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떠도는 ‘진상 부모 단골 멘트’ 리스트입니다.
하나하나 다 읽어 보면
혹시나 그런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니? 이런 이야기를 진짜 하는 사람이 있다고??
이 말들은 나름의 순화 버전이며,
진짜로 현장에서 왕왕 들을 수 있는 말들입니다.
저는 여기서 몇 개나 들어봤을까요?
정답은 11개 모두 다 입니다.
완전히 멘트가 동일하지는 않아도,
약간은 다른 뉘앙스로 변화구로 던져집니다.
이런 부모님들이 소위 빌런이라서,
또는 아주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이라서
이런 말을 하시는 걸까요?
저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평소에는 젠틀하시고
다른 곳에서는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 받는 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끔 ‘부모’라는 자리는
보통의 사람도 평소보다 불안하게 만들고
감정적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내 일이 아니고
내 자식 일이거든요.
저 멘트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선생님, 우리 아이 조금만 더 신경 써 주세요.
선생님, 우리 아이가 그래도 괜찮은 애예요. 그것 좀 꼭 알아주세요.
선생님, 우리 아이 너무 큰 상처 받지 않게 해주세요.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뒤에 있는 부모의 마음은
내가 항상 지켜볼 수 없으니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조금만 더 신경 써 줬으면,
우리 아이를 좀 좋게 봐주셨으면,
그리고 너무 상처받지 않게 대해주셨으면
하고 바라는 것입니다.
얼마나 애타는 부모 마음인가요.
그 마음을 하나하나 다 터놓고 보면 이해가 갑니다.
이 말들이 동시에
어떤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지 볼까요?
우리 아이 문제가 아니라,
선생님이 똑바로 했으면 이런 일 없었을 거예요.
일 커지기 전에 제대로 해주세요.
우리 아이에게만 잘 해주고 봐 주세요.
돌려서 돌려서 말하고 있지만,
지금 이 상황과 문제는
우리 아이가 아니고 선생님 때문이며
나는 일을 더 키울 생각이니
앞으로 제대로 하고
우리 아이만을 특별하게 대해 달라는 마음이
함께 있습니다.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이 말들은 이런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또는 큰 의도 없이 한 말들이
우리 반 담임선생님에게는
어떨 때는 불쾌함으로,
어떨 때는 큰 상처로,
또 어떨 때는 위협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진상 학부모 단골 멘트’들은 그래서 문제가 됩니다.
내 아이를 완벽하게 객관적으로 볼 수 없습니다.
나는 철저히 내 아이의 편인 부모이기 때문입니다.
담임 선생님의 모든 학급 경영 활동이나
말, 행동이 다 마음에 들 수 없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부모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는 30명의 학급 아이들 중에 한 명입니다.
다른 사람과 같이 사는 법을 배우기 위해
아이를 학교에 보냈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제가 제 아이 학부모가 되고 나서
자꾸 되새는 문장입니다.
부끄럽지만 제 직업이 초등 교사인데도
제 자식만을 위주로 생각하게 되거든요.
아주 잘 알고 있는데도 사실은 잘 안 됩니다.
우리 아이는 아직도 애기 같고,
집에 오면 어리광을 부리는데.
집에서는 여전히 밥도 잘 안 먹고,
고집부리고 떼를 쓰는데.
이렇게 아직도 애기 같은 우리 아이가
혹시나 반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지는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 걱정되는 것이 부모 마음입니다.
선생님 전화벨이 울리면
부족하기만 느껴지는 우리 아이로
저절로 가슴이 쿵 떨어지는 것이
또 부모 마음입니다.
이렇게 걱정 되는 마음에 자꾸만 학부모인
나의 말이 많아집니다.
아이가 무언가 잘못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내 아이가 아니라 주변을 탓하고
내 아이를 대신 변호해줍니다.
물론 정말로 중요한 이야기들은
당연히 부모가 이야기 해야 합니다.
나는 아이를 보호하고 지켜야 할 부모이니까요.
그러나 부모가 아이 대신 변호하는 말이 많아지고
부모가 대신하는 역할이 많아지면,
딱 그만큼만, 정확히 그만큼만
아이가 성장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듭니다.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면 하루 동안 먹일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면 평생을 먹일 수 있습니다.
-마이모니데스-
오은영 박사님도
육아의 마지막 목표는
‘자립’을 시키는 것이라고 항상 말씀하셨죠.
결국 내가 아이를 기르면서 바라는 것은
내가 없어도 아이가 사람들과 어울리며 함께,
그리고 스스로 삶을 살아나는 것입니다.
내가 언제까지 아이를 대신 변호하고
대신 부탁해 줄 수 있을지 모릅니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관심을 아이에게 주면서도
결국에는 아이가 홀로 설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제 아이가 마냥 어리지 않습니다.
초등학생이 되었으니 조금씩 연습해야 합니다.
내가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실제로 부딪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철없고 어리기만 한 우리 아이지만,
아이들은 기대하는 만큼 자라니
아이가 잘 하는 것 말고도
실수하고, 또 잘못하는 것들도
지켜보며 기다려주세요.
우리 아이를 조금만 더 믿어 주면
아이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어느새 그만큼 자라나 있습니다.
집에서는 안 그러는데...
작년에는 안 그랬는데...
저 때문에 그런 거니 혼내지 말아주세요.
선생님,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해 주세요.
우리 애 이야기는 들어주셨어요?
나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오는 이 말들.
아직 어리게만 느껴지는 아이가
걱정되어서 그러신 거죠?
그죠, 집에서는 아직 너무 애기처럼 보이죠?
그래도요.
이 말들, 1년에 딱 3번만 삼켜도
우리 아이는 더 자립하는 아이로 잘 자랄 거예요.
너무 걱정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