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운동의 조건

by 박대노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거리는 운동을 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전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으나 검도를 하면서 알게 된, 그러나 앞으로 새로운 운동을 선택할 경우 나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조건, 사람과의 거리.


요가, 테니스, 헬스 등의 운동을 해봤지만 이런 운동을 할 때는 몰랐다. 코치님들과 밀접한 거리에 있을 때는 자세를 바로 잡아줄 때뿐이니까. 그런데 검도는 마주 보고, 빈틈을 파고들어 가격해야 하는 운동이다 보니, 계속 상대와 붙어있어야 하고, 내게는 상대와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게 느껴졌다.

게다가 누군가를 마주치게 될 경우에는 상대가 저 멀리 눈에 보이자마자 피할 준비부터 하는 내가 상대의 발과 발 사이로 내 발을 넣고, 상대를 밀치고, 무기(죽도)를 들어 머리며, 손목이며, 허리를 내려치기까지 해야 하다 보니 불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가 언제 사람을 때려봤겠는가. 아무리 운동이라고 해도, 호구를 쓰고 있어 아프지 않다고 해도 사람을 힘껏 내려치라니......

호구를 쓴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아 귀를 더 기울여야 하는데,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사범님 말씀을 들으려면 귀를 사범님 입 바로 앞까지 들이대야 하고, 이렇게 악조건에 악조건을 더하는 상황에 더하여 더 큰 문제는 상대가 계속 바뀐다는 거였다. 내가 다니는 검도장 주말반엔 주로 2~30년 이상 검도를 하신 사범님들이 훈련생보다 더 많은데, 이 분들이 돌아가며 내가 내리치는 죽도를 받아주시면서 훈련을 도와주시는데 내가 익숙하지 않은 사범님을 만날 경우 그 긴장감까지 더해지면 내향인인 나는 불편해 죽을 지경에 이른다.


결국 긴장에 긴장을 더한 상황이 내 몸에 무리를 가져다주었다. 목소리가 크지 않고 사투리를 쓰는 낯선 사부님과 훈련을 하는 중 긴장을 한 상태로 죽도를 쥔 손가락에 힘을 너무 꽉 준 나머지 <방아쇠 수지 증후군>이 찾아온 것이다. 방아쇠 수지는 손가락을 굽히는 데 사용하는 근육 조직에 염증이 생긴 질환으로 손가락을 굽혔다 펼 때 방아쇠를 당기는 것처럼 '딸깍'하는 저항감이 느껴지는데, 왼손 중지, 약지, 소지까지 딸각거리며 손가락이 펴지질 않으니 무리해서 손을 사용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예전에 테니스를 배울 때, 오른손 검지에 방아쇠 수지 증후군이 찾아왔었기에 이 느낌이 낯설지 않았고, 손가락마다 파스로 도배질을 한 상태로 검도장에 도착한 나는 웃음을 숨기지 못하고 관장님께 외쳤다.

"관장님! 저 손가락에 방아쇠 수지 증후군이 생겨서 무리하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날부터 나는, 아니 나만(!) 호구를 쓰지 않고 검도장 구석에서 거울을 상대로 훈련을 하고 있는데, 호구 쓰고 연습하느라 땀범벅인 된 딸과 남편 앞에서 자꾸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

"관장님, 혼자 연습해도 호구는 써도 되지 않아요?"

남편과 딸의 항의가 빗발치지만, 난 그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거울 속의 나와 대련을 계속하련다!



2주가 지난 지금, 여전히 중지와 약지가 펼쳐지지 않고 있다.




이전 07화좋은 타이어는 바람이 빠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