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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엄마 지니 Dec 23. 2020

어른도 동화책 읽어요

노란 양동이



이 책은 사실 미학적 인간으로 살아가기를 읽고 싶어서 응모했다가 무료로 받은 책이에요. 실은 집에 아이들이 어릴 적 동화책이 있어도 스스로 아이들이 읽을 수 있을 때부터 제가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도 이 책이 지금까지 집에 있더라도 저는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거에요. 동화책은 제 취향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읽고 싶은 책들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으며 읽게 되며 깨닫는 것이 있요.


동화책이 주는 힘. 그런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살아 숨 쉬게 해 주고 숨을 불어넣어주는 역동성이 있는 것 같아요. 


반신반의하며 읽게 된 이 책을 두 번이나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태어난 지 20년이나 되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6월에 발행되어 방금 발간된 것 같은 책을 동화책으로 읽게 되는 그런 경험도 이렇게 SNS를 운영하고 브런치 작가가 되고 해 보는 신기한 경험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장을 마련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너무 넘어 간 거 같습니다. 이런 마음이 한마디로 "오버했네"라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지만 감사합니다. :)


이 책이 2020년 6월 25일 부로 초판 65쇄 발행이니 유명한 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책의 주인공은 여우예요. 보통 여우는 영악스럽고 영리해서 자기의 이득을 위주로 움직이는 동물로 묘사될 때도 있고 그렇게 알고 있는 경우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이 아기 여우 친구는 그렇지 않아요. 정말 순수하기 그지없습니다. 월요일에 지나가는 길에 노란 양동이를 보아요. 이 노란 양동이가 다른 동물친구들 집에는 다 있는 거 같은데 여우만 없지만, 여우는 헐레벌떡 토끼 친구를 찾아가서 "외나무다리 옆에 노란 양동이가 있어! 아직 새 거라 반짝반짝해. 누구 건지는 모르지만"이라고 해요.


혼자 노란 양동이의 물에 비친 모습을 보며 '까꿍!'하고 인사도 하며, '메롱!'하고 혀를 내밀어 보기도 하며, 방긋 웃어 보이는 여우의 모습을 보며 저도 활짝 웃게 되는 조금은 지친 수요일 아침을 맞이해 봅니다.


친구들은 집에 양동이가 없는 여우를 위해 아무도 이 양동이를 가지고 가지 않으면 여우가 가져가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게 되는데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기다리는데 일요일까지 노란 양동이는 잘 있었어요.


아이들은 힘주어 이렇게 말해요."괜찮아. 내일은 꼭 네 것이 될 거야!" "이제 하룻밤만 기다리면 되는 거야!"


늘 있던 자리에서 밤바람에 달그랑거리는 양동이가 걱정돼서 여우는 가장자리까지 넘칠 듯 말 듯하게 물을 한가득 떠놓고 물 위에 비친 동그란 달님을 보며 달님에게

'안녕!'하고 인사한 다음, 집으로 돌아와요. 근데요. 이게 꿈이라고 하네요. :(


그리고 드디어, 월요일. 아침 일찍 달려가 보니, 양동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미 느낌이 오셨겠지만 양동이는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저 같으면 이럴 때 정말 낙심하고 주저앉아서 울고 있나 많이 속상했을 거 같은데요. 아기 여우는 아주 쿨해요.


아기 여우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좋아.'


겨우 일주일이었지만 아주 오랫동안 노란 양동이와 함께 있었던 느낌도 들고, 그동안 노란 양동이는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고 오로지 자기만의 양동이었다고 아기 여우는 생각해요.


남의 것이니 당연히 양동이를 욕심내면 안 되는 것이었겠지만, 일주일 동안 주인이 찾지 않으면 써보자는 동물친구들의 의견도 심박하고 무엇보다 이 기간을 기다리며 인내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든 여우를 보며 어른인 저도 아기 여우에게 배워봅니다.


동화책이 주는 힘이 역시 있는 거 같아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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