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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Sep 01. 2023

모든 글은 '제목'과 '문장'으로 구성된다

끌리는 제목, 울리는 문장 쓰기

진정한 연금술사는 납을 금으로 바꾸지 않습니다. 말로 세상을 바꿉니다.
-윌리엄 H. 가스(William H. Gass)-

나는 글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을 때마다 책 한 권을 쓰겠다는 목표를 생각한다. 

오늘 쓰는 글이 단지 한 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책 한 권이 되는 것이 진짜 '엔딩'이라고 믿는다.(어느 때는 해피 엔딩이든 새드 엔딩이든 열린 결말이든 결말까지 쓴다는 것자체가 부럽다.) 

이렇게 한 권과 한 편을 동시에 생각하는 것이 다소 복잡해보일 수도 있지만, 한 편과 한 권을 동시에 관통하는 두 가지 요소는 '제목'과 '문장'이다. 그래서 일단 제목을 쓰고 나머지 문장을 쓰면 글 한 편이 완성되고, 이 한편이 모이면 한 권의 책을 완성할 수 있다.  


독자의 입장으로 생각해보자. 제목을 보고 끌리면 첫문장을 읽는다. 여기까지만 읽어줘도 성공이다.  읽기 전에 훑어 보는 경우도 많다. 작가가 공들여서 쓴 한 문장, 한 문장을 읽기보다 우선 뭉터기로 본다. 그러는 사이 한 문장이라도 와닿는다면 조금 더 읽을 확률이 높다. 마음을 울리는 한 문장이 없다면 집었던 책은 내려놓아진다. 그리고 영원히 흘러가버린다. 강물처럼.


글을 쓸 때는 독자의 입장을 자꾸만 잊어버린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 음식이 귀했던 시대가 지나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나는 세상이 된 것처럼 읽지도 않을 책을 찍어내고 재고가 된 책들이 폐지수집업체에서 처리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생명과 연결된 것이라 아깝다고 하지만 읽지 않은 책들이 처리되는 걸 공론화하고 아깝다고 읽고 버리자고 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는 버리는 인간의 책임이 되지만, 책이 버려질 때 읽지 않은 사람이 비난받지 않는다. 어쩌면 이 경우 쓴 사람이 원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찾아 줄서는 것처럼 버리는 책이 넘쳐나면서도 독자들은 여전히 재미있는 책 읽을만한 책을 찾기 어려워한다. 혹시 그런 책을 찾더라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는 단순히 '잘 쓰는 글'이 아니라 '읽히는 글'을 써야 한다.


읽히는 글을 위해서 작가는 도둑이 되어야 한다. 

시선을 훔치고, 독자의 시간을 훔치고, 마지막엔 마음을 훔쳐야 한다. 어찌 보면 글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속이는 것이다. 

누군가를 속인다는 것은 어렵다. 전 세계 어떤 매체, 영화나 소설에서 '산타가 부모야.'라고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전 세계의 대동단결과 부모의 헐리우드급 연기에도 결국 산타가 거짓말임이 드러난다. 어린 아이가 논리적으로 생각을 조금만 할 줄 알게 되면 쉽게 추리하고 심지어 들킨다.


그러나 내가 쓰는 글은 나 혼자 세상을 상대로 속여야 하는 고독한 싸움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진짜같아야 하고 공감을 지나 감동을 얻지 못하면 싸구려 사기꾼으로 전락한다. 산타를 들킨 부모는 당당할 수 있지만 독자를 끝까지 잡아두지 못한 작가는 초라한 뒷모습으로 사라져야 하는 운명이다. 


글을 쓴다면 기억하자.

납에서 금을 만드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연금술사들이 금을 만들기 위해 '현자의 돌'을 만든 것처럼, 작가는 '제목'과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끌리는 제목으로 시작해서 울리는 문장을 써야만 오늘의 배부르고 게으른(나같은) 독자들을 조금이라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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