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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Feb 18. 2024

전가된 외로움, 강아지의 분리불안


강아지를 키우면서 심리학 용어를 듣게 되어 놀랐다.


이른바, 분리불안.



강아지에게 분리불안이란 주인과 떨어졌을 때 오로지 주인만 기다리며 짖거나 밥을 먹지 않거나 아니면 집안을 엉망으로 만드는 등의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특히 견종에 따라서는 분리불안이 심한 종이 있다고 했다.


또 영리한 만큼 분리불안이 생기기 쉽다고도 했다.



처음 펫샵에서 분양을 받을 때 직원이 강조를 한 일이 있었다.


강아지를 울타리에 두고 너무 이뻐해 주지 말고 때가 되면 밥만 주라고 했다.


잠도 혼자 잘 수 있게 하라고.


분리불안이 생겨버리면 강아지도 힘들고 온 가족이 괴롭다고 한다.



그 말을 잘 따라서 일까.


우리는 몇 주간 밥만 주고 딱히 눈길을 주지 않았다.


우리가 나가서 혼자 장시간 집에 있어도 돌아왔을 때 반가워할 뿐 별다른 이상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강아지가 데면데면한 것은 아니다.


식구들 중에서 유독 나를 자주 쫓아다니는데 내가 무시하고 있으면 그저 근처에 앉아 있을 뿐이다.



그런데 나는 심리학을 전공해서인지 '분리불안'이란 단어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분리불안'이란 단어가 왜 인간이 아닌 강아지에게 이렇게 보편적으로 쓰여야 하는지 말이다.


심리학에서 '분리불안'은 '애착'에서 파생된 개념이다.


워낙 유명한 이론이라 다들 잘 알겠지만 마음이 건강한 아이들이 주 양육자와 잘 떨어지고 또다시 만났을 때 반가워한다는 그런 이론이다.


그러나 애착 형성이 잘못되면 주 양육자와 분리가 안되거나 집착하거나 등등 서로를 힘들게 한다.



강아지의 분리 불안, 이라는 것이 어쩌면 인간에게서 전가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쓰기 전에는 '애완동물'이라는 말을 썼다.


말 그대로 '애완동물'의 역할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역할'외에 요구하는 것은 없었다.



내가 싱글이던 시절에 반려동물에 관해 들은 얘기 중에 하나는


'반려동물을 키우면 결혼 못 한다.'라는 얘기였다.


그 얘기를 듣고 나는 결혼하기 위해 반려동물을 키우면 안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렇게 좋다니 한번 키워볼까?'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좋길래 결혼을 안 하게 될까 궁금했다.



사람들은 외롭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우기도 한다.


나만 해도 그렇다. 외동인 아이가 외롭다는 성화에 덜컥 키우기로 했으니 말이다.


막상 키우면서도 자식들이 집을 떠난 외로운 노인들이 키워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으니


반려동물은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훌륭한 존재다.



그러나 인간이 외롭지 않으려고 그 외로움을 강아지에게 전가시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아지를 키우기 전에는 딸이나  내가 집에 혼자 있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건 강아지가 되었다.


늘 집에 돌아오면 반겨주지만, 정작 반겨주는 그 존재는 혼자 집을 지키는 외로움을 떠맡게 된 것이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이름을 바꾼 것은 인간을 위한 동물이 아니라


동물 그 자체로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는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름을 바꾼다 해도 반려동물이 인간을 위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본질적 역할을 바꾸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강아지를 키우는 분들 중에 오늘도 분리불안 때문에 고심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여러 방법을 찾아 공생의 방법을 찾고 있겠지만


외로움을 전가시킨 책임이 그렇게 돌아오는 게 아닌가 싶다.



어쩌면 모든 생명에게는 외로움이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따뜻하게 품어주며 살아가야 하는 것 또한 본능이지 싶다.



외롭고 심심하다는 딸을 위해 강아지를 데려왔다고 그걸로 된 거 아니냐고 하지 말고


나 또한 딸아이를 더 안아주고 예뻐해 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줘야겠다.





첫날 울타리 안에서, 그때부터 쭉 이곳은 자기만의 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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