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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Oct 31. 2020

특별한 사진 한 장보다 평범한 일상의 기록을 남긴다.

직장인 아빠의 1년간 육아기록 『아빠, 토닥토닥』 연재물 - 10/100


산후조리원과 연계된 사진관에서 홍보 차원에서 아기들 사진을 찍어준다고 했다. 우리도 사진을 찍기로 했다. 신생아 한울이의 모습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다. 기억은 쉽게 사라질 것이기에 신생아 한울이의 예쁜 모습을 사진으로라도 남기고 싶었다.


다른 아기들과는 달리 한울이는 촬영하는 내내 불편해 보였다. 눈을 편안히 감고 있어야 사진이 이쁘게 나올텐데, 한울이는 눈을 부릅뜨고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울이는 이 촬영이 못마땅하다고 말하는 듯 했다. 사진 작가는 한울이 눈을 억지로 감기려 했지만 한울이만 더 불쾌하게 만들었다. 한울이가 울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었다.


결국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지 못했다. 전문 사진 작가, 성능 좋은 카메라, 화사한 조명, 그리고 컨셉에 맞는 옷과 소품들까지. 예쁜 사진을 찍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런데 정작 한울이가 불편해 하니 이 모든 것들은 무용지물이었다. 앞으로 한울이가 의사표현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스튜디오 촬영은 하지 않으려 한다. 사진 한 장 찍자고 억지로 한울이를 불편한 상황에 몰아넣고 싶지 않았다.


그 대신 한울이에게 더 많은 일상의 기록을 남겨주기로 다짐했다. 꾸미고 만들어 낸 사진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보다는 자연스러운 한울이의 모습을 더 많이 기억하고 싶다. 내가 한울이의 모습을 가장 잘 기억하는 방법은 한울이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담아내는 것이다. 내가 찍은 사진은 초점이 흔들리 일쑤지만, 내가 한울이와 함께한 시간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전문 사진 작가의 시선으로 찍은 사진보다, 한울이를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의 시선으로 찍은 일상의 사진들이 더 특별하다고 믿는다. 지금도 그때 찍은 사진들을 보면 마치 미술관에서 오디오해설을 듣는 것처럼 과거의 시간이 되살아난다. 한울이가 자라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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