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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수 Jun 09. 2022

어쩌자고 주상복합을 골랐을까

40대 김 부장의 첫 집, 첫 인테리어 이야기

1만 4천 세대 대단지에서 사는 것을 깔끔하게 접었다.

대안으로, 주상복합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땅끝까지 파고들어 공부했다.


충분히 학습을 했다는 판단이 생겼을 때, 주상복합의 장단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었다.


# 장점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물론 동네별 케바케, 인근 단지가 재건축일 때 기준)

가격 대비 넉넉한 평수를 얻을 수 있다.

1층에 괜찮은 상가가 있다면 생활 편의도 괜찮다.

주로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지어진다.

구조상 층간 소음이 거의 없다. 내력벽 vs H빔 구조

원하는 대로 집 레이아웃을 바꿀 수 있다. 모든 벽도 다 허물 수 있다.

주차장도 넉넉하다. 무엇보다 목동에서 너무 귀한 지하 주차장을 얻을 수 있다.

헬스장, 편의점 같은 시설도 같은 건물에 있다.


# 단점

집이 쉽게 안 팔린다. 정확히 이야기해서 1-2개 동 뿐이라 세대수가 적고, 적당히 눌러앉아서 사는 사람이 많아 매도 매물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나중에 Exit 할 때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말.

매도/매수 거래가 많지 않아서, 당연히 가격 오름폭도 낮다. 수요와 공급의 완벽한 증명체.

헬스장, 좋은 시설, 다 관리비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재건축 따위는 사실상 거의 없다. 상업지역에 지어지고, 용적률이 높아서 재건축 수익성도 낮다.

판상형 아파트 구조처럼 완벽한 통풍이 어려운 레이아웃도 많다.




매물에 대입해 봐야 하는 시간이다. 침을 발라 두었던 매물에 대해 해석을 해야 했다. 


그간 최대한 기존의 행동반경 내에 있는 매물을 알아봤고, 레이다에 걸린 녀석은 1.4만 세대 한 중간 상가지역이 밀집해 있는 블록에 있는 대림건설의 '아크로빌'이라는 곳이었다. 밀레니엄 시대 초반 대림건설이 심혈을 기울여서 나름 고급 브랜드로 포지셔닝했다는 주상복합이라 전해졌다. 


(오해 방지, 사실, 지금, 글을 쓰는 이 시점은 이미 그곳에 입주해 있다.)



# 이 매물에 대한  해석


ㅇ 재건축 매물 대비 상대 가격이 저렴하다. 

ㅇ 단순히 수요/공급 부족에서 생겨난 이유라 파악됐다. 우려할 바 아니었다.


ㅇ 통상 관리비가 많이 높지만, 전세로 살고 있는 집과 비슷하다. 주상복합 치고는 저렴했다.


아이들 학교가 크게 멀어지지 않아서 도보로 다닐 수 있다.


ㅇ 무엇보다, 구축 아파트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 "야!! 뛰지 마!!! 지금 몇 시야!!"라고 소리칠 일이 없다. 


ㅇ 어차피 삶의 질을 택했고, 이 집에서 Exit 시점은 인생의 늦은 나이쯤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재건축 단지의 가격 상승보다는 튼튼한 집을 얻게 되는 점이 더 매력적이었다.


ㅇ 인테리어를 계획한 만큼, 원하는 대로 집 레이아웃을 재구성할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ㅇ 매물의 특징, 내부 창문이 통으로 열리는 구조였다. 보통 이런 경우는 주상복합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컨디션인데 단점이 하나 해결!

지하주차장은 기본, 지정 주차에다가 원하면 (그럴 일 없겠지만) 2대도 주차 가능했다.


ㅇ 얼마 전 스타벅스에게 입지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위치였다!


출처 : 네이버 블로그 용쿤 (https://m.blog.naver.com/woojoo90/222519115964)


그렇게 덜컥, 주상복합을 선택해 버렸다.





동네는 양천구 목동이오, 아파트는 주상복합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실제 매물과의 전쟁만 남았다.


깔끔하고 정갈해 보이는 건물 외벽과는 달리, 매물을 보면 볼 수록 안타깝게도 내부는 20년 전 인테리어 트렌드에서 멈춰 있는 집이 많다. 만족이 되지를 않아서 부동산 사장님을 친구 삼아 이 잡듯 대부분의 매물을 다 구경했다. 몇몇 집은 새롭게 인테리어를 했지만 구조가 익숙하지 않은 레이아웃이었고, 대부분의 집은 온통 체리빛 나무가 창궐해 있는 형태였다. 


튼튼한 체리목, 나무랄 것 없는 건축 자재임은 맞지만, 검붉은 나무 색상은 흡사 바퀴벌레 등딱지 껍질과 비슷한 색상 같았다. 싫었다. 평형 별로 독특한 구조도 어쩔 때는 익숙하지 않았다.

약간 이런 느낌의 가구, 몰딩이 즐비한 집이었다. 


걸러내고 또 걸러냈다. 그 와중에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서 잘 오르지 않던 매매 가격조차 빠르게 바뀌고 있었다. 빠른 결정이 필요했다.


그 모습에 우리의 진심이 전달된 것일까. 사랑하는 중개사무소 사장님이 넌지시 조용한 제안을 했다.


"저기, 00층 매물요. 등록 안된 물건인데 한번 볼래요?"


'사장님과 친해져라.'

 책에서만 보던 부동산 거래의 정설을 내가 느낀 순간이었다. 소름이 돋았다.


아무것도 없던 내가, 사장님만 알고 있는 보석 같은 비공개 매물을 소개받을 수 있는 경지까지 오게 된 것은 분명 소름이었다. 태연한 척 대답했다.


"네, 그러시죠"


큰 기대 없이, 그 집의 초인종을 누르고 집을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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