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살면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바로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일기를 썼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교회에서 하는 Q.T를 쓰려고 시작했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그날의 나의 감정과 어려움, 미래에 대한 계획 등 나의 삶의 전반적인 모든 일들을 기록할 수 있었다.
2009년 고2 때 쓴 1권을 시작으로 해마다 1권씩. 어떨 때는 2권 이상 쓰기도 한다. 대학교, 군대, 대학원, 직장생활까지... 벌써 15년이 되었고 노트는 16권째가 되었다.
일기의 장점 두 가지
2015년 25살의 나
일기 쓰기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면 그때,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던 감정들을 기억할 수 있고, 또 과거의 나와 만날 수 있다. 특히 지금 내 상황이 어렵고 힘든 상황이라면, 과거의 일기를 통해 비슷한 상황과 어려움에 부닥쳐 있는 순간 나는 어떻게 대처했는지 알 수 있다. 모든 문제의 정답은 내 안에 있다는 말처럼 과거를 통해 문제의 답을 찾아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에 나에게 현재의 내가 위로받고 또 주기도 한다. 과거의 힘들었던 나에게 '네가 이때 이런 일로 힘들어했었지! 맞아, 이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뭔가 가장 친한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랄까?
가끔 미래의 내 모습에 대해 상상하기도 하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20살의 나에게 그리고 30살의 나에게... 현재의 내가 겪고 있는 힘듦과 어려움에 과거에 내가 위로받고 응원받는 셈이다.
당신이 생각했던 서른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2021년 30살 생일 파티. 이 때도 퇴사를 하려고 했었다 ^^
그런 의미에서 나에겐 서른 살이 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었고, 2021년 맞이한 서른 번째 생일은 의미가 남달랐다. 점심엔 회사 동료들과 저녁엔 가족들과 심야에는 친한 지인들과 생일 파티를 하면서도 내 머릿속은 복잡했다. '만약 10대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뭐라고 얘기할까?' '지금 내 삶에 만족할까?' '내가 생각했던 서른의 모습이었을까?' '만약 그 모습이 아니어서 실망할까?'
나는 서른이 되면 어른일 줄 알았다. 어느 정도 내가 일하고자 하는 분야에 전문가가 되어있을 줄 알았다. 20대 때보다는 심적으로 안정적일 줄 알았다. 고2 일기장에 따르면 서른 살의 나는 결혼을 해서 아이도 1명이 있어야 했다ㅎㅎ 그런데 내가 꿈꾸던 서른의 모습은 아니었다. 내가 생각한 위치와 환경 속에 내가 없어서였을까? 어느새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삶에 대해 스스로 실망하고 있었다.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
그런 나에게 기적처럼 다가온 책 한 권. 현재 구글 본사 수석디자이너로서 지난 25년간 10번의 이직과 11번의 취업에 성공한 글로벌 직장인, 김은주 디자이너님의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 나의 고민을 정확하게 짚어 주었고, 텍스트 하나하나가 말로는 정리하지 못한 내 생각을 하나의 문장들로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나의 가슴 속 깊은 이야기에 공감해 주었다. 다음화에서는 그 책을 짧게 소개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