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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Aug 30. 2022

[07.26 텃밭일지] 제철 맞이

코로나19 격리+덕질 스케줄로 인해 약 2주 만에 텃밭에 다녀왔다. 솔직히 털어 놓자면 텃밭에 가지 않는 동안, 애타는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지도, 텃밭이 미친 듯이 궁금하지도 않았다. 혼자 텃밭을 가꿨다면 황폐한 텃밭을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이들이 여러 번 방문해 물과 애정을 준 덕분에 5평 텃밭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모든 작물이 무럭무럭 자란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일단 녹두.

처음 밭을 일굴 때 뿌린 녹두 씨. 느린 속도로 싹을 내더니 열매까지 맺었다.

일부 수확해 녹두 밥을 지어 먹었다.  

(좌) 7.26의 녹두. 열매도 많이 냈고, 익은 열매도 많다. (우) 7.10의 녹두. 갓 나온 열매가 몇 개 있었다.

-다음으론 깻잎과 상추 존

(좌) 7.26의 상추&깻잎 존. 대충 봐도 엄청 자랐다. (우) 7.10의 상추&깻잎 존. 발 디딜 틈이 많다.

-그리고 가지.

마지막 기억으론 수확할 열매가 1~2개에 불과했던 것 같은데 이젠 열매가 꽤나 주렁주렁 달려 있다. 

-6월 11일에 심은 고구마.

3개월은 키워야 하는데 겨우 1개월 만에 이렇게 쑥쑥 자라 5평 텃밭을 벗어나고 있다.

일부 고구마 순을 정리해 주기로 했다.

-고추도 땄는데 사진이 없다.

집에 와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얄쌍한 오이 고추 하나 맛봤는데, 매워서 더 이상 먹질 못했다...


-당아욱은 한 철인지 그새 기세가 꺾였다.


텃밭을 운영하면서 작물의 제철을 알게 됐다.

초반에 산 깻잎 모종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죽더니 이제는 고구마 순의 습격으로 햇빛을 받지 못해도 죽진 않는다. 성장이 더딜 뿐. 4월 초, 밭을 일구면서 뿌린 녹두 씨앗이 뒤늦게 싹을 낸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녹두의 파종 적기가 6월이란다. 그간 죽지 않고 싹을 내준 것에 감사. 


하지 감자의 뜻이 하지에 수확하는 감자라는 것도, 최근 고구마순을 활용한 레시피가 여기저기 올라오는 이유는 지금이 제철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텃밭을 하면서 새삼 익히게 된 것들이다. 원래라면 별 생각 없이 지나쳤을 것인데 좀더 주의 깊게 보게 됐다.  


올해 개장한 주말농장인 탓에 흙이 거칠어 불만도 많았는데, 이만큼 작물이 자라는 것을 보니 초보 농부여서 괜히 전전긍긍했나 싶다. 우리 밭에도 슬슬 잡초가 자라고 있다. 가끔 만나는 잡초가 반가울 정도로 험한 땅이다. 그 밭에서 발 디딜 틈 없이 무럭무럭 자라준 작물들아~~~~~~~~ 고맙당~.~ 


텃밭을 운영하면서 작물의 제철을 알게 됐다. 이 세상 모든 생명이 갖고 있을 제철을. 순리대로 살아가는 힘을. 척박한 5평 텃밭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의 기운을. 


비 내리는 소리에 텃밭의 작물을 떠올린다. 촉촉히 젖은 땅 덕분에 오늘도 쑥쑥 자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요약

7월 26일 금요일 날씨 더움. 강력한 모기!!!

오후 7시 30분~8시 20분

-깻잎, 상추, 고추, 녹두, 감자 같은 방울토마토, 당아욱꽃, 고구마순 수확

-고구마 존 정리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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