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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곱창 Jan 04. 2021

브런치에서만 공개하는 나만의 비밀

겸손하기 힘들다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당부에 자랑할 것들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전에 여러 고민을 한다. 그래서 수차례 고민 끝에 올리지 못한 자랑거리가 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 아무도 이곳에서 나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아무도 나를 모른다는 핑계로 한 가지 꼭 공개하고 싶은 게 있다. 


그건 바로 기부다. 월드비전에 기부한지 만으로 3년째다. 매월 5만 원. 생전 처음 기부라는 걸 3년째 하고 있는데 몰래 하기가 쉽지 않다. 자랑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하지만 참고 있다.

지금 하고 있는 기부는 국내 아동 후원이다. 해외 아동 후원도 있지만 도움받을 아이들이 국내에도 많을 테니 국내 아동 후원으로 결정했다. 해외 아동은 월 3만 원, 국내 아동은 월 5만 원. 순간 해외 아동을 도와야 하나라고 흔들렸지만 간신히 국내 아동 지원으로 정했다. 한 달에 5만 원으로 생활비, 학자금, 의료비 등을 지원한다. 후원을 시작하면 한 아동이 지정되고 성인이 될 때까지 후원한다. 매달 이메일, 우편으로 아동이 어떻게 커가고 있는지 어떤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지 숙제처럼 나에게 전달된다.

처음 기부를 하기로 결정했을 때가 생각난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기부, 봉사를 할 거라고 계속 생각은 했지만 실천은 계속 미뤄졌다. 더 이상은 미루지 말자는 생각과 함께 어떻게 봉사를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드라마처럼 고아원 가서 발로 밟으면서 이불빨래하고 급식 배식하는 것보다는 그들에게 돈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기부를 하기로 결정했다. 막상 기부할 생각을 하니 ‘이 업체가 기부한다고 내 돈 가져가서 떼먹는 거 아니야?’ 와 같은 평소엔 관심도 없는 걱정을 하느라 기부를 몇 년째 미뤄왔다.

그러다 결국엔 계속 못하게 되더라.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그냥 어떤 업체든 간에 믿자. 내가 의심하는 순간에 이 아이들이 지원받을 시간만 늦추겠구나, 더 사회와 멀어지고 기회를 잃겠구나. 업체한테 속는 셈 치고 얼른 기부부터 시작하자.’라고 시작했다. 그 마음을 바꾸는 데 오래 걸렸다. 사실은 업체들을 의심해온 게 아니라 내 지갑을 열 용기가 부족했다.

후원을 시작하고 나니 월 5만 원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5만 원은 그 아이가 생활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 나중엔 더 큰 도움을 주고 싶었다. 주기적으로 ‘후원자님, 고맙습니다’라는 아이의 손 편지에 더 안타까웠다.


시작이 있어서 용기를 얻은 건 그 아이가 아니라 나였다. 한 달 5만 원은 나에게 미안함과 겸손함을 주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아왔는지.


기부를 통해 오히려 도움받은 건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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