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뉴스, 유튜브, 커뮤니티 등 여기저기에서
몬스터 부모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그런 소위 '진상 학부모' 이야기를 보다 보면
초등학교 학부모가 될 예비 학부모나
이미 학부모 분들은 종종 그런 생각을 하게 되죠.
나는 저런 진상은 되지 말아야지.
나는 저 정도까지는 아니지.
혹시나 하시는 일이 여러 사람들을 상대하는
서비스 업종에 계신다면,
내가 만났던 이상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더 그런 생각을 하실지 모릅니다.
세상에 이상한 사람은 어딜 가나 있어,
라는 말을 흔히 하죠.
성인이 된 후 대학, 군대, 직장에서
세상엔 진짜 이상한 사람들 많구나,
도대체 어디 있다가 지금 나타난 거야?라고
느꼈던 것처럼
대한민국 8살이라면 모두가 의무적으로 오게 되는
이 ‘초등학교’라는 공간도 마찬가지입니다.
8살 어린이가 학교에 등교하고 공부하지만,
사실 교실에는 아이뿐 아니라
그 아이의 가정이 함께 들어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특히나 초등학교에서 가장 어린 1학년인 만큼,
초등학교 안에서는 부모의 영향력도
가장 큰 학년이기에 더 합니다.
어린아이들은 차치하고,
학부모들도 다 같은 학부모가 아닙니다.
제각기 다른 군상의 모습으로
아니, 한 명 한 명 다른 모습으로
학교 안에서 나타납니다.
그러나 나만큼은
학교에서 진상 학부모가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시나요?
와, 정말 멋진 학부모님이십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만 고려해 주시면 좋습니다!
대부분의 엄마, 아빠는 뉴스를 보면서
저런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 생각하지만
막상 내 자식이 관련된 일이라면
평소의 모습과 생각을 순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차라리 내 일이면 모를까, ‘내 자식’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자식이 있어서 실제로 학부모가 되어 보니,
내 자식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나한테 생긴 일보다 더 예민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더라고요.
아이가 다치고 오면 내가 다친 것보다
더 마음이 아프고 울컥한 것이 부모입니다.
차라리 내가 다쳤으면 이러지 않았을 것입니다.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면서도 어렵지만
그 과정에서 계속 이 생각을 하려고 합니다.
뭐가 이 아이한테 더 좋은 길일까?
저도 잘 안되지만요,
순간의 속상한 내 감정에 취하는 게 아니라
진짜 아이를 위한 게 뭘까?
한 번만 더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들이 당신 말을 듣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그 아이들이 항상 당신을 보고 있음을 걱정하라
로버트 폴킴
아이는 언제나 나를 보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또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이게 가장 무섭고 두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내가 하는 행동과 말속에서 얘는 뭘 배울까.
저도 같은 고민을 하며 아이를 키우고
우리 반 아이들을 마주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누군가에게
함부로 대하는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집니다.
그리고 특히나 내 아이를
매일 긴 시간 동안 마주하고 가르칠 선생님에게
사실은 누구에게도 못할 말을 하기 힘듭니다.
유사품으로 아이 앞에서 선생님에 대한 험담은
정말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나 주변의 지인들과의 아이 동반 모임에서
선생님에 대한 좋지 않은 얘기하시면,
아이가 놀면서 안 듣고 있는 것 같아도
다 듣고 다 기억합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당연히 나에 대한 이야기고
내가 너무 잘 아는 사람에 대해서 말하니까요.
아이는 혼란스럽습니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 엄마 아빠가
엄마 아빠 다음으로 가장 가깝게 지내는 선생님에 대해서
좋지 않게 말합니다.
엄마 아빠가 선생님을 만나면
또 서로 예의 바르게 행동합니다.
세상은 뭘까?
아이는 당연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학교 와서 친구들과 선생님께 얘기도 합니다.
학교 가서 이런 말은 절대 얘기하면 안 돼~ 하실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투명합니다.
투명해서 다 비치는,
내가 보여주는 대로 다 보고 배우는,
그게 우리 아이들이네요.
보통의 맞벌이 가정의 하루를 생각해 봅니다.
그나마 퇴근이 빠른,
아주 축복받은 맞벌이 가정의 이야기입니다.
맞벌이 가정의 부모님은
학교 끝난 아이를 언제 만나게 될까요?
바로 일 끝난 저녁입니다.
저녁 7시 정도에 아이를 만나도
사실 아이 저녁먹이고 숙제 시키고
밀린 집안일하다 보면
어느덧 9-10시입니다.
