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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Dec 11. 2023

오은영의 계절이 가고 강형욱의 계절이 왔다

인생 개판이 됐다 3


내가 아이를 키울 때는 <금쪽같은 내 새끼>의 오은영 박사님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오은영 박사님이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는 지금의 <금쪽같은 내 새끼>와 달리 주로 초등 이하의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다. 그때도 인기가 많아서 '우리 부모가 달라졌어요' 혹은 '우리 남친이 달라졌어요'등으로 패러디 하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지 않아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오은영 박사를 알고 있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과 경험하는 것이 다르듯 아이를 키우게 되면 검색을 하게 되고, 영상을 찾아보고, 책도 읽어보게 된다. 열혈한 팬이 아니더라도 아이를 키우는데 거쳐가는 '계절'처럼 접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책을 읽기에는 시간도 없고 기운도 없었기에에 텔레비전을 많이 봤다.

어떤 사람들은 아이에게 영상을 보여주면 안 된다고 하지만, 내 실험상 갓난 아이는 영상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아이가 영상을 알아볼 때쯤 내가 텔레비전을 끊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하루 종일 홀로 집에 있는 일이 많아졌다.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도 '나 홀로 집에 있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이는 커뮤니케이션 상대가 되지 못한 채 내가 돌봐야 할 대상이기에 형벌처럼 갇힌 느낌이었다.

<나 홀로 집에>의 케빈은 제목과 달리 도둑들과 스펙터클한 모험을 치루지만, 집안에서 유일하게 밖을 볼 수 있는 것은 텔레비전이라는 창이었다.


그때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침드라마' 전 회를 다 봤고. '다시 보기'의 맛을-넷플릭스와 유튜브도 지금처럼 활성화되기 이전-알아 많은 것들을 역주행 했는데 그중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본방을 따라가는 것은 물론이고 3년치 역주행 다 했다. 당연히 오은영 박사님의 책도 샀다.


그렇게 방송과 내 아이의 상황을 분석하고 대입하며 아이를 키웠다. 그러나 나의 케이스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중에 아주 비슷한 것이 아이의 '변비'였는데 결국 나는 아이를 관찰한 결과 '자세'가 문제였다는 것을 알아내고 '독자적' 답을 찾았다. 물론 똑같은 상황에서 직접적 솔루션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오은영 박사는 나한테는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행동'이라는 철학이었다.


오랜 세월 아이를 아이답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어른답게' 키우는 것이 옳다고 믿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의 본성을 이해하고 아이가 자발적으로 따라올 수 있도록 '안내'를 하는 부모의 역할을 오은영 박사는 제시하고 있었다. 그러니 하나의 문제에 대한 하나의 솔루션은 꼭 맞는 답이라기 보다  답을 찾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가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오은영 박사가 멀어지고 있었다. 마치 뜨거운 여름에서 찬바람 부는 가을이 오면서 여름 바다의 소란스러움이 점차 사라지고 이제 헤엄칠 수 없는 차가운 가을 바다를 바라보는 것처럼.


그리고 다행인 건 요즘 방영하는 <금쪽같은 내 새끼>에 출연하는 아이들의 놀라운 문제들을 내 아이에 대입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를 키우는 일이 수월해진 건 아니지만, 아이도 어느 정도 스스로의 일을 하고 전보다 서로 독립된 스케줄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레 아이와 거리가 생긴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동물등록을 하고 나서 며칠 지나지 않아 문자가 왔다. 동물등록제는 2014년 1월 1일부터 전국 의무 시행 중이며 가까운 시·군·구청에 동물등록을 해야 하고, 등록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한다.  

등록 대상 동물은 주택·준주택에서 기르거나 그 외의 장소에서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월령 2개월 이상인 개라고 한다.


문자의 내용은 '초보 견주 교육'을 신청하라는 문자였다.


아이를 키우는데 교육이 필요한 것처럼 반려동물을 키우는데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이미 자리 잡고 있고 또 지자체에서도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 또한 당연히 교육에 참석했고, 우리 강아지의 주 보호자-아직 10살이지만 서류나 행정적인 것 외에는 우리 딸이 책임지고 있다.-인 딸과 함께 갔다.


참고로 반려동물 교육이나 반려동물 행사가 많은데 동물의 특성상 대부분은 개가 참여한다. 그래서인지 개를 대상으로 한다. 반려동물=개 라는 의미가 크다.

반려동물 교육에서 강아지에 대한 이해와 꼭 빠지지 않는 교육이 '산책'이다.

아이를 키울 때는 먹이고 재우고 하는 것부터가 교육이었는데 강아지는 '산책'이 초보 견주에게 빠지지 않는 교육이다.


이렇게 강아지 교육에서 '산책'이 중요하게 된 것은 강형욱 훈련사의 기여도가 크다.

과거에 강아지를 키울 때는 참고로 할 만한 것이 없이 그저 집안에서 키우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키웠다. 집 밖에서 묶어놓고 키운 개부터 집 안에서 말 그대로 애완용으로 키우는 개까지 주인 맘대로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개를 교육하고 스트레스 받지 않게 관리하고 또 적절한 운동과 성장을 위해 '산책'을 중요시한다.

과거에 반려동물을 키웠다는 사람들로부터 '요즘은 강형욱이나 참고할 만한 자료가 많아서 부러워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마치 과거에 아이를 키운 엄마들이 요즘 육아 방식을 보며 부러워하듯이.


이런 변화는 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이나 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가치관의 시험대에 올라가게 되는 상황을  자주 겪는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폭력적인 방법으로 훈육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도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갈 때도 있었다.(그런 유혹과의 싸움에서 이제는 이긴 것 같다.)

그런 훈련(엄마로서 나의 훈련) 때문인지 강아지의 저지레는 화가 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울 때 절대로 체벌하지 말라는 오은영 박사님의 얘기나 반려동물을 맘대로가 아니라 특성을 이해해 훈련시켜야 한다는 강형욱 훈련사의 말은 공통적으로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하자는 가치관에 대한 설명이다.


어렸을 때, 강아지 농장의 아버지를 보며 개를 사랑으로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훈련사가 되었고, 좋은 훈련사가 되기 위해 세계의 강아지 훈련사들을 찾아 교육을 받았던 강형욱은 스스로도 '훈련사'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돈이 없어서 돈을 모아 잠깐잠깐 해외에 다녀온 것이라 '유학'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고 하는 강형욱은 이제 나에게는 하나의 계절처럼 찾아왔다.


강아지의 문제 행동을 해결하기 위해 검색을 하고 책을 찾기도 하겠지만. 강아지를 존중하고 인간과 즐겁게 공존하는 마음가짐을 배우는 계절이 될 것이다.


지자체의 초보 견주의 교육을 받던 날. 강형욱 훈련사님은 아니지만 그 영향으로 많은 훈련 사분들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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