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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만 질문하지 마세요, 아이도 질문하게 하세요!

AI 시대, 커뮤니케이션 기본기를 가정에서 다지기

자녀도 부모에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에만 집중해왔습니다. 코칭하는 부모가 되기 위해 하고 싶은 말을 한 번 더 생각하고 질문으로 바꾸는 연습을 부단히 해왔죠. 물론 이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녀도 부모에게 질문하는 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아니, 반드시 가르쳐야 합니다. AI 시대에는 사람과의 관계 형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대화를 통해 지식과 지혜를 나누는 능력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부모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기본기를 다지는 첫걸음입니다.


우리 가족의 대화 패턴, 혹시 '일방통행'인가요?

먼저, 우리 가족의 대화 패턴을 찬찬히 들여다봅시다. 대화의 내용이 아닌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가 오가는지를 관찰하는 겁니다. 질문으로 시작했는지, 명령이나 야단치는 말로 시작했는지 파악해 보세요. 자신의 대화 패턴을 알아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질문은 단순히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 상대방에 대한 깊은 관찰과 생각에서 나옵니다. 요즘 아이들은 답을 찾는 데는 익숙하지만, 질문하는 능력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사람과의 관계에서 아이가 먼저 질문하는 훈련을 해보면 어떨까요?


아들과의 영상 통화에서 얻은 깨달음

얼마 전 해외에 사는 성인 아들과 영상 통화를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저희 부부는 아들의 이야기에 열정적인 맞장구를 치며 아이의 경험과 생각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이번 통화에서도 아들은 친구 결혼식, 새로운 취미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신나게 들려주었죠.


그런데 통화를 마친 후 묘한 허전함을 느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대화의 대부분이 아들의 이야기에만 맞춰져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들은 "잘 지내시죠?"라고 물었지만, 그 이상의 깊은 대화는 없었습니다. 오랜 시간 이어진 '부모는 질문하고 자녀는 대답하는' 패턴이 무의식중에 자리 잡았던 겁니다. 마치 아들은 '내 얘기는 재미있지만, 부모님 얘기는 별로 재미없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자녀와의 대화에서 듣는 것만큼 부모의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받을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균형 잡힌 대화의 힘: '공 주고받기'를 가르치자
아들과의 대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계에서 대화의 불균형을 자주 경험했습니다. 저는 평소 질문을 많이 던져 상대방의 이야기를 깊이 파고드는 편인데, 정작 제 이야기를 할 기회는 놓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요즘은 제 이야기도 의식적으로 꺼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질문을 받으면 열심히 대답은 하지만,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공을 다시 상대방에게 넘겨주는' 연습을 충분히 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을요.


즉, "그런데 당신은 어떠세요?"라고 되묻는 습관이 없는 거죠.


이런 대화 패턴이 반복되면 한쪽은 듣기만 하고 다른 한쪽은 말하기만 하는 불균형이 생깁니다. 듣는 사람은 대화에 피로감을 느끼고, 말하는 사람은 상대방에 대해 더 깊이 알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대화는 마치 탁구 경기와 같습니다. 한 사람만 계속 서브를 넣는다면 경기가 성립되지 않듯, 말을 주고받으며 '대화의 공'을 주고받아야 관계가 풍성해집니다. 이 연습을 아이와 함께 시작해보세요.


아이가 부모의 질문에 신나게 대답했다면, 이제 아이가 부모에게 질문할 차례임을 알려주는 겁니다.


"와, 정말 신나는 하루였네! 그런데 엄마는 오늘 뭘 할 때 제일 좋았는지 궁금하지 않아?" 와 같이 말이죠.


이런 연습을 통해 아이는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고 질문하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이러한 균형 잡힌 소통 능력은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답을 찾는 능력보다 좋은 질문을 던지고, 상대방과 함께 생각을 확장해 나가는 협업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가정에서부터 시작된 이 작은 훈련이 아이의 미래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손주에게 물려주고 싶은 '더 나은 소통 문화'

저는 가끔 '내 아이를 다시 키운다면 어떻게 키울까?' 생각하며 손주를 바라봅니다. 그래서 손주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 우리 질문에 대답하는 것뿐만 아니라, 부모나 할머니·할아버지에게 좋은 질문을 하는 법, 그리고 대화의 공을 주고받는 법도 함께 가르쳐볼 생각입니다.


부모만 질문하는 일방통행 대화가 아닌, 아이도 함께 질문하며 서로의 마음과 생각을 나누는 쌍방향 소통이 우리 가정의 새로운 문화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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