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해

by 정병진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신기해. 세상에 너란 사람이 없었는데, 이젠 내 눈 앞에 있잖아. 감히 상상도 못 했지. 너란 사람을 만나게 될 줄을 말야.


우리 부산에서 처음 본 날, 너는 아빠를 빤히 바라봤어. 신생아가 울지도 않고 큰 눈을 꿈뻑이며 아빠랑 할머니 할아버지를 그윽히 응시하는 거야. 그때 넌 어떤 기분이었을까. 너도 기억 못 할 그 순간의 정결.


결이 고운 사람이 되길.


그게 네 이름의 의미야. 한자는 깨끗할 결을 썼는데, 그 의미보단 너라는 사람의 결이 곱길, 삶에 임하는 자세와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고운 사람이길 소망했어. 아빠가 지었지.


결아. 아빠는 너무 신기해. 네가 처음으로 걷던 날, 두 발 자전거 타기에 성공했을 때 그리고 지친 아빠를 꼭 안아주던 순간들이 너무 신기해. 네가 벙글벙글 웃으며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조잘대면 그게 어찌 그리 신기한 지.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있어. 네가 충청도 식으로 하고싶은 말을 빙 둘러 할 때면 깜짝 깜짝 놀라. 얘가 그런 화법 싫어하는 엄마한테 아빠처럼 지청구 들으면 어쩌려구 그러나 싶어. 아빠처럼 방귀를 뿡뿡 끼어댈 때나 손님 없이 가게를 지키는 점포 주인을 보며 "불쌍해"라고 말 할 때면 너무 신기한 거 있지. 아빠가 그랬거든.


아빠 어릴적 사진 보면 네 얼굴이 있어서 너무 신기해.



자녀는 부모한테 그저 신기한 존재인걸까.


아빠 생일에 세상에 찾아와 11월 썬득한 겨울에 태어난 B형 어린이 정결. 엄마가 36시간 진통을 이겨낸 끝에 세상 빛을 본, 눈이 큰 아이. 네가 참 신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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