잠자리에 들 무렵에야 아이에게
겨우 학교 어땠어? 재밌었어? 물어보는데,
이 녀석이 오늘 학교에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니, 이 중요한 얘기를 왜 지금 해?
부모는 속이 답답하고 부글부글 끓지만
일단 내일 학교를 가야 하니
애 잠을 재웁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고
걱정이 되어서 안절부절못하다가
선생님께 밤늦었지만 연락을 드립니다.
그래도 밤이라서 죄송한 마음이 있으니
예의 바르게 문자를 보냅니다.
늦은 밤에 연락드려서 죄송하지만….
삐빅!!-
잠시만요!
속상하고 궁금한 부모님의 마음은 알겠지만,
말을 예쁘게 한다고 괜찮은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우리 반 선생님은
문자를 보냈던 나처럼
아이 저녁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겨우 숨을 돌렸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혼자 살고 있는 선생님이어도
넷플릭스 켜고 맥주 한 잔 마시려는,
지친 하루를 편안히 마무리하는
시간이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 선생님도 가정이 있고,
개인의 나도 있습니다.
내일 다시 밝은 얼굴로 아이들을 볼 수 있도록,
오늘은 잠시 ‘선생님’으로서의 나를 꺼두었을 겁니다.
선생님은 게임 속에 있는 NPC(캐릭터)가 아닙니다.
자신의 삶이 있고 가정도 있습니다.
생각도 있고 마음도 있는,
나랑 똑같은 사람입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요.
정말 급한 일이라서 그래요.
아이구... 정말 급한 일이 생겼군요!
혹시 지금 당장 급하게 선생님이
달려와야 하는 문제인가요?
아이는 어떤가요?
지금 잠을 잘 자고 있지 않나요?
그렇다면 정말로 지금 연락해야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실은 지금 당장 연락을 하고 싶은 건
내 안의 조급함과 불안함을
해결하고 싶어서 일 수 있어요.
저는 그랬거든요.
일하면서, 또 내 삶을 살면서 아이를 챙기기,
정말 쉽지 않거든요.
아이에게는 항상 미안한 것만 있어요.
그러다가 학교에서 일이 생겼다는 얘기를 들으면
내가 더 잘 챙길걸… 내가 지금 일하고 있어서,
또는 너무 바빠서 잘 못 챙겨서 그랬을까,
자책하게 되었거든요.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이 드니
지금 당장이라도 알고 싶고,
연락하고 싶고 해결하고 싶습니다.
막상 전화하고 연락해서
사실은 당장 해결되지 않을 것은 알아도,
선생님과 연락이 닿아서
이 문제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클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사실 아이가 준비물을 제대로 알아오지 않았으면
모르는 대로 준비해 가면 됩니다.
또는 준비를 못 하면 어때요?
아이는 자신이 챙기지 않으면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
그다음에는 자신이 좀 더 챙기게 됩니다.
우리 사실 그거 배우려고 학교 보내는 것 아니었나요?
사실 아이가 공부만 잘하기를 원해서
학교 보내는 게 아니잖아요.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고,
안전한 곳에서
자신의 일을 스스로 챙기는 연습을 하러
아이들 학교 보내잖아요.
부모가 대신 해결해 주기 시작하면
나중에 부모인 내가 굉장히 힘들어집니다.
사실 아이가 친구 하고 다툼이 있어서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다음 날에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오후에 정식으로 상담을 하는 게 낫습니다.
오히려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이야기도 듣고 조사도 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도 한 뒤
학부모인 나와 또 이야기할 수 있으니
이야기는 더 훌훌 풀립니다.
그리고
학부모님이 만나는 그 선생님도 ‘직장인’이고
돌봐야 할 가정이 있을 겁니다.
선생님도 나처럼 매일매일 씻기고 먹이고 재워야 할
자식이 있을 수도 있고,
힘들어서 저녁에는 침대에 널부러져 계실지도 몰라.
사실 바로 제 얘깁니다.^^
내가 전 날 하루 푹 쉬고 잘 자면
그다음 날 출근할 때
쪼오오오끔이라도 더 컨디션이 좋아지고,
집안일도 좀 더 잘할 수 있는 것처럼
그 선생님도 학부모인 나랑 똑같을 겁니다.
전 날 하루 푹 쉬고 잘 자면
그다음 날 출근할 때
쪼오오오끔이라도 더 아이들이랑 잘 지낼 수 있고,
또 그 안에서 지지고 볶으며
더 가르치며 더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