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도 사랑할 수 있는가
[일러두기:본 소설은 실화에 근거를 둔 허구입니다. 창작 소유권은 황정미에게 있습니다]
places we won't walk
Sunlight dances off the leaves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고
Birds of red color the trees
나무 위에는 빨간 새들이
Flowers filled with buzzin' bees
꽃에 벌들이 윙윙거리며 날아다녀요
In places we won't walk
우리가 다시는 걷지 못할 이 곳에서요
Neon lights shine bold and bright
네온사인 불빛이 밝게 비치고
Buildings grow to dizzy heights
빌딩들은 어지러울 정도로 높이 솟아있어요
People come alive at night
밤인데도 사람들은 신이 났어요
In places we won't walk
우리가 다시는 걷지 못할 이 곳에서요
Children cry and laugh and play
아이들은 울고, 웃고, 뛰어놀고
Slowly hair will turn to gray
머릿칼은 점점 회색으로 변해요
We will smile to end each day
우리는 매일매일을 웃으며 마무리 할거에요
In places we won't walk
우리가 다시는 걷지 못할 이 곳에서요
Family look on in awe
가족들은 경외심을 가지고 바라볼 거에요
Petals decorate the floor
꽃잎이 바닥에 잔뜩 있어요
Waves gently stroke the shore
해안에 파도가 부드럽게 치고 있어요
In places we won't walk
우리가 다시는 함께 하지 못할 이 곳에서요
Children cry and laugh and play
아이들은 울고, 웃고, 뛰어놀고
Slowly hair will turn to gray
머릿칼은 점점 회색으로 변해요
We will smile to end each day
우리는 매일매일을 웃으며 마무리 할거에요
In places we won't walk
우리가 다시는 만나지 못 할 곳에서.
https://youtu.be/TmbaW3_1wT4
-유미야, 나 임신했어.
-미쳤구나, 너.
두 번의 결혼이 속아서 결혼했다는 변명조차 세월의 무게에 잊혀질 수 있는 건, 아이가 없다는 건데, 세 번째 남자가 원나잇으로 만나다가 헤어졌어도 기억에서 지워질 수 있다는 건, 어쩌면 그와 나의 연결고리가 없다는 건데.
난 네 번째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
-말해야 할까?
-중요한 건, 그 남자를 사랑하냐는 거지.
그녀가 말했다.
-난, 너의 남자들을 증오해. 지금도 뭐..네 번째 남자라는 수치 외에는 의미를 두고 싶지 않아. 그런데 임신은 달라. 듣고 있는 거니?
듣고 있던 음악의 볼륨을 줄이기 위해 그녀가 내 옆으로 다가올 때까지 나는 Bruno Major가 고백하는 문장에 머물러 있었다.
"In places we won't walk 우리가 다시는 만나지 못 할 곳에서."
-유미야 난 그를 벗어날 수 없을 거 같아. 그 사람을 잃으면, 만나지 못하면 말이야... 하얀 린넨 침대보가, 늘 마시던 일리 포르테가, 의식처럼 잘 때마다 마셨던 포트 와인이...의미가 있을까.
-내가 그럴줄 알았다.
그녀의 질문만큼 그녀의 어조는 강했다.
-이제는 태오가 보고싶어서 그의 집에 가게 돼...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넌 사랑을 하는 게 아니야. 사람을 찾는 거지. 못 받아 본 사랑 때문이라고 변명하지마. 그가 지식을 나열한다고 했을 때, 난 알았다. 그의 아버지가 그의 엄마를 가스라이팅으로 폭행을 한다고 했을 때, 난 이미 예감했다. 너도 불 꺼진 거실을 환하다고 말할 거라고 말이지. 너도 이미 그에게 넘어 갔어. 넌 이미 껍데기야. 정신차려. 네가 가지고 있는 차는 이미 그가 몰고 있다며? 네가 아끼고 있는 침대에서 그가 뒹굴고 있다며? 커피를 내려주고 와인을 따라 주는 것 외에는 너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없다며?
