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 따위에게 투자할 필요가 있을까

새벽기상에 처음 도전하다(2)

by 딘도

그 당시의 나는 사실 다이어리를 구입하거나 새벽기상 커뮤니티에 들어가는 일도 무가치하게 느껴졌다. 그 일 자체가 가치 없는 것이 아니라, 다이어리를 사봤자 쓰지도 않고 처박아두고 새벽기상 챌린지에는 당연히 실패할 내가 뻔히 보였다. 나는 나를 도저히 신뢰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을 나를 놓았다. 다이어리를 쓰면서 시간을 관리한다거나, 스케줄을 꼼꼼히 챙기고 미래를 계획하는 것을 관두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깊은 후회와 함께 늦은 밤에 잠들고 찌뿌둥한 몸과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무겁게 들어 올리는 아침을 반복하는 사이 나는 점점 무기력해져 갔다.


그 고리를 깬 것은 어느 연말이었다. 편처럼 스마트 워치를 쓰고 싶었는데, 역시나 나한테 그 물건을 사주는 것이 과하게 느껴졌다. 나 따위가 그것을 잘 활용할리 만무했다. 비싼 모델을 살 생각은 없었으므로 그래봤자 몇 만 원이지만, 시계가 없는 것도 아닌데 한심한 나를 위해 시계를 사주느라 돈을 쓸 필요가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몇 달을 고민하다가 저녁식사 자리에서 결국 남편에게 말을 꺼냈다.


"나도 스마트워치 하나 갖고 싶다."

"니도 하나 사라!"

"...."

"당근에 뒤져보면 많을걸?"


나 따위에게 스마트 워치를 사줘야 할지 여전히 고민인 나를 위해 남편이 나섰다. 당근마켓 앱을 뒤적이더니 남편이 말했다.


"미개봉 새 상품 하나 있네. 내 거 다음 모델이다."

"얼만데?"

"3만 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