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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사이

특별한 세컨 하우스

캠핑카를 갖고 싶으셨던 아빠의 꿈

by 헬시기버

추석 연휴, 친정 부모님은 칠순 기념으로 인도 여행을 떠나셨다.


친정에 갈 일이 없어졌지만 우리 가족은 부모님의 빈 집에 가서 여행을 즐겼다.


본가에만 머무른 것이 아니라 부모님의 세컨 하우스에도 말이다.


이번에 부모님은 특별한 '세컨 하우스'를 마련하셨다.


일명 '장박 텐트'.

*장박: 캠핑장에서 한 달 이상 사이트를 예약해 텐트를 두고 사용하는 방식


사천의 한 물놀이장에 위치한 장박지에 손수 텐트를 만드셨다.


텐트를 '치셨다.'기 보다 '만드셨다.'는 말이 맞는 게 쇠 파이프를 땅에 박고 천막을 치고 당근으로 살림살이를 하나씩 구입하셨다.


환풍기는 기본, 냉장고에서부터 에어컨, 전자레인지, 밥솥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완벽한 글램핑, 세컨 하우스가 완성된 것이다.


사실 아빠는 아주 오래전부터 캠핑카를 갖고 싶으셨다.


1억이 넘는 거액이 필요할 뿐 아니라 주차할 곳도 필요한 캠핑카.


친정 부모님께는 그저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그럼에도 꿈을 이루고 싶으셨던 아빠는 SM5 세단을 SUV 소렌토로 바꾸셨고 주말마다 차박을 다니셨다.


캠핑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이 세단으로 힘들게 다니는 게 안타까워 보이셨는지 소렌토를 물려주시며 캠핑카로 개조된 스타렉스를 구입하셨다.

서브 텐트를 칠 필요 없이 차에서 잘 수 있고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TV까지 모두 싣고 다닐 수 있어서 더 편하게 주말마다 야외로 나가셨다.


이제 이 정도면 아빠의 꿈이 이뤄지지 않았나 싶었는데 얼마 전, 드디어 완성했다며 세컨 하우스 사진을 보내주셨다.


정말 없는 게 없을 뿐 아니라 쾌적한 공간까지 갖춘 정말 '세컨 하우스'였다.


위로는 나무 그늘이 드리우고 앞에는 물놀이를 할 수 있는 하천이 흐르고 뒤편에는 황금빛 들판이 넓게 펼쳐져 있는, 자연 속에서 진정한 쉼을 누릴 수 있는 곳이었다.

주변에는 젊은 사람부터 은퇴하신 분들까지 다른 장박 이웃들이 있어 나름의 커뮤니티를 이루고 계셨다.


세컨 하우스는 전원주택만큼은 아니지만 그만큼의 쉼과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멋진 캠핑카를 꿈꾸셨던 아빠.


그 꿈은 조금씩 자라 세컨 하우스까지 오게 되었다.


하고픈 것도 사고 싶은 것도 많으셨던 꿈 많은 아빠.


마라톤 완주는 물론 100km 나이트 마라톤에 히말라야 트래킹도 성공하시고


얼마 전에는 20여일 동안 제주 올레길을 물집이 터지는 상황에서도 완주하셔서 인증도 받으셨다.

매번 그 꿈을 조금씩 이뤄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시다는 생각과 함께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 어떤 물질적인 부분보다 삶으로 살아가시는 모습이 자녀에게 큰 도전이 되고 배움이 된다.


나 또한 아이들에게 그런 부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들고.


남은 여생, 아빠는 또 어떤 꿈을 꾸고 이뤄가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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