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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애 Nov 14. 2019

따멍롱 멍쏭 가는 길

따멍롱 멍쏭의 차농 홍영

여행 일정표엔 오늘 남나산 차산을 들렀다 포랑산 허카이촌으로 갈 예정이었다. 어제 상명에서 K가 티엔차(단차, 甘)와 쿠차(쓴차, 苦)가 생산되는 독특한 차산이 징홍의 남쪽 끝 미얀마 접경 지역 따멍롱 멍쏭에 있다며 가보길 권했다. 단체 패키지여행도 아닌데 짜인 일정표 대로만 진행된다면 밋밋하고 재미없지 않은가?


며칠간 아침을 기름기 많은 쌀국수만 먹어서 오늘은 길거리 식당에서 흰 쌀죽과 만두를 주문한다. 아무것도 넣지 않고 찹쌀을 푸욱 끓인 흰 죽 한 그릇 비우고 K가 소개해준 멍쏭의 차농이 마침 징홍에 볼일로 나와 있어 만나기로 한 장소로 이동한다.


약속 장소엔 전통 의상을 멋지게 차려입은 여인이 기다리다 차에 올라 활달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멍쏭에 사는 차농 홍영이다. 지금 가는 멍쏭의 차산은 해발 1,600 - 1,700 미터에 위치해 기온이 낮아 반팔 차림인 우리가 추울 거 같다며 걱정해 준다. 고마운 마음이지만 영하 10도 이하의 혹한의 겨울을 나는 사림들이니 이 정도는 걱정 안 해도 된다며 웃었다. 이곳은 겨울이라도 영하로 내려가거나 눈이 내리고 얼음이 어는 날이 없는 따뜻한 날씨다.

길가 상점에서 간식 구입하는 홍영

아들에게 줄 간식거리를 산다며 가게 앞에 차를 멈춘다. 산골 마을에서 도시에 나간 엄마를 기다리는 네 살 아들을 생각하는 엄마의 마음이 담긴 모습이다. 산을 올라가면 평지 지형이 나오고 여러 개 마을이 형성되어 있으며 그 주변으로 고차수 다원들이 있고, 그 산너머는 국가지정원시성림보호구역으로 울창한 밀림 지대란다. 한동안 평지를 달리던 차가 산길로 접어들자 오르막 경사가 심해진다.


봄에 쿠차(쓴차)가 티엔차(단차) 보다 먼저 나오고 이곳은 포랑산과 비슷한 자연환경에서 차나무가 자란다. 티엔차는 단맛이 많이 나는 차가 아니고 다른 지역의 차맛과 비슷하며 쓴맛이 강한 쿠차와 구분하기 위해 티엔차라고 한다. 차맛이 얼마나 쓰기에 쓴 차라고  하는지 궁금해진다.


몇 백 년 전 멍하이에서 야생 품종의 씨를 가져와 심었는데 그게 지금의 쿠차다. 야생 품종은 찻잎에 솜털이 거의 없어 차를 만들어 말리면 검은색이 많다. 홍영의 집은 멍쏭의 데짜이라는 작은 마을이고 3km쯤 가면 미얀마 국경이다. 이곳 소수민족들은 비자 없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어 찻잎 따러 미얀마에서 많이 왔다 갔다 한다.


홍영 집 가는 길

해발고도가 높아 지자 산길은 더욱 가파르게 구불거리고 안개 가득 밀려온다. 열흘이 넘도록 안개가 계속 짙게 흐르는 때도 있고 비도 자주 내려서 습한 기후다. 일정한 고도에 오르자 바나나 농장이 보이지 않는다. 바나나 농사는 농약을 뿌리기 때문에 차나무 보호를 위해 정부에서 일정 고도 이상부터는 바나나 재배를 금지시켰다. 마을 근처 차나무는 수령이 적어 크기도 작고 산속으로 갈수록 오래된 큰 차나무가 많다.


기압 차이로 귀가 약하게 멍 해 질 무렵 고개를 넘으니 높은 산속에 둘러싸인 넓은 평지가 나오고 집들이 보인다. 데짜이 마을 홍영의 집 앞에 차를 세우자 네 살 배기 귀여운 아들이 쪼로로 달려와 엄마의 품에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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