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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Aug 11. 2023

생각의 덩어리에 제목을 붙여라

제목부터 써라 1

제목 하나가 떠오른다. 어느 정도는 흥분을 유발하는 제목이다.
그 덕에 책에 대한 아이디어가 분출하고, 집필이 진행된다.
그러다 결국 그 제목은 다 소진되어 식상해지고 다른 제목을 찾게 된다.
쉽게 바닥나지 않는 다른 어구를 찾아내면 그게 최종 제목이 된다.
-E. L. 닥터로


제목부터 쓰라고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귀를 닫아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어떤 방식으로 글을 써도 만족스럽지 못한 분들이라면 이 엉뚱한 이야기에 한 번쯤 귀 기울이는 건 어떨까요.


이 장의 제목대로 '제목'부터 써보는 겁니다.


얼마 전 아주 잘 쓰여진 글쓰기 책을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시작 부분을 쓰는 방법은 6가지가 있으며 그 후에 본문을 쓰는 6가지 방법, 결론을 쓰는 6가지 방법 정말 이대로만 쓰면 어떤 글이든 훌륭하게 쓸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다 쓰여진 글에 접목하면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처음 글을 쓰려고 앉아 있을 때(저도 지금 그런 상황입니다.) 시작 부분 6가지 중에 뭘 골라 쓸까. 이렇게 생각해서 쓰고, 시작 부분은 다 썼으니 이제 본문 써야지, 이렇게 논리적으로 사고하며 글쓰기는 어렵습니다.


혹시 주제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주어진 글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어떤 도입부를 해야 할 지 고민하는 게 사실입니다.

사람은 처음부터 논리적 분석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덩어리'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름 붙였습니다.

'생각 덩어리'라고요. 특히 처음 무언가를 생각할 때는 어떤 '덩어리'로 막연히 생각하지 않나요?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막연히 '사랑에 대해서 써봐야지' 생각합니다. 이 상태에서 시작의 6가지 방법을 떠올리고 그 중에 선택을  한다는 건 무리입니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가 더 명료해져야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생각의 덩어리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곧 '제목'을 붙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임신하면 뱃속의 아이에게  '태명'을 붙여줍니다.  나중에 태어나서 정식 이름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태명'으로 아이의 존재를 인정합니다. 저는 임산부들이 태명으로 아이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뱃속에서도 존중받는 생명이란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이게 제가 말하는 '제목 붙이기'와 흡사합니다.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글이지만 내가 소중하게 대해준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냥 아가라고 뱃속의 아이를 생각하는 것보다 '귀요미', '사랑이', '행복이', '상추(최근에 들은 태명 중에 젤 잼있었습니다.)'라며 태어날 아이를 생각한다는 건 그만큼 아이를 나에게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각별한 존재로 느끼게 해줍니다.


단순히 '사랑 이야기'를 쓸거야 보다는 '내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서 쓸 거라고 제목을 붙인다면 보다 쉽게 도입 부분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제목 하나가 떠오른다. 어느 정도는 흥분을 유발하는 제목이다.
그 덕에 책에 대한 아이디어가 분출하고, 집필이 진행된다.
그러다 결국 그 제목은 다 소진되어 식상해지고 다른 제목을 찾게 된다.
쉽게 바닥나지 않는 다른 어구를 찾아내면 그게 최종 제목이 된다.
 -E. L. 닥터로

이 말에 의하면 제목은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글은 글쓰기 과정도 잘 설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독자로서 보는 것은 최종 제목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시작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자신만의 제목을 붙이는 것으로 글을 시작한다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내 머릿속을 떠다니는 수 많은 생각의 덩어리에 이름을 붙여봅시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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