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딸과 함께
우리 반 꼬마들의 동네 공원에 놀러 갔었다.
초등 애들이 많아
주변을 둘러봤는데도
우리 반 애들은 코빼기도 없었다.
미련을 못 버리고
몇 번을 두리번거리다가 집에 왔다.
월요일에 꼬마들을 만나서
“학교 근처에 왔는데
아무도 못 만나서 아쉬웠어.” 하고 전하자
꼬치꼬치 캐묻는다.
어디에 있었어요?
다람이(딸)도 왔어요?
뭐 하고 놀았어요?
왜 연락 안 했어요?
.
.
생명공원에 갔었어.
응, 다람이랑 같이 도시락 싸서 왔지.
갑자기 오게 되었네.
아무도 못 만나서 아쉬웠다고 전하며
공원이 참 좋았다고
공원 입구에 있는 놀이터가 너무 멋져서
깜짝 놀랐다는 얘기를 했다.
"놀이터의 놀이 기구가 엄청 높아서
다람이는 못 올라가던걸? 어딘지 알아?"
그 얘기를 듣던 꼬마 한 명이 큰 소리로 말했다.
"그 놀이터 앞에 별**교 맛있는데."
"맞아맞아."
거기다 여러 명이서 호응까지?
그게 뭐야?
뜬금없는 단어에 되묻자,
음식 파는 가게라고 한다.
놀이터 앞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던 가게가 떠올랐다.
아니, 얘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엄마 아빠랑 많이 가봤다고 한다.
"거기 맛있어?"
"네, 떡볶이랑 고기도 맛있어요."
"잡채도 맛있어요!"
"나도 가봤는데."
"다음에 다람이랑 같이 가봐요."
"화장실 갔다 와도 돼요?"
질문 하나에 우르르 쏟아지는 답이 6-7개다.
물론 함정도 있다.
다들 가봤댄다.
고기도 맛있고, 잡채도 맛있댄다.
8살들에게 맛집 추천을 받았다.
다른 선택권 없는 강력 추천이라
다음에 가보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으면
안 될 분위기다.
다람이랑 꼭 가보겠다고 약속을 했다.
꼬마들은 안심했다는 듯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다음 주 주말에 공원 앞에서 만나자고 한다.
아쉽지만 우리가 만나려면
여러 사람의 허락을 맡아야 해서 그건 어렵겠다고,
어쩌다가 우연히 만나자고 했다.
그때는 꼭 반갑게 인사하자고 덧붙였다.
아마 이 동네에 오게 될 때면
항상 최선을 다해서 두리번거리게 될 거다.
이 넓은 곳에서
우리가 우연히 만날 일은
진짜진짜 드물다는 걸 알아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