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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녹차라떼샷추가 Sep 04. 2024

결단! 육아휴직

깨어진 가정과 일의 조화를 찾기 위한 선택

둘째를 가졌던 기쁨도 잠시

병원에서 유산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아내는 병원에서 한참을 울었다.

내가 곁에 있었지만 아내는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내 존재가 아내에게 위로가 되지 못했다.


그동안 아내는 혼자서 많은 걸 감당해 왔다.

내가 회사 일로 바쁘다는 이유 때문에

임신한 몸으로 박사논문을 쓰면서

첫째 아들까지 돌봐야 했으니...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 뻔한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어떻게든 아내의 짐을 덜어주어야 했다.

아직 숨이 붙어 있는 태아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혹여나 다시 임신을 하게 되더라도

이번 같은 상황을 반복할 수는 없었다.


아내와 상의 끝에 육아휴직을 하기로 했다.

1년간 내가 첫째 한울이를 돌보는 동안

아내는 건강을 최대한 회복하면서

박사논문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줄어들 가계수입이 가장 큰 걱정이었으나

지금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건 돈이 아니었다.

남편이자 아빠인 '나'의 물리적 시간이었다.


판단이 서고 나니 행동은 쉬웠다.

바로 다음날 회사에 얘기했다.

"육아휴직을 해야겠습니다."

감사하게도 경영진은 내 상황을 존중해 주었다.

그동안 당신이 회사를 위해 헌신해 줬으니

이번에는 회사가 지지해 줄 차례라는 말을 건다.


휴직이 결정되니 경제관념이 180도 달라졌다.

퇴근 후 자주 들리던 초밥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이제 초밥도 못 먹겠구나'라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밥알 하나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다.

읽고 싶은 책 구매를 하려고 검색해 보다가

가격이 비싸 결국 책 구매를 포기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물건 가격을 보지 않고 구매했다.

앞으로 다가올 변화가 실감이 되었다.


육아휴직은 9월부터 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회사 업무 인수인계 내용 정리하고

앞으로 어떻게 지낼지도 고민해 볼 예정이다.

육아휴직 경험이 있는 친구가 조언해 주기를

'나태함'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일러줬다.

그 말에 십분 수긍이 되면서 긴장감이 몰려왔다.


이제껏 커리어를 잘 쌓아 오며 승승장구했는데...

휴직을 앞두고 두려움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은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

인생에서 몇 번의 과감한 결단을 내렸었는데

그때마다 난 더 성장하고 발전해 왔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를 거치면서 나 스스로에 대한

이상적인 모습에 더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나중에 돌이켜 보면 오늘의 이 결정도

인생 최고의 선택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물론 그렇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자!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다.


한울이가 그려준 아빠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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