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애 Nov 14. 2019

상명을 떠나며

상명을 떠나며

윈난의 가을 하늘

요란한 닭울음소리에 자리에서 일어 난다. 2박 3일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이 많이 들어 버린 상명의 정운 초제소를 떠나는 날이다. 포랑산 차산으로 들어가려면 이동 거리가 멀어서 징홍 시내로 나가 하룻밤을 보내고, 내일 포랑산으로 들어가는 일정이다.


길거리 식당에서 2,000원쯤 하는 이곳의 주식 같은 쌀국수 한 그릇 먹고 정운 초제소 마당에서 이별의 아쉬운 마음 담은 차 한잔 마신다. 윈난의 차농 부부가 선물을 내민다. 200g 병차 한편이다. 그 따뜻한 마음 받기만 하려니 미안하다. 차를 많이 구입해 주면 좋겠지만 지리산 차농에게 이곳의 차는 기념으로 한편 정도 가져가면 족하기에 이무 가을 차 하나 구입했다. 다행히 같이한 일행과 박사장이 제법 많은 양의 차를 구입해 줘서 덜 미안한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다.


한국 들어오면 만나자며 악수를 나누고 K와 여기서 아쉬운 이별을 한다. 윈춘은 여행 끝나는 날까지 우리를 안내하기에 짐을 챙겨 승용차 오른다. 안주인과 말은 통하지 않지만 눈빛과 웃음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누고 포랑산 들어가는 긴 여정에 나선다.

징홍 가는 길 작은 가게

아열대의 따뜻한 기후지만 산과 들, 하늘엔 가을이 깊었다. 한참을 달려도 길옆으로 이어지는 것은 고무나무 농장이다. 사탕수수와 바나나 밭이 간혹 보이기도 하지만 끝없이 숲길을 만들어 주는 것은 고무나무다.  예전엔 고무나무 재배가 수익이 좋았단다. 지금은 이곳에 비해 인건비가 저렴한 라오스산 고무의 유통단가가 낮아서 상대적으로 비싼 이곳의 고무는 수요가 줄었단다.


고무나무 농장 근처엔 차나무를 재배하는 곳이 잘 안 보인다. 차에서 좋지 않은 성분이 나와 문제가 된 적이 있어서 고무나무 농장 가까이는 차를 재배하지 않는다고 윈 춘이 말해준다.


잠시 쉬어 가려고 시골 마을 작은 가게에 들렀다. 하늘은 짙푸르게 맑고 가을 햇살은 눈부시게 따갑다. 옥수수 맛 나는 아이스크림 하나가 350원이다. 그렇게 달지도 않고 담백하니 맛있다. 오늘의 우리나라 식품들이 너무 달고 부드럽다는 것을 많이 느끼는 여행길이다.


징홍 까오주앙 호텔 창밖 풍경

해가 넘어 가는 듯 석양이 비껴가는 저녁 무렵 란창강이 시원스럽게 내려다 보이는 호텔에 짐을 풀었다. 징홍 시내의 까오주앙 인데 관광특구처럼 형성되어 여행객이 많다. 특히 야시장은 규모가 크고 많이 알려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까오주앙 야시장

국경절 연휴여서 야시장은 시끌벅적 사람들의 열기로 달아 올라 있었다. 그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관광지 축제의 밤을 즐긴다. 많은 종류의 열대 과일과 중국스러운 다양한 종류의 꼬치가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구울 때 날아오는 비위를 자극하는 특유의 향신료 냄새에 사진만 찍고 지나간다.


공예품도 많은데 "건수자도"를 판매하고 있는 아주머니 좌판 앞에 멈췄다. 건수자도는 윈난 건수현의 다섯 가지 색의 흙으로 만든 도자기다. 발효차 우려 마시기 좋은 다관이 보여 가격 흥정해서 골랐다. 모양이 좀 다른 하나를 더 구입하고 싶은데 깎아주지 않으려 해서 그냥 돌아서면 다시 붙잡지 않을까 해서 돌아섰는데 주인 아주머니는 넉살 좋게 웃기만 한다. 이미 나의 눈빛을 보고 당신은 이 다관이 마음에 들어 반드시 사갈 거란 내 마음을 읽어 버린 것이다. 결국 흥정에서 패자가 되었지만 유쾌하게 웃으며 지갑을 열었다.


이곳의 홍보 모델인가? 전통의상 같은 옷차림으로 사람들과 사진도 찍어 주고 카메라들이 대면 환하게 웃는다.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축제의 들뜬 분위기 속, 시끌벅적 화려한 야시장의 밤도 깊어 가고 여행의 맛도 깊어지는 밤이다.

 


이전 08화 보이차의 정의를 생각해 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