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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bina Jul 24. 2020

여기는 호흡기 병동입니다.

[잠]에 관하여.

눈이 감긴  의식활동이 쉬는 상태를 []이라고 합니다.
갑작스럽게 입원을 했으니 낯선 환경이 주는 병동의 분위기에서 잠을  수가 없습니다.
병실 창가로 거세게 때리는 빗방울이 바람의 세기와 맞물려 창문 틈새로 바람의 거친 호흡이 느껴집니다.

그때, 폐의 찌꺼기를 제거하는 기구에 의존한  팔십이 넘어 보이는 아내가  바람소리보다  거친 호흡을 내쉬며 -걸... 그르륵 소리를 냅니다.
그러다 숨이 멎을  잠시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보호자 침구에서 자던 팔십이 넘어 보이는 남편이 벌떡 일어나 아내의 상태를 체크합니다.
-호흡하기 힘들면 가래를 뱉고 자구려
저는 동화 같은 금슬 좋은 노부부를 바로  침대에서 깨어있는 각성의 상태로 듣고 있습니다.

[]  다른 의미는 아직 각성되지 못한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아프리카는 []에서 깨어나려고 노력 중이다.라는 글에서 유추할  있겠죠.

현재 나의 의식은 각성상태라고 하지만, 내면의 의지는 아직도 [] 단계가 아닐까 과거를 회상해 봅니다.

장애인을 포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당당한 여자 코스프레를  오래 했습니다.
아는 지식을 총동원해  카페 엄마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습니다. 짐을 들어주겠다는 호의에도 불쾌한 시선 건네주며, -혼자서   있어요.
그렇게 의식 있고 당당한 여자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능력의 상한가를  , 아이들을 다루는 방법이 호통과 매질이었습니다.


[네가 무엇을 하든, 누가 뭐라 하든, 나는 네가 옳다]  제가, 고개 숙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한 사람인 제가, 지금은 상담사인 제가, 아이들의 손바닥을 때리

-감히 어디서?

느리게 호흡하다 돌변하는 호랑이처럼, 아이들을 강하게 교육했습니다.
-아이를 때리셨나요? -제가 육하는 방식입니다.
실력만큼 무서운 선생님이라는 소문에 입꼬리 실룩대며 아이를 보내기 싫으면 당신들 손해라는 아주 교만한 생각을 하면서도 나답게 살고 있다고 [] 빠져 있었습니다. 그때,  모습을 시각화해보면 교언영색입니다.

오른쪽 병실 침대에서 팔에 깁스를  50 여성분이 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돌아누울 때마다 

-아.. 윽... 끙 소리가 납니다.
호흡기 병동에서 팔에 깁스까지 하고 계시니, 주치의가 둘입니다.
폐를 검진하는 의사 선생님은  파마머리를 묶지도 않은 채, 나풀거리는 원피스 위에 의사 가운을 입었습니다.
의사 가운이 없다면 길에서 화장을 짙게 하고, 향수를 잔뜩 뿌린 다른 직종의 여성으로 보입니다.
깁스를 담당하는 의사 선생님은 야간 근무를 했는지, 머리카락이 정돈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요 들어올 때부터 가슴이 설렙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키스 장인]으로 불리는 유연석을 닮았습니다.

, 아직 저는 의식이 깨어 있는 여자가 아닌가 봅니다. 
여의사를  위의 여자로 매도하고 부스스한 남의사를 배우로 환치하고 있습니다. 어서 의식의 []에서 깨어나야 할 텐데요.

다시 돌아가 볼까요.
아이들을 매로 다스릴 때, 저에게 잘 보이고 싶은 건지 아니면  아니면 답이 없는 아들인지, 아들의 교육을 맡기러 오신 학부모의 손에 당구 큐대가 들려 있었습니다.
-선생님, 때리셔도 됩니다. 제가 쓰던 큐대가 낡아서 검은 테이프로 감아 왔습니다.  자식이 말썽이 심합니다.
마구 때려도 됩니다. 성적만 올려주십시오.

, 저는 그때부터 [매질] 멈추었습니다.
[]에서 깨어난 것이지요.

