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평. 작다면 작은 텃밭을 가꾸면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다 보니, 어떻게 밭을 꾸려야 할지 애매할 때가 있다. 현재 우리 밭의 3분의 1은 완두콩&강낭콩, 가지&고추, 방울토마토 등이 차지했고, 가운데 3분의 1은 감자 잎이 푸릇푸릇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3분의 1은 상추와 케일, 참나물과 명이나물, 쑥갓과 배추 등이 터잡았다. 당근이니 뭐니 뿌린 것은 많지만 제대로 새싹이 나지 않아 이래저래 노는 땅도 있었다. 고작 5평 땅에 노는 자리가 있었다고? 하면서 놀라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처음에야 이래저래 구획을 나누고 작물을 심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되는 대로 꾸려오고 있긴 했다.
땅이 어찌나 척박한 지 잡초 하나 없다. 덕분에 일거리는 예상보다 많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대신 수확량도 왠지 부실한 기분이 든다. 매일 가서 물을 줄 수 있는 형편도 아니어서, 주변 밭에 비해 작물의 성장이 느린 것도 마음에 걸린다. '우리 상추는 왜 이렇게 작지?'하는 의문이 항상 있었는데, 너무 자주 수확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쑥쑥 자랄 시간을 주지 않고 쑥쑥 뽑아내서일까?
이번주는 고구마순을 심기로 했다. 푸짐한 1단이 만 원. 5평 밭에 지나치게 많은 양이라 덜 푸짐한 1단을 6000원에 구매했다. 그것도 많아서 절반만 심기로 했는데 문제는 어디에 심느냐 였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일단 사고봤다.
앞서 말했듯, 3개의 구역별로 이런저런 애들이 자라고 있으니까. 그나마 쉽게 정리할 수 있는 부분은 마지막-상추, 케일, 참나물, 명이나물 존이긴 했다. 참나물과 명이나물은 척박한 땅에서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중이었고 상추와 케일은 그동안 많이 수확했으므로 정리하기 쉬울 것 같았다. 허나, 사람의 미련이란. 참나물은 꽃이 폈으니 곧 채종하면 좋겠고, 케일은 가을에 잘 자란다 하여...마음이 약해졌다.
다음으로 만만한 곳은 감자 존인데, 수확하면 알은 작아도 맛있는 감자가 나오지 않을까? 감자 밭을 정리하고 고구마순을 심으면 딱이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해답이 아니었다. 일단 4월 둘째주 주말에 심은 감자는 겨우 생육 60일을 넘을락말락. 이제 막 감자가 생기는 시기였을까? 알이 작더라도 수량이 많았다면 수확했을 텐데, 줄기당 한두 개가 고작이었다. 알을 맺지 못한 줄기도 있었다. 씨감자 25개가량을 심었으니 그보다는 많이 수확해야 하지 않겠나! 감자는 90일까지는 키워야 하는 작물이다. 여튼 그래서 결국 참나물과 명이나물 존을 뒤엎었다. 시험 삼아 수확한 감자 일부 존과 합치면 나름 괜찮은 모양이다.
5평 밭 일도 도구 '빨?'
고구마순을 쉽게 심으려면 도구가 필요하다. 1개에 3000원짜리인데 2개 구입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1개여도 충분했을 것 같긴 하다. 여튼 열심히 갈아 엎은 밭에 고구마순을 쏙쏙. 최첨단 장비가 있으니 금세 끝났다. 고구마순 심을 자리에 흙을 뒤엎다가 대따 큰 돌을 발견했다. 이노무 돌은 캐도캐도 계속 나온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물이 훨씬 크다. 호미론 무리여서 삽으로 꺼냈다.
요약
6월 11일 토요일
오후 5시 30분~8시
-참나물, 명이나물 아웃
-고구마순, 붉은 색 상추와 깻잎 모종 심기
-방울토마토 열매가 맺혔다. 베란다에서 키우다 내보낸 애들인데 너무나 튼튼하게 자라고 있어서 놀랐다. 야생에 잘 적응해줘서 고마워.
*오늘의 수확*
-감자, 열무, 배추, 쑥갓, 완두콩, 상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