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에 관하여.
아이들의 일상을 보는 맛에서, 그 아이들이 뱉어낸 솔직하고 순수한 말들에 나는 이모가 되고 엄마가 되었다.
처음엔 외국인 아빠와 사니 억양이 그럴 수 있겠구나... 그랬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밴틀리 말이다.
-맞구나 !
-심심해...
-할 뚜 이떠 .
윌리엄과 밴틀리의 대화를 통해서도 이미 어른을 위한 동화이며 힐링 영상인데, 아... 이 자식 혼자서 하는 말이 어쩜 그렇게 이쁜지.
나는 벤틀리의 혼잣말을 통해서 어른을 보고 세상을 보았고 그리고 나를 보았다.
가끔씩 보던 전 남편의 흔적을 아예 지운 지 2년쯤,
아들을 독립시킨 지 6년쯤... 친정엄마와 정신적으로 물리적으로 독립한 지 1년쯤.
나는 이제 혼잣말의 달인이다. 그 혼잣말이 독백이었다가 모노드라마였다가 개그콘서트였다가 이제는 벤틀리를 닮아간다.
-맞구나 !
-할 뚜 이떠.
-꼈어...
그리고 말이다.
상담사라고 말이지, 내면 여행을 한답시고 말이지, 조금은 격조 높은 대화도 한다.
시간이 멈춘 호흡기 병동에서 할 수 있는 건, 글쓰기인데, 잠이 오지 않는 어젯밤 나는 격조 높은 대화를 했다.
벤틀리를 닮은 억양에서 1인극의 대가 박정자를 닮은 우아하고 깊은 울림의 목소리를 내면서 나는 시간 여행을 했다.
-있잖아, 시장에서 교회 권사님들이 너 얘기하더라.
-뭐라고?
-잘 사는 줄 알았더니, 남편이 백수였대, 노름을 했대 이렇게 말하던데...
-누가 그래?
-응 있잖아 000 권사랑 000 집사 말이야.
-앞에서 말하라고 해. 뒤에서 씹지 말고!
-있잖아, 00 엄마 있잖아. 학부모
-응
-그 사람이 카페에서 너 얘기하더라
-뭐라고?
-1등 만들어 줄줄 알았는데 말만 번드르르하다고
-1등이 쉬워? 그 얘기를 누구한테 해?
-응 있잖아, 맨날 같이 다니는 그 00 엄마.
-앞에 와서 요구하라고 해. 00 이가 1등이 못 되는 이유를 나열해 준다고!
-있잖아...
-그만해! 왜 자꾸 알려주는데!
-네가 궁금할 거 같아서...
-절대, Never! 궁금하지 않다고.
Talks behind someone’s back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그 사람이 없는 곳에서, 그 사람 등 뒤에서 하는 말이 뒷담화이다.
10대 아이들은 이렇게도 말한다
-뒷 땅 까지마!
그런데 말이다.
시간이 흐르니 뒷담화가 사람을 죽이지 않는 선에서는 좋다는 것을 알았다.
[성찰]이 된다는 것이다.
내가 남편을 얼마나 포장했으면... 내가 얼마나 아이들 성적을 쉽게 올려준다고 했으면 그랬을 까.
그래서 00 스님은 [시간이 흐르면 비로소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앞 담화로 들려주는 간지러운 칭찬은 얕게 고인 시냇물에 잠시 머물다 간 햇살 같은데 말이다, 뒷 담화로 들은 말은 고인 물이 되어 썩지만 않는다면 고인 물을 헤집고 물 바닥에 있는 진흙이 울그락 불그락 위아래로 섞이고 스스로 자정작용을 거쳐 맨 윗물이 참 맑아지니 그곳에는 햇살이 참 오래 머물다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제는 참 격조 높은 대화를 했다는 것이다.
-00 작가는 왜 그렇게 오래 가라앉아 있을까요...
-아픈 과거를 지워가는 작업 중이겠죠
-저는 그 00 작가가 매일 웃었으면 좋겠어요.
-오지랖입니다.
-밥은 먹었을까요?
-죽지 않을 만큼 먹고 알아서 잘 살 겁니다.
-울고 있지 않을까요?
-그러다 폐에 물이 더 찹니다.
-있잖아요
-네
-00 작가는 에니어그램 5번인가 봐요... 상처 아이로 커서 그 상처가 종양이 되고 뛰고 날아야 하는데 너무 무거워서 날아가지를 못하는...
-5번이든, 7번이든, 지금은 폐를 와칭 해야 합니다. 본인을 아끼고 사랑해야지요.
-그래야겠지요., 근데요 00 작가는 머리형은 맞아요. 머리로 생각하고 일어나지 않을 일을 상상하면서 동굴 속에서 나오지를 않으니요.
-그대도 머리형이라 그렇게 살았으니 그런 사람만 보이는 건 아닌지요.
-있잖아요
-아 그만! 듣고 싶지 않다고요
-자꾸 말하고 싶은데...
-그럼, 앞에 가서 이야기하세요 뒷 땅 까지 말고.
-혼잣말이잖아요...
-허허...
지금 그대는 00 작가를 뒷 담화 하는 중입니다.
뒷 담화라고 해도 좋고 심리학에서 말하는 [동시성]이어도 좋다. 마음이 아픈 00 작가가 들었으면 좋겠으니.
그래서 [성찰]이 되고 고인 물속에 진흙이 한 바탕 뒤엎어져 맨 윗물이 맑아서 00 작가의 순수함이 있는 그대로 읽히기를 바란다.
그래야 글을 쓰지
그래야 돈을 벌지
그래야 웃지
그래야 오래오래 햇살을 보지
-뭐 해요?
-지금 글 쓰고 있잖아요.
-허허
그대는 지금 글로 뒷 담화하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