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유튜브에서 영화 '인터스텔라'의 영상 클립을 보았다. 주인공 쿠퍼와 브랜드가 블랙홀에서 탈출하는 장면이었다. 동력이 부족한 브랜드의 우주선을 탈출시키기 위해 쿠퍼는 자신이 탄 우주선을 블랙홀로 떨어트리는 희생을 감행한다. 우주선 분리 스위치를 누르기 전 그는 이런 말을 한다.
Newton's third law, you gotta leave something behind you
뉴턴의 제3법칙, 남겨나야 가는 법이죠.
뉴턴의 제3법칙은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다. 내가 벽을 힘차게 미는 만큼(작용), 동일한 크기로 벽이 나를 미는 힘(반작용)을 나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쿠퍼는 브랜드의 우주선이 블랙홀을 빠져나가게 하는 힘(작용)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블랙홀을 향해 돌진하는(반작용) 선택을 한다. 딱딱한 물리의 법칙에 인생의 의미를 닮아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마술에 감탄하면서, 뉴턴의 운동법칙은 우리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에도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턴의 운동법칙에는 총 3가지 법칙이 있다. 앞서 말한 '작용, 반작용의 법칙(3법칙)'에 더하여 '관성의 법칙(제1법칙)', '가속도의 법칙(제2법칙)'이 있다.
1. 관성의 법칙 : 우리의 마음은 원래의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관성의 법칙은 '외부의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물체는 본래의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정지하고 있는 공을 아무도 건들지 않으면 그대로 멈춰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마음도 이와 비슷하다. 깊은 우울감에 빠져있는 사람은, 스스로 마음을 변화시킬 만한 어떠한 힘도 없게 된다. 무기력과 더불어 우울감은 움직이지 않는 공처럼 가만히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중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중독에 빠져 있는 사람은, 중독에 모든 마음의 에너지를 쏟게 되어 나를 변화시킬 힘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게 된다. 마찰력이 없는 빙판 위에 공이 쉬지 않고 미끄러지는 것처럼, 나를 제어하는 힘이 없는 중독 환자들은 깊은 중독의 구렁텅이로 끊임없이 미끄러져 가고 있다.
2. 가속도의 법칙 : 누군가의 도움이 있다면, 변화할 수 있다.
가속도, 즉 속도를 변화시키는 힘이 외부에 존재한다면 물체의 운동은 변화한다는 것이다. 무기력의 무게에 눌려 그대로 정지해 있는 우울증 환자의 마음에 누군가가 따뜻한 위로와 지지를 보내준다면, 그것은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 즉 가속도가 된다. 가속도를 받은 마음은 그 힘을 토대로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폭주하는 중독환자의 마음을 누군가가 힘껏 잡아준다면, 그 마음은 속도를 점차 줄여 어느샌가 다시 본래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3. 작용, 반작용의 법칙 : 나아가기 위해서는 버려야 한다.
이러한 마음의 운동이 일어나기 위해서, 즉 작용하는 힘이 생기기 위해서는 그 반대의 힘인 반작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쿠퍼의 말처럼 무언가를 남겨둬야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남겨둔 무엇인가는 개인마다 모두 다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타인과의 관계일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씁쓸한 현실을 잊고 기분을 좋게 해 줬던 마약 일수도 있다. 중요한 건 남기고 버려야 할 건 무엇인지 내 마음을 잘 관찰하는 것과, 그것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용기이다.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분명한 법칙은 버리면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