여기는 호흡기 병동, 4인실 병실입니다.

-00  , 00  꺼라
-알았다고욧....
모녀 사이 맞습니다.
다소 거칠게 대응하는 딸의 모습에 거친 호흡을 내쉬는 노모가 안쓰러워 보였습니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과, 어머니의 호흡을 잠재울 부드러운 따님의 응대가 필요해 보여 제가 책을 선물합니다.

-작가이시군요. 제목부터 마음에 들어요.

어머니를 대할 때와 다르게 부드럽게 응대합니다.

갑자기 처음 입원할 때 목발로 걸어 들어오는 나의 모습을 날카로운 그녀가 어떻게 보았을 까 생각해보았습니다.

-00야, 화장실 가자.

-네!

화장실에 어머니를 앉혀드리고 온 그녀에게 말을 걸어 봅니다.

-어머니 병간호하시느라 힘드시죠?

-아... 괜찮아요. 이 정도 가지고 뭘요.

그녀가 보여주는 미소가 진짜 감정으로 보여 한번 더 용기를 내봅니다.

-어머니께서 따님을 부르실 때마다 목소리가 크셔서...

-아, 어머니가 귀가 잘 안 들리세요... 시끄러웠죠? 죄송합니다. 그리고 필요한 거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도와드릴게요.

-감사합니다

나의 얼굴이 뜨거워집니다.

마음은 경거망동 입은 유구무언입니다.

어서 [잠]에서 깨어나야 할 텐데 말입니다.




여기는 호흡기 병동, 4인실입니다.

의식의 잠에서 깨어났다고, 나답게 살고 있다고 자부하면서 장애인 브이로그를 찍고, 젊어서 못 갔던 여행을 몰아서 하더니

저는 결국 폐에 물이 찼습니다.

기울어진 몸으로 걸어온 세월이 길다 보니 뼈는 휘어있고, 목발 상체 운동을 하다 보니 폐를 보호하는 뼈와 뼈 사이의 연골이 단단해져서

나의 폐를 콕콕 찔렀답니다.

무리한 일정으로 면역력이 약해지니 폐에 염증이 생기고 그 염증이 물을 유발하고  호흡을 할 수 없는 응급까지 가는 그래서 폐에 구멍을 내고 물을 빼는 수술 아닌 시술을 해야 한다는 이 지경에 저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 수술실로 가야 할 시간입니다.


수술동의서, 마취, 그리고 깨어남.

정신이 깨어나더니 나다운 의식이 살아납니다.

-아, 어쩌다가 물까지 찰 정도록 무리하셨나요?

친절한 의사 선생님의 얼굴이 [슬기로운 의사생활] 조정석으로 보입니다.

-아, 제가 장애인도 할 수 있다 콘셉트로 3주 연속 혼자 운전하면서 전국을 누볐습니다.

-아, 대단하세요

칭찬 들었습니다. 가만있을 사비나가 아닙니다.

-제가 그 영상을 유튜브로 남겼습니다.

-유튜버세요?

-하하하, 작가입니다.

-작가세요?

-하하하 상담사입니다.

간호사와 인턴들이 모여듭니다.

-하하하 제 책을 가져왔는데 드릴까요?


방금 폐에 구멍 뚫고 그 수술실에서 나눈 대화입니다.


[나 다운것]이 무엇일까요?

[나답게 사는 것]이 어떤 걸까요?


수많은 자기 계발은 저를 나다운 삶으로 몰아갔고, 수많은 영성 책은 저를 쉬라고 손짓했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작가가, 지금 고민합니다.

[나 다운 것]은 [순간 느끼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닐까.

지금은 고생한 폐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폐가 이렇게 크다냐? 물이 그렇게 많이 찼다냐? 고생했다 나의 폐야. 건강한 주인 만났으면 좋으련만... 잘 참았다 폐야... 우리 잠깐 쉬어가자.

눈물 조금 쏟아내니 [잠]이 쏟아집니다.

각성하고 나아가야 할 의식의 [잠]은 영롱합니다.

비가 그치고 하늘이 참 파랗습니다.


여기는 호흡기 병동 4인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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