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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Oct 04. 2020

아기 이름에는 부모가 물려 준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직장인 아빠의 1년간 육아기록 『아빠, 토닥토닥』 연재물 - 1/100

아뜰리에 자그르 강근영 작가의 작품 - '한울'


아내와 나는 태어날 아기 이름은 부모인 우리가 직접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안 어른들께도 미리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지은 이름이 '한울'이다. 아기 이름을 들은 직장 동료들은 옛날 느낌이 난다고 했다. 하긴 '한울'이라는 이름이 '도윤', '서준' 같이 세련된 어감은 아니고, 또 영어로 발음하기도 어렵다.


이름은 한 사람의 평생을 함께한다. 가장 바람직한 건 자신의 이름을 직접 짓는 것이지만, 아기가 이름없이 자랄 수는 없으니 부모인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이름을 붙인다고 생각했다. 아기 이름을 정하기 위해 아내와 나는 3개월간 매일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혹여라도 아내와 내가 죽어 이 세상에 없더라도 부모로서 자식한테 남겨주고 싶은 삶의 모습을 아기 이름에 담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이름 그 자체보다는 우리가 살아 온 삶을 정리하고, 이름에 담을 삶의 의미를 압축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울'은 하늘을 부르던 우리 옛말이면서, 한 울타리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한울'이라는 이름은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첫 번째는 하늘을 바라보는 아이라는 의미이다. 우리 부부는 기독교를 믿기에 우리 아이도 삶의 모든 순간에서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두 번째는 하늘의 넉넉함을 닮은 아이라는 의미이다.  하늘은 그 폭과 넓이와 높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한한 공간이다. 스스로의 능력과 한계를 제한하지 않고 무한한 잠재성을 믿으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마지막 세 번째는 한울타리 안에서 사람들을 품는 아이라는 의미이다. 아내도 나도 배려하는 마음을 삶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로 생각해 왔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가지고 주변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아기 이름을 지으면서 한편으로는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한울'이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는 아내와 내가 지향하는 삶의 방향이면서도 우리 부부가 삶에서 실천하지 못하는 바람이었기 때문이다. 한울이가 자라면 언젠가는 이름에 담긴 의미를 설명해 주게 될 것이다. 그때는 '한울'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의 부모로서 지금보다 더 이름의 의미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어야 된다는 부담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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