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팔색조의 지렁이 손질 행동
팔색조 부모는 새끼들에게 지렁이를 주로 먹이며, 사냥 직후에 지렁이를 잘라서 둥지로 들고 왔다. 이러한 부모의 지렁이 손질 행동의 기능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논문 주제였다.
관찰을 하면서 부모의 지렁이 손질 빈도가 새끼가 어릴 때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관찰자의 느낌만으로는 논문을 낼 수 없다. 증거가 필요하다. 통계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여 증거로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관찰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보니, 역시나 새끼가 어릴 때 지렁이 손질 빈도가 높았다. 이는 새끼의 연령(크기)과 손질 행동이 관련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또한, 지렁이 길이가 길 때 손질 빈도가 높았다. 다시 말해 짧은 지렁이보다 긴 지렁이를 더 많이 잘랐다는 말이며, 지렁이 길이 또한 손질 행동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했다.
제시한 4가지 가설:
1. 큰 지렁이를 삼키지 못하는 작은 새끼가 먹이를 삼킬 수 있게 하는 것.
2. 잘게 잘라 새끼가 먹이를 빠르게 삼킬 수 있게 하여, 둥지 입구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기능일 것. 이는 포식자에게 들킬 가능성을 줄여줄 수 있다.
3. 사냥한 지렁이가 멀리 도망가지 못하도록 상처를 입히거나 기절시키는 기능일 것. 여러 마리를 사냥한 다음 한 번에 둥지로 이동할 수 있다.
4. 둥지로 다시 돌아가는 비행의 효율을 위한 것. 이 가설은 길게 늘어진 지렁이를 물고 비행한다면 이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는 가정이 깔려있다.
동물 행동은 한 가지의 기능을 가진 경우도 있고, 여러 효과를 동시에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팔색조 부모의 지렁이 손질 행동의 경우에 위에 제시한 4가지 기능을 중 여러 개의 효과를 동시에 가지는 것처럼 보였다. 미처 고려하지 못한 기능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관찰 데이터뿐이었기에 새끼의 연령과 지렁이의 길이가 행동의 여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바탕으로 1번 가설이 가장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다른 기능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만 열어두며 논문을 마무리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