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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Jun 03. 2020

왜 NBA 선수들은 사회운동에 더 적극적인가

1996년 압둘 라프 이후의 NBA 변화

(대문 사진: 2016년 스포츠 시상식 ESPY에서 인종, 불의, 총기 폭력에 대해 연설하는 농구 스타들. 왼쪽부터 카멜로 앤서니, 크리스 폴, 드웨인 웨이드, 르브론 제임스)


백인 경찰에 의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은 미국 스포츠계에서도 분노를 번지게 하고 있다. 운동선수들은 지금은 경기가 없으니 트위터 등으로 이 상황을 비판을 하고 있지만 경기가 있는 경우에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인종차별, 경찰의 과잉진압 등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하여 의견을 표출하고 있었다. 특히 NBA 선수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아래는 스테판 커리가 본인 트위터에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항의 시위에 지지하는 의미로 올린 흑백 사진이다.

슈퍼스타 스테판 커리의 트위터

원인 1) 다수의 힘


흑인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스포츠 종목에 비례하여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아래는 미국 4대 메이저 프로 스포츠이며 프로농구가 가장 흑인 선수가 비중에 높다. 이는 농구라는 스포츠 속성상 다른 스포츠에 비해 비용이 훨씬 적게 들어서 빈곤율이 높은 흑인들에게(어떤 자료에 따라서는 백인의 4배) 진입 장벽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다른 운동이 헬멧, 보호장구, 스틱이나 방망이 등의 장비값으로 최소 100만원 이상 한다고 할 때 농구는 별로 비용이 들지 않는다(스포츠 캠프를 가입하는 것은 별개의 이슈이지만).


<미국 4대 스포츠별 흑인 선수 비율>

프로농구 - 73.9% (2017년 기준)

미식축구 -  69.7% (2017년 기준)

메이저리그 - 7.7% (2017년 기준)

아이스하키 - 3% 내외 (2019년 기준)


원인 2) 스포츠 스타의 힘


흑인 선수들의 차지하는 비중도 중요하지만 NBA 선수들이 더 목소리를 낼 수 있은 이유는 흑인 슈퍼스타들이 나서서 시위를 하면 다른 선수들이 구단의 눈치나 보복을 덜 걱정하고 자기 의견을 개진하기가 수월해진다. 특히 NBA에는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 스테판 커리 등이 있다. 반면 NFL은 쿼터백 위주로 돌아가는 운동인데 최근에 흑인 주전 쿼터백이 2019년 기준 30개 팀 중 9명이다. 이들 중 백인인 톰 브레이디, 은퇴한 페이튼 매닝 등 같은 커리어와 위상을 가진 선수는 적다. 그러니 아무래도 이들은 사회 이슈보다는 본인 커리어에 더 우선적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2014년 농구 제왕 “킹” 제임스의 시위


원인 3) 선구자의 힘


1996년 NBA 덴버 너기츠의 가드 마후무드 압둘 라프(이슬람으로 개종 전에는 크리스 잭슨으로 알려짐)는 국가가 울려 퍼질 때 사이드라인에서 스트레칭을 하거나 락커룸에 있었다. 그는 성조기가 억압과 인종차별을 상징하기 때문에 참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전만 해도 압둘 라프는 샤킬 오닐과 같이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프로 진출해서도 자유투를 매우 잘 넣으면서(자유투율 1위 2회, 통산 자유투 성공률 90.2%), 가끔은 득점 폭발하는 유명한 선수로 알려졌었다(예를 들어 마이클 조던의 72승 팀 상대로 전반기 23 득점하여 덴버 승리 견인, 유타 재즈 상대로 51 득점). 


NBA는 즉시 압둘 라프를 무기한 정지시켰다. 한 경기 벌금을 내고 이후에는 국가가 울려 퍼질 때 그가 서서 기도를 하는 선에서 타협을 봤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자 덴버는 그 해 시즌 19.2 득점, 6.8 어시스트한 27세밖에 되지 않은 그를 새크라멘트 킹즈로 트레이드해버린다. 이후 그는 29세 이후에는 더 이상 불러주는 NBA 구단이 없어서 터키, 러시아 등에서 농구 생활을 이어간다(2000년에 다시 NBA로 돌아왔지만 밴쿠버 그리즐리 벤치에 있다가 NBA 생활 끝). 한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살해 협박도 받고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로 집이 불탔지만 신념대로 행동했기 때문에 지금도 후회는 없다고 했다.


스테판 커리와 유사한 게임을 했다고 평가 받는다
자유투 2관왕 마흐무드 압둘 라프 기도 모습

예나 지금이나 운동선수들은 사회 운동이나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서 행동하게 되면 구단들로부터 괘씸죄 적용을 받는다. 미식축구 선수 콜린 캐퍼닉도 2016년 국가 연주 중 무릎을 꿇고 시위를 하자 이후 어느 미식축구팀들도 그와 계약하지 않았고 그는 현재도 실업자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에서도 롯데 전설 최동원이 선수협을 결성하려고 하자 롯데는 삼성으로 1988년 트레이드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사회적 정의에 관심을 가지고 본인들의 영향력을 통해 사회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선수 한 명 한 명이 모이면 그만큼 구단들은 쉽게 선수들을 다루기 어려울 것이고, 사회 운동을 지지하는 팬들의 선수들에 대한 지지가 선수들의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996년 압둘 라프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운동선수들의 사회 운동은)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멈추기 힘들 것입니다.”


관련 글:

https://brunch.co.kr/@jitae2020/22

https://brunch.co.kr/@jitae20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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