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똑똑해 보일 때

by 수영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 아이가 똑똑해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땐 욕심과 불안이 슬쩍 고개를 든다.

내가 도와주면 아이가 더 똑똑해지는 건가? 엄마 잘못 만나서 똑똑한 아이가 평범해지면 어쩌지?

그러면서 근처에 영재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이 있는지 검색해 본다.

'여긴 너무 먼가, 여긴 학비가 비싸네'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문득 깨닫는다.

'아이가 이제 겨우 6살인데 너무 멀리 갔네'

김칫국을 잔뜩 들이키다가 멋쩍어져서 영재 교육은 다음에 알아보기로 한다.

그러다가 다시 근처 학원을 검색해 본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분야를 키워줘야 하니 그곳도 하나, 예체능은 어릴 때 뇌 발달에 중요하니 그것도 한두 개, 영어, 수학은 늘 중요하다고 하니 그것도 넣어서 스케줄을 짜본다

아이의 노는 시간이 너무 줄어드나 싶지만 아이의 영재성을 키워주지 못하면 큰일이니 어쩔 수 없다.

내 아이가 똑똑해 보일 때 엄마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그런데 아이의 영재성은 그렇게 자라는 게 아니다.

13살, 6살 두 아이를 키워보니 알겠다

아이들의 재능을 키워주려면, 아이가 관심을 갖는 것들에 같이 관심을 보여주되, 무심한 듯 지켜보면서 약간의 지원 정도가 가장 좋다.

아이보다 부모의 열정이 커지는 순간 아이의 관심은 빠르게 식는다.

더 이상 아이의 흥미는 즐거움이 되지 못하고 숙제가 되어버린다.

아이의 실력이 커가는 속도가 너무 느려 답답해 보일지라도 아이보다 앞서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끝내 기다려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의 흥미를 재능으로 서서히 익혀가는 시간을 허락해야 하고 아이의 요청 전엔 움직이지 않거나 아이의 반응을 보면서 아주 조금씩 움직여야 한다.

부모가 먼저 나서버리면 아이는 더 이상 즐겁지 않으니, 겨우 끌려가다가 동력을 잃고 한 때의 에피소드로 끝나고 만다.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성공한 소수를 다수로 일반화시키면 절대 안 된다.

성공한 1인보다, 부모의 강압으로 부모-자식과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지거나 아이가 중간에 포기해서 이도저도 안된 경우가 수도 없이 많음을 기억해야 한다.


6살 둘째는 5살부터 큐브를 매우 좋아하며 잘 가지고 놀았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조막만 한 손으로 큐브를 돌리면서 본인이 원하는 패턴을 만들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는 모습이 신기하고 귀여웠다.

아이가 제법 큐브를 잘 맞추자 욕심이 생겼다.

조금만 도와주면 큐브 신동이 될 것 같고, 머리와 손을 많이 써야 하는 놀이니 뇌 발달에도 좋을 것 같았다.

아이에게 '큐브 선생님을 찾아줄까?' 제안했는데 예상 밖으로 아이가 거절했다.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면 네가 훨씬 잘하게 되고 더 재밌게 놀 수 있다고 설득해 보았으나 아이는 단호하게 싫다고 했다.

결국 선생님 찾는 걸 포기하고 내가 직접 가르쳐보려고 큐브 맞추는 동영상을 수도 없이 돌려보며 열심히 공부했다.

이제 알려줄 수 있겠다 확신이 서자 아이를 앉혀놓고 한 단계 한 단계씩 연습시켰다.

그런데 아이의 반응이 이상했다.

레벨업을 하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던 건 엄마의 착각이었다.

큐브를 가지고 놀면서 신나 하던 아이의 반짝이던 눈빛이, 내가 가르치려 드니 빠르게 반짝임을 잃었다.

칭찬과 보상을 써봐도 마찬가지였다.

번 시도하다가 아이의 반응을 보고 그만두었다.

아이는 다시 반짝이는 눈으로 본인만의 방법으로 이리저리 큐브를 맞춰보며 즐겁게 논다.


13살 첫째도 그랬다.

하루 종일 뭘 만드면서 노는데, 배워서 만드는 건 아니다 보니 결과물의 완성도가 항상 아쉬웠다.

배워서 만들면 훨씬 잘 만들 텐데 싶어서 미술학원을 제안했다.

첫째도 단호히 거절했다. 누가 만들라는 대로 만들고 싶지 않고 내 맘대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싫다는 아이를 뭐 어쩌겠는가. 사달라는 재료 정도 사주면서 그냥 뒀다.

6학년인 지금, 아이가 커가면서 결과물의 완성도도 계속 좋아지고 있다.

학원은 가지 않지만 본인이 원할 땐 인터넷 강의를 찾아보면서 스스로 내공을 쌓아간다.

'내가 좋아하는 걸 더 잘하고 싶은 욕구'는 본능인 듯하다.

그 과정이 부모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아이를 방해하지 않으면 아이는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결국 찾아낸다.


결국 아이의 재능을 찾아주는 것도, 키워주는 것도 기다림이다.

나의 방법과 속도를 강요하지 않고, 아이가 즐거워하는 것을 따뜻하게 바라봐주고, 아이의 요청이 있을 때 약간 정도 지원해 주면 된다.

그리고 아이가 얼마든지 시행착오를 거칠 수 있도록 시간을 허용해주어야 한다.

더 빠른 길이 있다며 이끄는 순간 아이는 오히려 길을 잃고 만다.


육아의 본질이 따뜻한 시선과 기다림이었던 것처럼, 아이의 재능을 키워주는 것도 다르지 않다.

본질을 잊고 정보와 스킬이 앞서면 가장 중요한 것을 잃는다.

돌고 돌아도, 시간이 걸려도 아이는 아이에게 제일 좋은 것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을 믿으면 아이는 결국 본인의 흥미와 재능을 찾아내고야 만다.


내 아이가 똑똑해 보일 때 필요한 건, 학원 정보가 아니라, 내 마음속 아이를 향한 믿음과 따스한 시선, 그리고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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