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JS Dec 20. 2020

잠 못 이루는 연말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사랑하는 가족, 연인과 함께 보내는 연말이면 생각나는 영화들이 몇 개 있다. 이런 영화들은 줄곧 사랑에 대해 논한다. 어떠한 논쟁이나 이데올로기, 소모적인 논쟁을 뒤로한 채 우리는 지금 마땅히 사랑을 해야만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수많은 영화 중 하나를 추천하고자 한다.


냉전 시대에서 사실상 승리를 쟁취한 미국은 세계 국가의 정점에 올랐다. 경제적으로 풍족했던 그 시기에 미국을 중심으로 쏟아져 나온 다양한 문화와 예술은 지금까지 회자되며 지금까지도 끊을 수 없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9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크리스마스, 연말의 따뜻함이란! 당장에라도 뉴욕행 비행기표를 발권하고 싶은 충동이 들게 한다. 그런데 하필 비가 오는 날이 많아 우중충한 날씨가 잦은 시애틀을 배경으로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영화라니.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그 시절의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느껴진다. 유선 전화와 라디오, 온 가족이 모이는 연말의 따뜻하고 행복한 분위기에 운명의 남녀가 더해지니 로맨틱 무비의 교과서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는 어쩌면 사랑의 방식을 과거와 현재로 나누는 기준선일지도 모르겠다. 전통적인 결혼이라는 제도에 맞서 진정으로 마음이 끌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려가는 애니. 그녀를 세상 쿨하게 보내주는 월터. 세상이 원하는 방식이 아닌, 개인의 선택으로 행복을 찾아가라는 메시지는 당시 청춘들에게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자극적인 감정 소모와 노출씬 없이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영화를 본 게 언제쯤이었는지 가물가물하다. 비디오 대여점에서 생각 없이 빌려본, 어릴 적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봤던 영화에 대한 기억이 머릿속에서 새롭게 재탄생한다. 그 시절의 감성을 잔뜩 담은 OST는 덤. 매서운 겨울바람이 더욱 차갑게 느껴지는 시기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너무 쉽게 잊고 사는 게 아닐까, 가끔은 느리게 흘렀던 그때의 시절이 그립다. 그리워서 좋아 보이는 것일까. 좋았기에 그리워하는 것일까. 역시 인생을 짧고 예술은 길다. 예술이란 것도 어쩌면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어떤 것을 ‘사랑’하는 모든 행위이지 않을까. 누군가의 잣대가 아닌 개인의 선택에 손을 들어주는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안되는 꿈을 잡고 있는 것도 비참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