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en, the blue and the birds
난 1여년의 육아휴직을 내고 아내따라 애들따라 오레곤에 온 용감한 1인이다. 오레곤은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 사이에 낀 주다. 인지도나 영향력면에서 위 아래 주보다 못하지만 오레곤은 끊임없이 타주와 차별화를 시도한다. sales tax도 없고 대마초도 합법화 되었고, 심지어 많은 주와 다르게 주유는 셀프가 아니다(셀프 주유를 금지한 것은 취업율을 올리기 위한 방편이라고 한다). 여기서 지내면서 기억에 남는 몇군데를 소개하고자 한다.
#1 George Rogers City Park: something for everyone
작년 여름에 고령층이 비교적 많은 이 Lake Oswego 동(명색이 도시이지만 인구수가 4만명이 살짝 안되니 한국 동 수준)에 이사온건 아내가 걸을 수 있는 동네를 우선순위에 두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동네가 작다 보니 차를 몰고 다른 동네 가서 장 보고 놀고 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지금 15분여분 걸어서 올 수 있는 동네 공원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조지 로저스라는 동네 의원 이름을 따서 지었고 예전에는 용광로가 위치해있다(만년전에는 원조 미국인들의 활동했었다고 한다). Williamette 강을 끼고 있고 이 동네에 강수량이 많아서 그런지 해변가, 숲길, 공원 모두를 갖고 있는 공원이다. 현재는 코로나19로 놀이터가 폐쇄되어 있지만 다행이 다른 부분들은 개방되어 있다. 오레고니언들은 날씨가 좋으면 카약을 끌고 와서 강을 오르락내리락 한다. 공원에 도착하면 난 보통 태양광 패널처럼 가만히 서서 빛을 흡수... 아내는 오레고니언처럼 알통 구보...
오늘도 이 공원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햇볕을 쬐는 오래곤 사람들이 많다.
#2 Crater Lake: 이것은 바다인가 호수인가
포틀랜드에서 약 5시간 떨어진 곳에 Crater Lake 국립공원이 있다. 오래곤주의 유일한 국립공원이며, 미국에서 5번째로 오래된 국립공원이라고 한다.
옛날옛적에 화산이 폭발하면서 분화구가 생겨났는데 여기에 눈과 비가 내려서 호수가 되었다. 미국에서 가장 깊은 호수다. 사진은 아쉽게도 호수의 진정한 깊은 파란 색깔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잇다.
작년 8월에 공원에 갔었는데 아내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여기 호수에 풍덩하는 것이라고 해서 과감히 차가운 물에 풍덩. 딸도 풍덩. 소심한 아들과 에너지 비축을 중요시 하는 나는 구경. 내 변명을 하자면 입구에서 한 시간 아래로 아들을 업고 내려갔었고, 다시 아들을 업고 올라갈 생각을 하니 에너지 비축이 필요했었다.
#3 Swift Watch: 아니 땐 굴뚝에 새들이 들어가요
포틀랜드의 정체성인 남들과 차별화된 생활 양식을 잘 보여주는 동영상 하나를 올려본다.
작년 9월말, 아내의 지인은 현지인들만 즐기는 구경을 보러 가자고 했다. 결국 같이는 못가고 다른 한국인 가족과 가게 되었다.
도착한 곳은 주차장도 없고 공사판 화장실 두어개만 있는 포틀랜드 북부에 위치한 Chapman 초등학교였다. 1000명 이상의 사람들은 이미 진을 치고 있었다. 일부는 박스를 해체해서 돗자리로 활용하거나 애들이 썰매처럼 타고 비스듬히 잔디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 거리고 있었다.
“뭐 볼게 있다고...” 궁시렁거리면서 기다리고 있으니 시커먼 점들이 하늘에서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정체는... Vaux’s swift(유럽칼새).
이 철새들은 남미로 내려가게 전에 지나가던 경로인 포트랜드 학교 굴뚝안에서 9월 한달 매일 저녁에 취침을 한다. 대략 300~7000 마리가 굴뚝을 집으로 삼는다. 이들이 굴뚝의 장기투숙객이 된 건 1980년 후반부터라고 한다. 그때부터 학교는 새들이 굴뚝에서 완전히 나가면 비로소 불을 뗐다고 한다.
철새들은 대략 한 시간 하늘에서 빙빙 돌다가 10점 만점의 실력으로 차곡차곡 굴뚝에 들어간다. 그러면 구경하는 사람들은 일제히 박수와 환호.
그리고 사람들은 주섬주섬 주변을 정리하고 모두 내년을 기약하고(일부는 한달내내 오겠지만)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오레곤에 대한 소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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