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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Oct 15. 2020

미래의 아내가 계약연애를 제안하다

결혼기념일 10주년 pt. 3: 두 명의 우군과 연애 도사

10월은 우리 부부 결혼 기념 월이다. 알고 지낸 기간은 15년 정도 되었다. 올해가 결혼 10주년이고 브런치로 인도해준 아내에 대해 본격적으로 글 쓸 타이밍이 되었다.


마지막 (결혼 전) 에피소드.



보통 영화 시리즈 3부작에서 첫 번째가 제일 신선하고, 두 번째가 제일 볼거리가와 완성도가 높으며, 세 번째가 제일 약한 연결고리라서, 세 번째는 통상 전체 시리즈를 아우르고 마무리하는 역할을 한다(오리지널 스타워즈, 놀란 배트맨 시리즈 등). 이 마지막 편이 그렇지 않아야 할 텐데...



계속 대시하는 나에 대해 실드 치는 아내의 얼음 심장을 녹게 한 두 명의 키플레이어가 있었다. 나에겐 예상치 않았던 우방 2명이었다. 바로 미래 장인과 미래 처제.


아래는 아내로부터 내가 나중에 들은 이야기다:


1. 미래 장인은 친구분들과 순댓국을 드시러 간 날, 나와 10여분 이야기한 후 집에 돌아오셔서 미래 아내한테 말씀하신다: “그 친구 괜찮아 보이더라.” 아마 나의 운전 스킬을 말씀하신걸 미래 아내가 크게 확대 해석했을 수도. 그때 모셔다 드리지 않고 내가 도망갔으면 역사는 바뀌었을 거다.


2. 어느 사이좋은 자매처럼 미래 처제는 미래 아내와 5G 속도로 수많은 정보를 주고받는다. 서로 연애사도 공유하는데 내가 요주의 인물 중 하나였을 것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미래 아내가 한우를 먹으면서 나에 대해 고민을 말하자, 미래 처제가 제시한 중요한 아이디어를 듣고 나에게 다시 연락을 하게 된다.


금사포(금세 사랑을 포기한 남자)인 나에게 미래 아내로부터 한우 사태 1주일 후 연락을 왔다. “이번 주 볼 수 있어?” 하지만 겨울왕국 1 안나처럼 가슴이 차가워져 가는 나는 일단 만나는 걸 한 주 미루었다.


하지만 1주일 후 다시 만나니 또 머릿속에서 토이의 “여전히 아름다운지”와 같은 음악이 흐른다. 내 음악을 끊은 미래 아내의 제안: “우리 한시적으로 사귀어 보자” 나는 당시 이게 무엇인지 순간 이해가 가지 않아서 “어... 생각해볼게. 내일 연락 줄게...”하고 당장 나의 베프 “연애 도사”에게 편의점 맥주 1리터와 양주(소)를 사 가지고 달려간다.

나의 연애 분투기는 안주다

영화 매트릭스 네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모피어스가 있다면 나에겐 연애 도사가 있다. 연애 도사는 나의 대학 동아리 시절부터 알고 지내다 사회생활하면서(그리고 술 마시면서) 베프가 된 녀석이다. 연애 고민을 갖고 가서 털어놓으면 깔끔하게 정리를 해준다. 난 연애 도사에게 4년간 미래 아내에 대해서 털어놨으니 나의 고민을 듣고 대답이 척 나온다: “이미 정해져 있네. 너 그렇게 할 거잖아. 이제 (더 이상 연애에 대한 가르침이 필요 없으니) 하산해도 되겠어.”

이미 넌 어떻게 할 지 결정을 내렸다

난 미래 아내를 한시적이라도 여자 친구로 받아들이기로 이미 연애 도사에게 달려가면서 마음을 먹었다. 아마 당시 내 결정에 베프의 인증을 받고 싶었을지도.


다음날 저녁 나는 파워 슈트와 코트를 입고 미래 아내 집 앞으로 찾아간다. 미래 아내는 츄리닝 차림으로 등장. 난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대답을 한 후 서로가 상대에게 바라는 점을 말한다. 난 “우리가 늙어서도 서로에게 매력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면 좋겠어” (내가 뉴욕 타임스에 실렸던 부부 관계 리스트에서 봤던 내용이다). 이 말을 듣고 당시 아내는 긴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결혼 후 운동을 멀리하니 지금은 황당해하고 있다. 다음, 아내 차례. 멋진 남자론을 꺼낸다. 단순히 본인한테만 잘해주는 게 아니라 다른 것도 잘하는... 이번엔 내가 긴장하고 듣는다. 당시 난 공수표를 남발했다 “응 그럴게”x10. 그 결과 멋진 남자의 기준은 지금도 계속 차곡차곡 늘어가고 있다...


난 침을 삼키고 떨리는 손으로 미래 아내 손을 잡고 집에 바래다준다. 연애 1일 차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우린 6개월 후 결혼한다.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 후.


1. 계약 연애 아이디어는 미래의 처제가 제시했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아내가 처제의 결혼 당시 큰 역할을 한다.


2.  유튜버가 되고 싶은 딸은 우리 결혼 후 바로 등장하진 않는다. 일 년이 더 지나서야 첫울음을 선보인다.


3. 연애 도사와는 지금도 종종 만나서 술을 마시면서 지낸다. 이제는 나한테 유튜버를 해보라고 한다.


결혼기념일 10주년 pt. 2

https://brunch.co.kr/@jitae2020/107


결혼기념일 10주년 pt. 1

https://brunch.co.kr/@jitae202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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