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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열매 Jul 30. 2016

홍동을 이야기하는 것

홍동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막상 직접 가본 적은 없었다. 지난 6월, 동작신협 청년위원회 모임 덕분에 홍동마을을 다녀왔다. 지역에서의 협동조합 운동을 이야기할 때 밝음신협, 원주한살림 등을 중심으로 하는 원주와 풀무학교, 풀무생협 등을 바탕에 둔 홍성이 빠지지 않는다. 지역을 찾아가면 막상 현실은 다르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단체들간의 협력이 쉽지 않고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이해도 생각처럼 높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곳을 찾아가는 것은 그러한 환경에도 불구, 변화를 만들려는 노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멈추지 않고 현재까지 그러한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은 가치에 공감한 사람들의 희생-개인 삶의 '희생'이 공동체 형성과 유지를 위해 다뤄지는 것이 싫지만, 일정 부분 필요한 것이 사실인 것 같다. 흠.-이, 공감에 대한 나눔이 여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갓곳 마을 초입의 안내판

지역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교육을 통해 홍동마을은 꾸준히 변화를 만들어오고 있다. 밝맑도서관, 느티나무 책방 등이 자리 잡은 마을 초입에 위치한 표지판에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 곳에 집 한 채밖에 없었다는 글이 적혀 있다. 지금은 다양한 공간이 자리 잡고 마을의 활기를 가져오는 곳이지만,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현재의 변화를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변화는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나아가는 사람들의 몫일지 모른다. 


홍순명 선생님께서 저자로 참여하신 책에 사인을 받고 있는 청년위원회 멤버.


청년위원회는 모시기 쉽지 않은 홍순명 선생님께 좋은 말씀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1960년부터 풀무학교의 선생님으로 홍동마을을 이끌어온 홍순명 선생님은 1970년대 후반, 직접 ICA(세계협동조합연맹)에 편지를 보내 세계 협동조합 운동에 대한 자료를 받고 학생들에게 새로운 관점과 생각을 소개하기도 하셨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았던 당시 협동의 가치를 이론과 학습으로, 또 생활 속에서 온 몸으로 실천하셨던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것만으로 감사한 시간이었다. 

풀무학교에 대한 이야기는 뭔가 신비롭다. 그런 공부가 우리나라에서 가능할까? 땅이, 농업이, 사람과의 만남이 주는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공부가 지금도 계속된다는 것이 정말일까 싶은 마음. 홍순명 선생님은 학교 그 자체가 아닐까 생각된다. 건물이 학교가 아니라 학교의 선생님이, 학생이 학교인 것이다. 선생님의 말씀 속에선 교육의 중요성이 담겨 있다. 협동을 생활의 방식으로 가져오기 위해서 학교가 마을이 되고, 마을이 학교 되려는 과정, 그리고 지역의 일꾼으로 사람을 키우고 그 일꾼이 지역을 이끌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담담하게 다뤄졌다. 협동의 가치를 몸으로, 생활에서, 또 이론으로, 학습을 통해, 말 그대로 생활 속 협동조합을 생각하고 꿈꾸어 온 그 모습을 보며 나도 그렇게 고민하며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묻게 됐다. 쉽게 답할 수 없다는 사실이.. 그게 나의 지금이다. 


밝맑도서관. 풀무학교를 설립한 이찬갑 선생님의 호를 딴 밝맑도서관. 밝고 맑은 그 곳


가끔 생각하는데 생활이 전부 공동체를 위해 이뤄지거나 더불어 함께 어울리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거나.. 하는 것이 나에겐 쉽지가 않다. 그래서 협동조합을 공부하는 것이 나에게 맞는 것일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음. 하지만 오늘날의 공동체는 다를 것이다. 개인의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참여에 기반한 공동체가 더 지속가능성을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개인의 참여는 독립성,  그리고 (조직, 조직 내의 구성원과) 일정 정도의 거리두기가 가능한 환경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립이 된 상태에서의 공동체를, 나의 공간과 시간이 충분히 확보된 상태에서의 공동체가 오늘날의 공동체 운동이 과거와 달라지는 지점이 아닐까. 공동체의 의미와 역할이 시대에 따라 변하듯,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이 변화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라고 본다. (.. 뭔가 자기합리화인가-_-) 앞으로의 협동조합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것일까. 앞으로의 협동조합을 만들어갈 주체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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