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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Jan 28. 2021

공교육, 사교육을 울음으로 거부하는 유치원 아들

코로나19 때문에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아이가 되어간다

“유치원 갈까”라는 내 말이 떨어지는 순간 아들의 코가 벌렁거리면서 입이 크게 벌어진다. 우렁찬 울음소리가 오늘도 집안에 울려 퍼진다.


아들은 12월 초부터 유치원 안 가기 운동을 울음으로 표현하고 있다. 예전에는 며칠이라도 억지로 가더니 이제는 다양한 변명으로 안 간다고 한다. “장난감이 별로 없어” “OOO가 유치원 안와” “000가 나빠”


나는 처음에는 윽박 육아, 육아의 대모 오은영 선생의 따뜻한 말 육아, 무관심하면 가겠지 육아, 장난감 회유 육아 등 다양한 전법을 구사했지만 아들의 유치원 안 가기 결의는 굳건하다.


지난주에는 아들을 유치원에 겨우 이틀을 보내봤다. 하루는 중요한 서류(연말정산 교육비 영수증)를 유치원에서 가져와야 한다고 꼬셔서 가게 했고, 다른 날은 졸업식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꼬셔서 가게 했다. 하지만 이게 다였다. 아들은 간 두 날에 “선생님이 자꾸 밥 먹고 가라고 해”서 속상했다고 한다.


난 어릴 때 이 정도로 흑화 되지 않았는데... 돌이켜보면 아들이 잠들기 전 내가 너무 어벤저스 이야기를 많이 해줬나 후회가 든다. 아들은 자신의 주변을 슈퍼히어로와 슈퍼 빌런으로 구분하게 되었다. 결국 내가 슈퍼 빌런이다...


하지만 최종 슈퍼 빌런은 따로 있다. 코로나19. 작년 초 미국에 있을 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모두가 집돌이가 되었었다. 아내나 내가 장을 보러 나가고 아이들은 어디 안 나가고 집에만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들이 한참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놀면서 재미를 붙일 나이에 그 인간관계와 놀이의 즐거움이라는 기회가 박탈되었다. 딸도 마찬가지였지만 줌으로 수업도 하고 친구도 만나서 부족한 데로 관계가 유지되었다. 그러다 보니 아들은 누나 바라기가 되었다. 남매가 나이 차이가 나다 보니 누나는 동생을 쥐락펴락(누나가 신데렐라가 되었다가 새언니가 되었다가)하다 보니 아들은 부모보다 누나의 눈치를 보게 되었고 자신과 놀아줄 누나를 더 따르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아들이 동네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누나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나 싶었더니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우리는 아들을 유치원을 덜 보내게 되었다. 딸은 다시 집에서 줌으로 수업. 결국 코로나19 초기 때와 상황이 비슷해졌다. 누나도 있겠다 장난감도 있겠다 넷플릭스도 있겠다. 유치원을 갈 이유가 없어졌다.


보다 못한 아내는 그래도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아들을 미술 학원이라도 보내려고 했다. 수업 첫날 안 들어가겠다고 울음으로 결사 항전하면서 결국 학원 선생님은 아들을 광속 아웃시켰다. 뭐... 첫 수업은 공짜였으니 그나마 돈이 안 나간 거에 위안을 삼는다. 미술 학원은 5분천하.


지금 집에 있는 최신 오은영 선생의 육아서적에도 유치원 안 가는 아이에 대한 내용이 없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유치원을 갔다 안 갔다 하다 유치원을 아예 인 가려는 아이들에 대한 해결책이 어디에도 시원하게 나와 있지 않은 것 같다.


결국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들어야 딸이 학교를 제대로 다니기 시작할 테고 누나 없이 집에만 있으면 지겨워서 아들이 유치원을 가기 시작할 것이다. 그게 해결되지 않는 한 아들은 유치원을 계속 안 갈 것이다.


그때까지는 아들이 안 아프고 잘 지내면 좋겠다...라고 긍정적으로 결말을 맺고 싶지만... 얼마전 장염에 걸렸다. 빨리 아들이 초등학생이 되어야 덜 아프고 학교도 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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