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필사

[230312] 물 긷는 저녁

by. 설정식

by NumBori


[230312] 물 긷는 저녁 _설정식

해 저물어 개로 떨어지는 물소리 맑아가고

마을 아주머니네

다림질할 흰옷을

이리저리 풀밭에 널 때

베적삼 긴 고름을 씹는 處子의 두 눈동자는

이상한 살결의 용솟음으로 짙게 타오른다

매태 낀 우물 귀틀에

두레박줄 잠깐 멈추고

물 우에 가늘게 흔드는 흐릿한 모션에

영롱한 꿈 맺어보다가

치마 속으로 삿붓이 흘러드는 바람결에 놀라

주춤하고 둘레를 살피며

울렁거리는 두 가슴에 손을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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