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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Feb 27. 2017

힐리언스 선마을 모닥불&스파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 1박2일 여행기(5편)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 1박 2일 여행 일정]



 * 2017/2/4(토요일) *

12:00 집 출발
15:00 힐리언스 도착 & 체크인
16:30 프롭 요가
18:30 저녁식사
19:00 이시형 촌장 영상강연
20:00 숙소 휴식
21:00 인디언 키바 & 고구마
22:00 스파
23:30 숙소 도착 & 잠
* 2017/2/5(일요일) *

8:00 기상!
8:30 아침식사
9:15 산책
10:00 세로토닌 명상
11:30 짐정리 & 체크아웃
12:00 스파
12:40 점심식사
13:30 셔틀버스 출발 & 집으로


힐리언스의 밤은 어둑하고 고요합니다.

낮에 느낀 차분한 분위기가 밤에도 여전하네요.

은은히 비춰주는 달빛을 따라가며

또 한 발 한 발 마을을 걸어다녀 봅니다.



힐리언스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가

인디언 키바에요.

저도 키바라는 말을 처음 들었어요.

쉽게 얘기하면 캠프화이어?

모닥불? 불장난?


흐흐흐~~~

불장난할 생각을 하니 벌써 신나요.

불장난을 하면서 구워먹을 고구마도 샀어요.

고구마는 하나에 1,000원이에요.

카페에서 구입할 수 있어요.

거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맥주!



힐리언스는 원칙적으로 금주, 금연이라고 하던데...

카페에서는 맥주를 팔아요.

식당에서는 와인도 팔고요.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힐링에는 또 술이 빠질 수가 없잖아요.

고객들이 문의를 많이 한 모양이에요 ㅋㅋ


저는 '느린마을' 막걸리를 좋아해요.

힐리언스에서 마시면 딱 좋았을 것인데,

제가 깜빡하고 그냥 와버렸어요.

막걸리는 지나갔지만,

맥주라도 있어서 다행이에요 :)




키바에 도착하니 사람이 많아요.

어린아이를 둔 가족들이 많네요.

저도 어렸을 때 외할머니 댁에서나

장작에 불 피우고 고구마 구워먹고 그랬지

도시에서 살면 이런 경험하긴 어려워요.



키바 불 속에 고구마들을 익히고 있네요.

고구마 너무 많이 먹지 말래요.

배부르면 잠에 방해되나 봐요.

어딜가나 이렇게 생활습관 개선에 도움되는 꿀팁이 적혀 있어요.


저희도 키바를 즐기고 싶은데

아쉽게도 사람이 너무 많아요.

저희가 앉을 자리가 없네요 T^T

생활한복을 입고 있으니 쪼금 춥기도 해요.

그래서 일단 방으로 돌아가기로 해요.



밖에서 좀 떨었더니

따뜻한 객실이 좋네요.

조명도 포근해요.

처음에는 탁상용 등 밖에 불이 안들어오더라고요.

"우와! 여기 대박이야!"

"잠 잘 들라고 불도 안들어오게 해놨네!"

"역시 모든 디테일이 살아있어!"

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도 혹시 몰라

프론트에 전화해봤죠.

"원래 객실에는 불이 안들어 오나요?"

"아.. 아닌데요..? 잠시만요! 사람 바로 보내드릴게요!"

"음? 원래는 들어오는 거였어?"

ㅋㅋㅋㅋㅋ

원래는 들어오는 거랍니다.

저희는 또 운치있다고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히히덕 거리며 놀고 있었네요.

바로 직원분이 오셔서 고쳐주시더군요.

두꺼비집이 내려져 있었다는...


한 시간 정도 놀다가 다시 키바에 왔어요.

오... 아무도 없다.

저희도 얼른 고구마를 불 속에 넣어봐요.

아~ 맛있겠다 +_+ 빨리 익어라 구마야~



고구마가 익으려면 20~30분 걸린대요.

모닥불 쬐면서 와이프하고 또 두런두런 이야기를 해요.

참 우리는 대화를 많이 해요.

쓸데없이 시시콜콜한 얘기도 하고,

각자 최근의 관심사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오랫동안 이견이 갈리는 주제도 다시 떠내들어 보고,

앞으로 미래에 대해서도 얘기해 봐요.

아내와 다양한 얘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건 좋네요.

아내를 만나고 난 뒤로는 사실 친구가 필요 없어졌달까..


저는 최근에 직장 생활의 의미를 

어디서 찾을 것인지 고민이 되요.

정말 95%이상 만족하고 있는 직장인데도,

채우지 못한 5%를 어떻게 채울까도 고민이 되네요.

생각을 자유롭게 하고 싶은데,

직장에서는 그게 마음대로 안되요.

회사에서 허용되는 생각과 주장은 

회사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냐로 판단되요.


자유롭게 생각하고 싶어서

저는 이런 글을 쓰고 있네요.

근데 막상 블로그를 해도

엄청나게 특별한 생각을 하지는 않아요.

생각과 글을 필터없이 주욱~ 맘대로

내뱉을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바깥에서 뜨뜻하게 불도 쬐였겠다.

든든하게 고구마도 먹었겠다.

장작 타는 향기도 그윽하니 좋았어요.

이렇게 좋은 기분을 이어서

드디어 오늘 밤 활동의 하일라이트입니다.

바로! 스파!!!


스파는 밤 12시까지 해요.

저희는 밤 10시가 다 되어서 스파에 갔습니다.

너무 늦게 간 탓일까요.

저하고 와이프 외에는 사람이 없네요 T^T

아... 혼탕이면 좋을텐데...

