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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진 코치 Sep 01. 2022

우리가 무언가를 제 때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게으름이 아닌 두려움 때문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게으름이 아닌 두려움 때문이다




인용문으로 입을 떼기가 썩 내키지 않지만, J는 자신의 상황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당한 말은 없다고 생각했다. 10년 차 칼럼니스트인 J에게 일간지 기고라면 그가 늘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듯 '담백하고 간결하게' 쓰면 그만이었지만, 그는 마감을 앞두고 매번 이같은 경험을 반복하고 있었다.


' 제때 일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게으름이 아닌 두려움 때문이다.'


게으르다는 무책임에서는 겨우 벗어났지만 두려움이라니... 게으름뱅이나 겁쟁이나 내키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몇 줄 써 놓은 문장을 읽어보니 역시 형편없다. 만일 운이 좋아 이번에는 잘 고쳐 쓴대도 다음에도 그런 행운이 또 찾아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 J는 그럴듯한 인용문을 앞세우고도 다시 한참 동안 커서가 깜박이는 것을 지켜보고 있어야만 했다.




J의 사례는 소위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전형을 보여준다. 요즘 유행하는 MBTI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종종 선호와 반대되는 지표가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른바 선호 외 Oops : out of preference scores 구간이다. 예를 들어, 체계적이고 계획성 있는 사람 (J유형)의 무려 17% 가 (J답지않게) 마감이 임박해서야 일에 착수하는 '임박착수' 경향을 보이는데 출처 MBTI Form Q expanded Interpretive Report(Quenk,Kummerow,2001),한국표준화 표본 이는, 결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일을 미루는 '회피형 완벽주의' 성향과도 관련이 있다. 여유 있게 일을 계획하는 대신 아예 일에 착수하는 시기를 미루는 것이다.



이같은 '게으른 완벽주의'를 극복하려면 상상 속의 두려움에 직면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때의 용기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자기 확신'이다. '자기 확신'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확신'이라는 말은 언뜻 듣기에 근거가 분명한 말인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늘 그렇지만도 않다. 이 오빠를 못 믿냐고 으름장을 놓거나 내 자식은 절대 그럴 리 없으니 자식 교육 똑바로 시키라는 삿대질 뒤에도 뚜렷한 근거는 없다. 단지 내가 그렇다고 믿고 말한다는 사실만으로 전적으로 그것을 '확신'할 뿐이다. 그런데 이런 믿음이 이처럼 무엇인가를 옹호하는 데만 쓰이지는 않는다는 데서 진짜 비극이 시작된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무엇인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일을 그르칠 것만 같은 착각에 시달린다. 이번 한 번은 해냈어도 더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은 덤이다. 앞선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그렇게 믿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지만 어떤 말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부정적인 생각 속에 자신을 가둔다. 이것이 바로 '자기 제한적 신념'이다. 여기 '자기 제한적 신념'이 더 큰 비극으로 치닫게 되는 몇 가지 장치가 더 있다.


'WHY'


'왜'라는 말에는 강력한 힘이 있어서 '왜'로 시작한 문장의 전제는 그대로 믿어버리기 쉽다. 예를 들어,


'왜 나는 이 모양 이 꼴일까…'

'왜 나는 이것밖에 안 되는걸까…'


이렇게 한탄하는 동안 우리는 무의식중에 '나는 이 모양 이 꼴'인데다가 '이것밖에 되지 않는다'라는 전제를 습관적으로 뇌에 각인시키고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을 좁은 틀에 가두는 이유를 곰곰이 되짚어보면 가끔 황당한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그것이 바깥 세상이 두려워서라기보다는 내가 정말로 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_성공에 대한 두려움에서 출발했음을 발견하는 때이다.


'여기서 한 발을 더 내딛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 다음엔?'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공을 감당하지 못할까 봐 지레 겁을 먹고 안전지대에 머무르기를 선택한다. 그러나 이 안전을 위해 지불하는 대가는 생각보다 크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혹은 곧 일어날, 그러나 나는 경험하지 못한 모든 일들이 그 대가다.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뒤늦게 후회하지 않으려면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깎아내리려는 마음이 들 때 한 발 떨어져 자신을 바라 볼 수 있는 정신적 공간이 필요하다.



출처 : 미상, The miracle morning 에서 재인용



에크하르트 톨레는 자신에 대한 허구의 이미지를 '에고'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반복되는 생각이 있고 그 생각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무한한 공간이 있다. 출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에크하르트톨레 


거기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진짜 나를 만나는 것이다. 내 안의 두려움을 기꺼이 직면하고 그것이 상상 속의 허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 우리는 억지 자신감이 아니라 진짜 '자기 확신'을 얻게된다. 거기서 삶의 해답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진짜 WHY를 발견하고 그 여정을 지속할 힘을 얻는다. 이 때 우리는 감정을 통해 진짜 자기를 만난다. 그러면 억지로 감정을 외면하고 날을 세워 독해지지 않고도 스스로 충분히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된다.









숨겨둔 진짜 자기를 찾아가는 여정이 코칭이라면,

모두에게 가장 탁월한 코치는 다름아닌 자기자신이다.

https://youtu.be/iTq5H4gMYH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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