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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퉁불퉁 뚝배기 Mar 14. 2022

내가 슈퍼 면역자인 줄 알았는데… 가족의 마지막 확진자

1주일 사이에 가족 전원이 오미크론에 걸리다

“목이 아프네”


아내가 목요일 저녁 회의를 갔다 오고 1-2일 지나서 한 말이다. 그전에도 아내가 목이 아프면 따뜻한 차와 물을 마시고 며칠 지나면 좋아지길래 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를 피했고 한국 돌아와서도 1년 반 넘게 코로나를 피한 철통방어가족이 아니던가.


토요일. 아내는 자가키트로 검사했는데 음성이었다.   나도 같이 했는데 음성. 단순 감기. 단순 감기. 단순 감기. 난 스스로 되뇌다.


월요일. 아내는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와 PCR 검사를 둘 다 했다.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 즉시 나와 아이들도 병원 가서 검사를 받으라고 한다. 아내 빼고 우리 모두 음성. 아내와 4일을 같이 잤는데 나는 음성이니 백신과 내 면역력의 대단함에 취해있었다. 하지만 아내 혼자 양성이니 내가 안방에서 쫓겨나서 애들하고 자기 시작했다.


수요일. 새벽에 둘째가 39.8을 찍는다. 아내와 달리 둘째는 목이 아프다고 하지 않는다. 선거날 아침, 첫째도 목소리가 안 좋다.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보건소를 갔다. 첫째, 둘째, 나 모두 PCR 검사. 그날 오후에도 열이 안 잡힌 아들을 데리고 소아과를 갔다. 아들은 신속항원검사 결과 양성.


목요일. 새벽에 둘째가 다시 39도를 넘긴다. 이제 빼박이다. PCR 검사가 오전에 나오겠지만 양성이 확실하다. 둘째 열이 38도로 내려오니 한 숨을 돌리고 핸드폰을 확인. 내가 내기에서 졌다. 오전에 검사 결과가 나왔다. 첫째 둘째 모두 양성. 나만 음성이다. 오미크론은 나를 또 피해 갔다.


금요일. 이제 아내가 놀라는 눈치다. 양성 가족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내가 금요일에 한 신속항원검사 결과도 음성. 난 스스로 슈퍼 면역 인간(Super Immune Person) 칭하였다. 하지만 나의 과신이 무너지기까지 하루가 안 걸렸다.

아내의 놀라움은 나의 사망 플래그(복선), 아니 양성 플래그였다.

토요일. 일어났는데 목이 아프다. 코로나가 드디어 나한테 온 것 같다. 목소리도 안 나오기 시작한다. 오전에 신속항원검사와 PCR 검사를 하는 병원을 갔더니 대기만 두 시간. 의사는 내 콧구멍 두 개 모두 휘젓는다. 그리고 PCR도 동시에 해야 한다고 하면서 한 번 더 양쪽을 휘젓는다.


신속항원검사 결과 양성. 번복될 확률 0.73%.


일요일. PCR 검사 결과 양성이다. 이제 난 다음 주 금요일까지 자가격리다. 이로서 가족 모두 양성. 가족 격리기간으로만 보면 일요일에서 화요일에서 금요일로 계속 늘어난다.


그래도 걸리고 나니 마음 한편에서는 이 고비만 끝나면 이제 괜찮겠지라는 생각도 든다.




다행히 브런치는 말로 하는 플랫폼이 아니어서 글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다른 작가님들과 독자님들 모두 건강하세요. 걸리면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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