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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Nov 02. 2020

육아를 하는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직장인 아빠의 1년간 육아기록 『아빠, 토닥토닥』 연재물 - 11/100

한울이가 집에 왔다. 태어난 지 2주만이었다. 이제 본격적인 육아 시작이다.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육아가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아쉽게도 우리는 의지할 곳이 없었다. 아내와 나, 그리고 한울이 이렇게 셋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만 했다. 육아 경험이 전혀 없는 우리 부부가 이 조그만한 아이와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다.


지금 우리가 한울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한울이가 안전하고 깨끗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한울이 오기 며칠 전부터 집 안을 구석구석 청소하고, 가구 배치도 바꾸고, 아기침대도 설치했다. 한울이가 입을 옷도 전부 깨끗하게 빨래해 놓았다. 젖병, 인형, 책, 장난감 등등 한울이가 사용할 모든 용품들도 소독을 했다.


한울이 물건을 준비하면서 한울이를 생각해 준 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한울이가 사용할 물건들은 대부분 물려받거나, 선물받은 것들이다. 우리가 새로 산 것은 한울이에게 처음 입힐 배냇저고리 정도 밖에 없었다. 한울이가 입을 옷을 물려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옷을 물려준 지인들은 깨끗한 옷만 따로 골라서 손수 세탁까지 해서 보내주었다. 한울이에게 선물을 주신 분들은 올해 나온 신상 제품들로만 사주셨다. 모두 한울이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담아 물건을 보내주셨다.


비록 바로 옆에서 육아를 도와줄 사람은 없지만, 우리의 육아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은 많다고 생각했다. 우리를 응원해 준 사람들도 처음 육아를 시작했을 때는 그 막막함 앞에서 두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육아를 하다보면 힘든 순간도 찾아올테지만 그걸 만회하고도 남을 만큼 기쁨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우리 부부를 응원해 주었다.


육아는 우리 부부 홀로 모든 걸 감당하는 외로운 과정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인류가 처음 생긴 이래 지금까지 육아 활동이 이어져 왔고, 지금도 수많은 엄마아빠들이 육아에 참여하고 있다. 어쩌면 육아는 인류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영역일 것이다. 한울이는 우리 부부가 키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주변 지인들이 우리를 기꺼이 도와줄 것이라 믿는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점점 떨어지는 이유는 육아 현실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건 육아인(=육아를 하는 엄마, 아빠)들이 서로 도와주고 응원하며 함께하기 때문이다. 육아를 해보니 알겠다. 육아인들끼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육아 현실이 어려워질 수록 육아인들 사이에 연결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지금은 우리 부부가 먼저 육아를 시작한 지인들에게 도움을 받는 입장이지만, 나중에는 우리의 경험을 예비엄마, 예비아빠들에게 되돌려주고 싶다. 이들도 우리를 보며 육아의 두려움 앞에서 용기를 낼 수 으면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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