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오래 갈지는 장담은 못한다
바야흐로 한 달 후면 크리스마스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최대한 산타의 실체를 숨기려 할 것이고 아이들은 산타의 실체는 사실은 부모라는 걸 곧 알게 될 것이다.
작년 크리스마스 무렵. 우리는 애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포장하기 위해 마트에 가서 포장지를 샀다. 이 포장지로 24일 밤 애들이 잠들었을 때 아내는 성물들을 잘 쌌다. 이후 난 포장지를 숨기려고 윗 선반 위에다 올려놨다. 선물은 받고 며칠 후. 딸은 평소에 보지도 않는 윗 선반을 쳐다보고 소리쳤다.
딸: “아이악!!! 이 포장지 뭐예요?”
아내: 버벅거리다.
나: (5초간 대응책을 생각한 후): 음... 요새 산타 할아버지가 매우 바쁘셔서 엄마 아빠들에게 선물을 포장하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 (“포장의 외주화”)
딸: 그럼 산타랑 어떻게 연락해요?
나: (능청스럽게) 이메일로 연락하지. 산타 할아지버지에게 우리 집 애들이 말 잘 들었는지 엄마 아빠가 보고해. (딸이 이메일 보여달라고 한다). 당연히 애들은 이메일을 보면 안 되지. (“상향식 연락 체계”)
딸: (아직도 미심쩍어한다) 산타 할아버지 진짜로 있어요?
나: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준비되어 있다!) 자 보여줄게. 미국 NORAD 사이트에서 산타를 매년 추적하고 있지. (컴퓨터로 사이트를 보여준다) (“존재의 간접적 확인”)
NORAD 산타 추적(NORAD Tracks Santa)은 1955년부터 시작하여 매년 진행하는 북미 항공 우주 방위 사령부(NORAD)의 크리스마스 테마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다. [1] 매년 크리스마스이브에는 NORAD 산타 추적기가 북극을 떠나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산타클로스를 추적한다.
1955년 12월 24일, 미국 콜로라도주의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있는 시어스 회사는 어린이들에게 "산타클로스에게 연락할 수 있다"라는 전화번호를 쓴 광고지를 나눠주었다. 그러나, 이 광고지의 전화번호는 실수로 잘못 인쇄되어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대륙 방공 사령부(CORAD) 센터 직통 전화번호로 연결되었다. 이날 밤에 근무하던 대령 해리 숍은 "산타클로스의 현재 위치를 알려달라는" 어린이들의 전화가 온다는 보고를 받았다. 1958년 이 전통은 CORAD가 북미 항공 우주 방위 사령부(NORAD)로 개편되면서도 이어졌다.
출처: 위키피디아
딸은 뭔가 미심쩍지만 일단 믿는 눈치이다. 둘째 아들은 선물 받는 것만으로도 만족해한다.
하지만 2020년 현재. 딸의 합리적 의심은 또 시작된다. 이번엔 이빨요정이 의심의 대상이다.
어느 날 집에 같이 오면서 딸은 어디서 들었는지 이빨요정의 정체를 의심한다.
딸: 아빠, 이빨요정 없죠?
나: (순간 난 철학자로 둔갑) 의심하는 순간 더 이상 안 와 (= 이빨 값으로 동전을 더 이상 안 준다) (“존재의 의심, 존재의 사라짐” 논리)
딸: 저번에 이빨요정이 동전은 놓고 갔는데 내 이빨을 안 가져갔잖아요
나: 왜 친구들에게 이빨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잖아. 이빨요정이 그 이야기를 듣고 일단 안 가져간 거 같은데? (“상대 과거 발언의 활용”)
딸: 아 맞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까지 산타와 이빨요정의 실체를 숨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