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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도 Nov 28. 2023

기침을 하다가 새우를 만났다

그것은 바로 침대 위의 나

쿨럭쿨럭. 기침 소리가 사무실을 울린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제일 심한 것 같다. 요즘에는 영유아가 모여있는 어린이집은 물론이고 면역력이 강한 어른들이 모인 회사에까지 독감과 코로나와 감기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건강이라면 자신 있는 나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 딸도 함께.


이번에 당첨된 감기의 가장 고통스러운 점은 기침을 많이 한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냐하면 아침에 일어나서 하품을 하려고 입을 벌리면 흡입되는 공기가 목을 건드려 기침이 나올 것만 같아 하품도 하지 못한다. 


하품 시원하게 못하는 것은 그래도 참겠는데, 장 괴로운 것은 밤새도록 기침을 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잔다는 것이다. 어두운 밤 대 위에서 나는 새우가 되었다고 느낀다. 기침을 계속 하다 보면 몸이 저절로 반으로 접힌다. 그럴 때면 뜨거운 소금 위에 대하를 구워 먹었던 생각이 난다. 쿨럭쿨럭. 반으로 접힌 불쌍한 몸뚱이가 고통스럽게 기침을 하면서 침대 위에서 팔딱거린다.


쿨럭쿨럭. 심한 기침을 하다 보면 배에 힘이 잔뜩 들어가 저절로 몸이 일으켜지곤 한다. 깊게 자고 개운하게 일어나 새벽 5시쯤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데, 일어나서 시계를 보면 2시 26분이나 3시 47분 같이 엉뚱한 시간일 때가 많다. 다시 자려고 해도 얕은 잠을 잘 뿐이다. 쿨럭쿨럭. 내 기침소리에 딸이 깨고 딸의 기침소리에 내가 깨면서 밤새도록 상의 티키타카를 주고받는다. 아아. 좀 푹 자고 싶다.


하도 기침을 해서 목도 다 쉬었다. 꾀꼬리 같은 (원래 아니었음) 내 목소리는 다 어디 가고 허스키한 목소리만 남았다. 목이 아픈 것은 아닌데 계속 기침이 나오려는 것을 억누르느라 배에 자꾸만 힘이 들어간다.


아아. 언제까지 새우로 살아가야 할 것인가. 괴롭다. 고통스럽다. 졸리다. 피곤하다. 오늘은 푹 좀 자보고 싶지만 왠지 헛된 바람일 것 같다. 에잇. 이럴 거면 복근이나 생겨라! 얍! 쿠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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