고 위에 패딩을 입혀서 가기로 결정했다.

두 번째 수업 때도 아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선생님의 이런저런 제안에도 고개를 저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서 있기만 하다가 돌아왔다.

아이 마음이 약해질까 봐 아이가 볼 수 없는 곳에서 아이를 지켜보던 난 마음이 까맣게 타들어갔다.

그렇게 50분 수업이 끝나고 아이 곁으로 가니, 패딩을 벗고 얇은 티셔츠와 바지만 입은 아이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아... 내 욕심이 아이를 꽁꽁 얼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이의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아이 등을 떠밀어서 아이를 힘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아이가 적응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맞는가, 아님 아직 때가 아니니 환불받지 못할 돈은 포기하고 그만두는 것이 맞는가.

얼음장같이 차가운 아이 손을 내 두 손으로 감싸고 생각이 많아졌다.


육아에 정답은 없다.

그렇지만 아이를 잘 가르치는 것과 기다려주는 것의 경계,

잘 기다려주는 것과 방치하는 것의 경계를 짓는 것은 유독 너무나 어렵다.

내가 욕심을 부리면 아이가 꽁꽁 얼고,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이는 멍~하니 TV만 보고 있다.


욕심은 내려놓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줄 수 있으며, 충분히 기다리나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이끌어 줄 수 있는 지혜를 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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