그녀는 내가 내뱉었던 말을 정확하게 기억했다. 그것이 나를 아끼는 그녀의 사랑 방식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의도적으로 줄여 놓은 음악 볼륨은 한곡 반복 재생 기능을 다하고 있었다. 내 마음 속에는 여전히 같은 문장만 맴돌 뿐이다. 나를 바로잡으려는 그녀의 질문이 넘쳐날수록 나는 눈을 감고 더 가사에 몰두했다.
"...Stay.. Places we won't walk"
-거짓도 사랑할 수 있냐고?
몇 번의 질문이 더 있었겠지...그녀가 묻는 마지막 질문에 감았던 눈을 떴다.
-유미야...그와 헤어질 수 없을 거 같아. 너에게 아직 하지 못 한말이 있어... 아이를 낳아야겠어...
그의 엄마를 처음 만난 곳이 그의 거실이었고 그의 엄마를 마지막으로 본 것도 그의 거실이었다.
-하루는 박물관 섬을 거닐면서 상상했어요. 남편 말을 거역하면 하나님이 벌을 주실지 상상했어요. 남편이 강요하는 방식이 맞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는 과거를 회상할 때마다 미간을 찡그리곤 했는데 그의 엄마는 이미 묻혀버린 이야기처럼 말했다. 오히려 그의 얼굴이 자꾸 일그러졌다. 그의 옆으로 다가가 그의 차가운 손에 나의 손을 포갰다.
-슈프레강 교량은 아름다웠어요. 돌로 만든 다리를 건너면서 강 밑을 바라보면 아들은 불안해 했어요. 뛰어내릴 수 없는 높이인데도 아들은 내 손을 잡아 당겼어요. 아들은 어렸으니까요.
-엄마 어리지 않았어요. 다 기억한다고요.
-그래...기억하지? 한국 나무보다 열배 이상은 큰 나무들이 그득했지. 강 바닥으로 나무 색이 비치면 강물은 온통 초록색이었잖아? 기억하지, 아들..?
-엄마, 독일 이야기는 그만해요 제발..
대화가 서걱거렸다. 그의 엄마는 평안했지만 그는 불안해 보였다.
-한 날은 남편이 돌아 올 시간보다 늦게 들어갔어요. 파란 멍이 붉게 퍼지는 날이었어요. 곧 흐려질 거라는 뜻이죠. 소리 없는 음악, 움직이지 않는 몸짓, 안부 없는 사랑... 맞아요. 우리 집은 언제나 어둡고 조용하고 사랑이 없었어요.
-엄마...
과거를 회상하는 그의 엄마가 그의 아버지를 말하고 있는데, 그는 불안했다.
-남편은 기독교 강요를 외웠어요. 왼손에는 연두색 형광펜이, 오른 손으로는 시큼한 냄새가 나고 딱딱한 호밀이 들어 간 빵을 뜯고 있었어요. 빵을 입에 넣고 오물거릴때 나는 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어요. 늦게 들어 갔으니까요. 남편이 말할 때까지 기다렸어요.
어디쯤에서 고개를 끄덕여야 하나, 어디쯤에서 울어야 했을까, 어디쯤에서 그를 안아줘야 하나..
어두운 그의 과거가 그의 엄마 입으로 토해지고 있었다.
독일의 거리와 슈프레 강의 아름다움 따위는 건조하게 뱉어내는 그의 엄마의 문장에 녹아내렸다. 어느새 태오는 내 무릎 위로 올라왔다.
내가 태오를 쓰다듬는 건, 마치 그를 안고 있는 행위보다 더 용기가 필요했으리라.
어느새 나는 그의 엄마를 옹호하고 있었고 어느새 나는 그의 아버지를 증오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의 아버지는 죽어도 되는, 과거에 묻혀버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어느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