혼탕이라니 말이 저급해 보이는군요.

가족탕이 있으면 좋을텐데...

그런 상상을 하며...

와이프를 여탕으로 보내고 (T^T)

저는 남탕으로 들어왔습니다.

서로 혼자서 즐기는 시간도 필요하니까요.


사람이 없는 탓에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둘러봤어요.

갈색/고동색 계열로 색깔을 통일했고,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네요.

럭셔리하진 않지만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잘 활용했어요.

곳곳에 자연스럽게 아로마/로션 등 상품을 배치해서

체험과 홍보를 같이할 수 있도록 했네요.

와이프는 스파에 비치된 로션을 써보더니 굉장히 좋다고 하대요.

체험/홍보 효과가 있긴 하네요.



기왕 구경하는 거 탕도 한 번 보시죠.



스파에는 탕이 두 개가 있어요.

하나는 온열탕으로 40도 정도 온도를 유지하네요.

다른 하나는 탄산탕이에요.

힐리언스 스파에 왔으면 탄산탕을 경험해 보셔야죠.

탕에 들어가면 탄산이 뽀글뽀글 몸에 맺혀요.

슬쩍 맛도 봤는데,

오! 탄산수 맛이에요.

그 탄산과 이 탄산이 같으니

욕탕에 탄산수를 채워넣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탄산탕은 36도 정도로 맞춰져 있어요.

이 온도가 탄산탕의 효과가 가장 좋다고 하네요.

약간은 차갑다 싶어요.

그래서 온열탕과 탄산탕을 번갈아다녔습니다.

혼자서 전세낸 듯 신나게 놀았네요.


탕욕을 오래 했더니

슬슬 나른~해 지네요.

와이프랑 만나기로 한 시간도 얼추 되었네요.

남탕과 여탕 사이에

카페 하나가 있어요.

카페 이름은 신선루에요.

"신선과 같이 머무를 수 있는 대청마루"라는 뜻이래요.



대청마루...

누워보고 싶어요.

대청마루에서 나는 나무향기도 좋네요.

여기저기 눈치를 보다가 벌러덩 누워요.

아~ 좋다.

그리고 시원하다.

편하다.

잠... 온다....

여기서 자면 안되는데... 

뭐 와이프가 깨워주겠지? 눈을 감아요.


와이프도 스파를 마치고 나왔네요.

제 자리가 탐났나봐요.

어이쿠! 와이프님이 원하시면

언제든지 비켜드려야죠~

팔자 좋아 보이네요...

저는 다음생에 태어나면

꼭 지금의 와이프로 태어나고 싶어요.

와이프는 다음생에 저로 태어나면 좋겠어요.

다시 결혼해서 복수할테다!! ㅋㅋ


대청마루에 눕더니 신난 와이프
자리 뺴앗... 양보한 남편




오늘의 일과는 이걸로 끝이네요.

참 잘 쉬고 잘 먹고 잘 운동하고 잘 놀았어요.

다시 어두컴컴한 길을 굽이굽이 올라 객실로 돌아가요.



어둠 속 고요함을 들으려

한 발 한 발 느리게 올라가요.

보통 도시에서는 어두우면 무서워요.

힐리언스에서의 어둠은 오히려 안정이 돼요.

인위적인 빛과 소리가 줄어든 어둠 속에서는

달빛이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있네요.


달빛은 늘 우리를 비춰주고 있어요.

가로등과 형광등에 익숙해진 우리는

달빛이 어디서 빛나는지 조차 모른 채 밤거리를 헤매이죠.


문득 든 생각인데

저는 달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네요.

아무도 밝혀주지 않는 가장 어두운 곳에서

가장 밝게 빛나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존재 말이에요.

이 세상에는 화려한 삶이 돋보이지만,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삶도 있을 거에요.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아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어려움,

매일 밤 눈물로 지내우는 삶도 있겠죠.


저는 대학원 공부까지 했고,

번듯한 직장도 있어요.

행복한 삶을 함께해주는 아내도 있네요.

앞으로 욕심 안부리고 살면 잘 살겠죠.


그런데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내가 공부할 수 없는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지금 내가 이렇게 살 수 있었을까?

내가 이룬 성취들이 내 노력의 결과가 맞는건가?

그저 난 운이 좋은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자신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걸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어요.

'나도 부모가 재벌이면 얼마나 좋을까'

'재벌 2세, 3세처럼 부족함없이 살 수 있을텐데'


저는 오히려 반대에요.

나도 이렇게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데,

나보다 더 안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고

더 안 좋은 환경에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제가 너무나도 잘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부담감과 책임감이 느껴져요.


우리 역시 다 같은 사람인데.

똑같이 행복하고 싶고,

똑같이 따뜻하고, 

똑같이 배부르고 싶고,

똑같이 존중받고 싶고,

똑같이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을텐데.

나만 잘 살고 있다고

이 세상이 아름답고 행복한건가.


다같이 똑같이 사는 사회를 꿈꾸는 건 아니에요.

그저 사람이라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권력을 등에 업고 개인 재산을 불리는 사람들만 없어져도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될 거라고 믿어요.

권력자들이 부당하게 얻은 이익은

사회적 약자한테 돌아가야 할 몫인 경우가 많아요.

저항할 힘도 시간도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제가 성공해야 할 이유가 생겼네요.

성공한 사람만이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자기 꿈을 실현할 수 있으니까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는 성경말씀처럼

힐리언스에서 머무는 하루동안

마음 가득 있었던 근심과 욕심은 버리고

새로운 의욕과 여유를 다시 채웠네요.


앞으로 남은 내 인생도 다시 한 번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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