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퍼스널 컬러는

by 박대노

아이는 하루 종일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다.

자기 얼굴이 저렇게 좋을 수 있을까.

화장을 하면 달라지는 얼굴이 예뻐 보여서 좋은가보다.


하루는 아이가 눈두덩이에는 녹색, 입술은 보라색을 칠하고 나타났다.

아무리 이해해보려 해도 이건 아니다 싶었는데, 내 속도 모르고 아이가 아주 발랄하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 이 화장 아무나 어울리는 거 아닌데, 난 쫌 괜찮지?"

아니거든요! 너도 그 아무나거든요! 제발 그 교포 화장* 좀 지워줄래요?

(*교포 화장은 눈과 입술 화장에 과감하게 다양한 색상을 많이 사용하여, 국내의 화장법보다는 색조 메이크업을 많이 한 것처럼 느껴져서 사용한 표현입니다.)




외모에 한창 관심이 많은 나이라 하루 종일 자기 얼굴을 도화지 삼아 예술활동에 심취해있는 것도,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가지고 자기의 퍼스널 컬러가 어떻다고 얘기하는 것도 못마땅한데 저렇게 어울리지 않는 색을 들이밀며 자기는 잘 어울린다고 얘기하는 게 황당하기까지 했다.


요즘 퍼스널 컬러가 유행이라는 것은 나도 익히 알고는 있었다. 최근 유행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나만 보면 퍼스널 컬러 타령을 하는 딸아이 덕에 모를 수도 없는 일이었다.


퍼스널 컬러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색감과 가장 조화로운 색상을 매치하는 것으로, 웜톤, 쿨톤에 더하여 명도, 채도가 가미된 사계절의 이미지를 적용하여 16가지로 분류된다. 메이크업, 헤어 색상, 의상, 액세서리 등에 적용하여 보다 생기 돌고 활기찬 연출이 가능하도록 한다고 하여, 인터넷에 셀프 진단 테스트 방법도 많이 올라와 있어 MBTI 만큼이나 유행 중이다.


그런데...... 매일같이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찾아 헤매고, 수십 번 테스트를 해보고, 테스트 결과에 따른 색상에 맞춰 화장을 했다 지웠다 했다 지웠다 해대면서 왜 그런 화장을 하고 나타난단 말이냐!


내 얘기를 들은 지인은 퍼스널 컬러 테스트를 받아보기를 권유했다.

퍼스널 컬러 진단을 통해 본인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컬러를 찾아보겠다는 요즘 사람들의 마음은 잘 알겠다마는, 이런 것은 경험을 통해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노하우를 찾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인터넷에 무료 진단 테스트 방법도 널려있는데, 이런 상술에 휘둘려서 비싼 돈 주고 애한테 그런 것까지 해줘야 해?라는 반감이 살짝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인터넷에 떠도는 확신 없는 정보로 방황하기보다는 전문가의 진단을 받는 게 아이의 시간을 벌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테스트를 받아보기로 하였다. 내 말은 안 들리는 딸아이의 귀에 전문가의 말은 들리길 바라며.


퍼스널컬러의 색상 분류




테스트를 예약한 날, 아이는 엄마가 이런 것을 신청해주는 친구들은 거의 없다며 무척 좋아했다.

'아이야, 나도 네가 웬만했다면 이런 것까지 해주진 않았을 것 같단다.'

사춘기 딸아이를 자극하지 않으려 속으로 중얼거리며 애써 미소를 지은 채 테스트하는 곳으로 갔다.


간단한 개인의 장단점을 묻는 설문을 한 뒤, 하얀색 턱받이를 착용한 후, 다양한 색상의 진단 천과 색채 아이템을 가지고 진단을 시작하였다.


테스트를 위해 정말 오랜만에 생얼로 집 밖에 나온 딸아이의 얼굴에 많은 색상의 천을 대보니, 신기하게도 얼굴이 밝아지는 색상과 창백해 보이는 색상, 어두워 보이는 색상이 명확히 구분이 되었다. 그렇게 하여 딸아이는 연예인으로는 이효리, 제시, 화사 등과 같은 가을 웜_딥톤이라는 결과가 나왔고, 색상 결과에 더하여 어떤 패션 스타일이 적합한지, 어떤 액세서리가 좋은 지 등의 대해서도 진단하였다.


전문가의 진단 결과인 가을 웜_딥 (왼쪽)과 온라인 셀프 진단 결과인 겨울 쿨_딥 (오른쪽)의 색상 차이





밸런타인데이부터 시작하여 온갖 무슨무슨 데이라고 명명하는 날들을 상술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이에게 이런 것들을 해주는 게 좋은 건지 아닌 건지.

색체란 감정을 포함한 다양한 개성 표출 방법 중 하나인데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아이에게 괜한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건 아닐까, 아이가 전문가의 의견에 너무 구애받지 않을까 염려스럽기도 하다. 결국 이 또한 완벽하지 않은 하나의 이론일 뿐일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아이에게 퍼스널 컬러 진단을 전문가에게 받게 한 건, 아이가 비효율적으로 낭비하는 시간을 덜어주고 싶은 욕심이었다. 아이가 온라인 상에서 셀프 테스트한 결과와는 다르게 나왔지만, 진단을 통해 본인에게 더 잘 어울리는 색상이 어떤 건지 제 눈으로 확인하였으니 더 이상 온라인을 떠돌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번 주말은 그동안 쓰던 색조 화장품을 정리하고, 테스트 결과에 맞는 색조 화장품을 사러 가야 한다고 하겠지? 딸아, 그건 네 용돈으로 사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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