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고기가 되지 않는다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했을 때, 오스트레일리아 영화로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다고 화제가 됐던 영화가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꼬마 돼지 베이브'라는 제목으로 상영되었고 나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이 영화를 보며 영화 배경과 스토리가 오스트레일리아의 분위기였다는 기억만 남아 있었다.
돼지에 관한 글을 쓰면서 이 영화가 떠올랐고, 인터넷에서 이 영화를 찾아 다시 보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나는 바로 돼지의 현실과 다른 점을 발견했다.
돼지의 성장 상태였다. 돼지는 성장이 빨라서 그렇게 오래 아기 돼지로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에 출연한 꼬마 돼지는 무려 48마리라고 했다.
그런데 인간의 눈에는 똑같은 아기 돼지로 보이는 것도 신기했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나오는 돼지 농장은 오스트레일리아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칸칸이 어미 돼지들이 새끼 돼지를 출산하고,
출산하면 며칠이 지나 아기 돼지들만 남겨둔채 도축장으로 끌려간다.
그러나 돼지들은 '천국'으로 간다고 믿으며 슬퍼하지도 않고
곧 자신들도 천국에 갈 것이라고 오히려 기뻐했다.
전편에서 얘기한 '캐나다'에서 보리를 먹고 자랐다는 돼지는
캐나다라서가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다른 환경에 있었던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자본주의에서 축산업이란 게 땅이 넓다고 조금 더 여건이 좋다고 아주 다른 환경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인 '베이브'는 잠시 엄마와 함께 있었던 순간을 그리워하며
다른 형제 무리와 떨어져 있는 사이에 경품으로 팔려가게 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마을에서 무게를 맞추면 당첨된 사람에게 돼지를 주는 행사를 했고,
농장 주인이 그 돼지에 당첨된다. 물론 베이브는 크리스마스에 먹는 요리용이었다.
그렇게 베이브가 농장에 오게 되고, 그곳에서 동물들과 인연을 맺게 된다.
아기 돼지를 걱정한 양치기 엄마 개가 잠시 돌봐주기로 한다.
농장에서 오리를 만났는데 오리는 수탉이 되고 싶어한다.
오리는 베이브에게 동물의 효용가치를 알려준다.
수탉은 시간을 알려주고, 양치기 개는 양을 치고, 양은 양털을 생산하기에 잡아 먹지 않지만
오리와 돼지는 잡아 먹기 위해 기르는 것이라고.
그래서 오리는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수탉처럼 시간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베이브는 어찌 되는 것일까?
돼지가 고기 말고 다른 곳에서 효용가치가 있을까?
이 물음의 답은 '양치기'에 있었다.
양치기 개에게는 자식이 여러 명 있었다. 그러나 그 강아지들은 판매용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주인은 강아지들을 모두 팔아 버리고 혼자가 되었다.
그 때 베이브는 말한다.
"엄마라고 해도 돼요?"
이렇게 양치기 개와 베이브는 엄마와 자식 같은 관계가 된다.
그러니 베이브가 양치기가 되는 것도 억지스럽지 않다.
더구나 양치기 개가 하듯이 폭력적인 방법이 아니라 베이브가 스스로 터득한 '부탁하는 방법'으로
양치기 돼지가 되고, 양치기 대회에서 1등을 한다.
요즘이야 워낙 CG기술이 좋아서 직접 동물을 촬영하지 않고도 영화를 만들지만
그 당시 직접 동물을 데리고 영화를 찍었을 때 이 정도로 찍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이 영화가 미친 파장으로는 애완용으로 돼지를 구입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성장 속도가 빨라서 나중에 처치 곤란이 되었다고 한다.
돼지에 관심을 가지며 알게 되었는데 돼지는 아이큐가 높다고 한다.
그런데 왜 애완동물이 되지 못했을까를 생각해 본다면 몸집 때문이 아닐까 싶다.
머리가 좋지만 몸집 때문에 고기의 운명이 된 '돼지'의 효용가치가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더 안쓰럽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를 찍고나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까지 오른 제임스 크롬웰은
영화 때문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조련사와 농장에서 머문 후부터 채식주의자가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