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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선 안 되는 일,
함께라서 가능한 일들

by 와니 아빠 지니

경제는 종종 ‘이기적’이라는 말을 듣는다.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경제의 본질이라고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나온 말과 맞닿아 있다. 그는 "개인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할 때 사회 전체의 이익이 증가한다"라고 주장했다. 사람들이 각자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면, 그것이 결국 사회 전체의 부를 증진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가 정말로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가 더 나은 결과를 얻으려면 다른 길도 있지 않을까? 앞서 얘기한 내쉬균형을 만든 경제학자 존 내쉬(John Nash)는 이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내쉬는 "개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는 불완전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애덤 스미스의 주장에 대해 이렇게 반박했다.


“최선의 결과는 자신의 이익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야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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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념을 기본으로 내쉬균형(Nash Equilibrium)을 만들었다. 내쉬균형은 게임이론에서 각자가 자신의 최선의 선택을 하되, 그 선택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여 안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상태를 뜻한다. 즉, 협력이야말로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집단 전체를 위한 최선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학생 시절 팀프로젝트를 했던 기억을 떠올려보자. 대학교 시절, 팀프로젝트는 늘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날도 강의실 한 구석에서 팀원들과 함께 프로젝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A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근데 이거, 누가 발표 준비하고 자료 만들 건지 정해야 하지 않아요? “


B는 노트북을 닫으며 한숨을 쉬었다.


"아, 맞다. 근데 나 이번 주 너무 바빠. 리포트도 밀렸고 알바도 해야 해서... 발표는 C가 하면 되지 않을까? “

C는 당황한 얼굴로 손사래를 쳤다.


"에이, 나도 할 게 많아. 요즘 시험 준비도 해야 하고... 대신 자료 정리는 내가 할게. “


D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툭 내뱉었다.


"결국 발표는 네가 해야겠네? “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나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그래, 발표는 내가 할게. 대신 자료 정리랑 PPT 제작은 확실히 맡아줘야 해. 발표 준비도 꽤 시간이 걸리거든. “


그렇게 대충 역할을 나누고 각자 자리로 흩어졌지만, 이상하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도 자료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PPT는 엉성하기만 했다. 마감 기한이 다가오자 결국 내가 나머지 일을 거의 다 맡아해야 했다.


결국 결론은 먼저 나선 나의 몫이었거나, 나이 많은 나의 몫이었다. 군대 제대한 나의 몫이거나... 어쨌든 팀프로젝트는 흔히 농담 삼아 "팀프로젝트는 교우관계를 파탄 낸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때 나는 팀프로젝트가 왜 그렇게 힘든 일인지 고민하게 됐다. 사실 우리 팀의 문제는 특별한 게 아니었다. 팀원 각자가 "다른 사람이 더 열심히 하겠지"라는 생각을 했고, 결국 책임감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불균형이 생겼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상황을 ‘죄수의 딜레마’라고 부른다. 게임이론에서 유명한 이 딜레마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가정한다.


협력: 팀원 모두가 열심히 일하면,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완성된다.

배신: 한 사람이 일을 대충 해도, 다른 팀원이 더 열심히 해서 프로젝트를 끝낼 수 있다.

결과: 그러나 모든 팀원이 "다른 사람이 더 열심히 하겠지"라고 생각하면, 아무도 열심히 하지 않고 프로젝트는 실패한다.


이 딜레마의 핵심은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면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본다는 점이다. 팀프로젝트에서 누구나 "조금만 덜 해도 다른 사람이 알아서 할 거야"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결국 아무도 일을 하지 않게 되고 팀 전체가 실패를 맛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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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크나이트에서도 죄수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장면이 등장한다. 조커는 두 대의 배를 폭탄으로 위협하며 양쪽에 이런 선택을 강요한다.


"상대방 배의 폭탄을 터뜨리면 너희는 살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둘 다 죽는다. “


이 상황에서 한쪽 배의 승객들이 폭탄을 터뜨리면, 그 배는 살아남는다. 그러나 양쪽 모두 터뜨리지 않으면, 폭탄은 작동하지 않아 두 배 모두 살아남을 수 있다. 이 장면은 죄수의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각자 자신의 생존만을 생각하여 배신한다면, 모두가 파멸로 치닫는다. 그러나 협력을 통해 서로를 신뢰한다면 모두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경제에서도 죄수의 딜레마는 자주 나타난다. 기업들이 가격을 낮춰 소비자를 끌어모으려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가 모두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한 회사가 "조금만 더 가격을 낮추면 경쟁자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면, 다른 회사도 이에 반응해 가격을 더 낮춘다. 결국 모두가 이익을 잃는 결과를 낳는다. (다만 이런 과정이 때로는 소비자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


또한 환경문제에서도 이 딜레마는 자주 등장한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환경 규제를 무시하면, 단기적으로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선택을 하면 환경 파괴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해,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손해를 끼친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이면 소음이 점점 커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다들 평소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옆 사람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면 다들 목소리를 더 키우기 시작한다. 그렇게 모두가 더 큰 소리로 말하다 보면, 어느새 공간 전체가 소음으로 가득 차고 대화는 더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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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볼 때마다 나는 문득 궁금해진다.


과연 술을 마셔서 사람들이 목소리가 커지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귀가 잘 안 들려서 목소리를 높이는 걸까?


물론 술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져서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커지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모두가 더 큰 소리로 말하는 순간,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불편해진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좁은 공간에서 모두가 목소리를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목소리를 낮춰도 다른 사람이 큰 소리로 말하면 내 말이 안 들릴 거야"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결국 모두가 더 큰 소리로 말하게 되고, 공간은 점점 더 시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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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죄수의 딜레마’의 해결의 열쇠는 내쉬균형에 있다. 존 내쉬는 사람들이 각자의 선택이 상대방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최선의 결정을 내릴 때, 모두가 안정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태를 내쉬균형이라고 정의했다. 좁은 공간에서의 소음 문제를 예로 들면, 모두가 목소리를 낮추기로 합의하고 그 약속을 지킬 때 내쉬균형이 이루어진다. 각자가 목소리를 낮추는 것이 자기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최선의 선택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게임이론은 일상 속 작은 선택에도 적용된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목소리를 낮추는 일, 팀프로젝트에서 서로 협력하는 일, 심지어는 친구와 함께 장난감을 나누는 일까지도 게임이론의 영역 안에 있다. 협력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서로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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